안철수 현상 재현될까?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13-06-10 14:37:14

편집국장 고하승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현상’이라는 것이 폭풍처럼 정치권을 강타했었다.
특히 안철수 의원이 지난 4월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직후, 독자세력화를 선언하자 이른바 ‘안철수 신당’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하지만, 직면한 10월 재보궐선거와 내년 지방선거를 1년가량 앞둔 요즈음 안철수 현상이나 안철수 신당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예전 같지 않다.
여론조사 결과가 이 같은 사실을 잘 입증해 주고 있다.
실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3~7일 4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새누리당 지지율이 50%대로 껑충 뛰어 오른 반면, ‘안철수 신당’ 지지층으로 분류되는 무당층 비율은 급격하게 낮아졌다.
심지어 민주당 지지율보다도 무당층 비율이 더 낮았다.
구체적으로 새누리당이 지난주 대비 5.3%포인트 상승한 50.9%를 기록했으나, 무당파 비율은 3.3%포인트 하락한 19.6%에 불과했다. 무당층 비율은 민주당 지지율 22.1%보다도 낮은 수치다.
물론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가 95% 신뢰수준에서 ±2.2%포인트이기 때문에 무당층 비율과 민주당 지지율은 오차범위내로 사실상 차이가 없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동안의 여론조사 결과와 비교할 때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실제 지금으로부터 약 보름전인 지난 달 25일부터 27일까지 내일신문·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한국리서치가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좋아하는 정당이 없다’는 무당층이 무려 40.3%에 달했었다.
이에 대해 이지호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정치경영학과 교수는 "광범위한 무당층의 존재는 지난해 안철수 현상을 통해 표출됐던 새로운 정치에 대한 요구가 대선을 통해 해소되지 않은 상태로 여전히 잠재돼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안철수 신당 창당 등 야권 재편 과정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즉 무당층이 안철수 신당의 지지층이라고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당시 가장 높은 지지를 받는 정당인 새누리당 지지율이 40.0%였던 것과 비교할 때, 안철수 신당이 오차범위 내에서 새누리당과 접전을 예고하는 결과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었다.
당시 제1야당인 민주당의 지지율은 13.7%로 바닥권에 머물러 회생이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번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딱히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새누리당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안철수 신당 파괴력’을 예고하던 무당층의 비율이 급격하게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민주당 지지율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같은 결과가 전혀 뜻밖의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안철수 신당은 파괴력 없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는 마당이었다.
오죽하면 이상돈 전 중앙대 교수가 “안철수 세력은 10월 재보궐선거에서 단 한 석도 얻지 못할 것”이라고 확언했겠는가.
대체, 안철수 현상이나 안철수 신당에 대한 기대감이 이처럼 급격하게 빠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안 의원이 입버릇처럼 ‘새 정치’를 말하고 있지만, 정작 그에 대한 구체적인 밑그림을 제시하지 못한데서 오는 국민의 피로감이 가장 주요한 요인일 것이다.
보다 더 중요한 요인은 그에게는 새누리당이나 민주당과 같은 든든한 당 조직이 없다는 점이다.
설사 그가 선거를 앞두고 부랴부랴 신당을 만든다고 해도, 급조된 정당이 수십년의 역사를 지닌 정당처럼 뿌리가 튼튼할지도 의문이다.
국민의 피로감이나 조직부재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사람이다.
안 의원이 ‘인재영입’을 서두르고 있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인사들의 면면을 볼 때 과연 정당운영을 제대로 해 본 사람들이 몇이나 있는가. 사실 별로 없다.
폴리패서들이 일부 참여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들은 정치권 밖에서 훈수두는 역할은 잘 할 수 있을지 몰라도 현실정치에 대해서는 아마추어일 수밖에 없다.
과연 그들이 정당을 만든다고 할 때, 국민들이 그 정당을 얼마나 지지하겠는가.
아무래도 10월 재보궐선과 내년 지방선거에서 지난 대선 때 나타났던 안철수 현상이 재연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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