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신당, 민주당과 선 긋는다
최태섭 “통합 가능성 낮아”...금태섭 “견제할 것은 견제”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13-06-20 14:59:47
[시민일보] 독자세력화를 모색해온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자신의 정치노선으로 ‘진보적 자유주의’를 공식화 했다.
하지만 민주당 일각에서는 ‘진보적 자유주의’가 안철수 의원의 전유물이 아니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고, 안철수 측근들 역시 민주당과 선긋기에 나서는 등 10월 재보궐선거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야권 맏형 자리다툼이 치열할 전망이다.
◇진보적 자유주의 개념= 지난 대선 당시에 안철수 의원 캠프 정치혁신포럼에 합류한 바 있는 안철수 의원의 측근 최태욱 한림대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20일 ‘진보적 자유주의’에 대해 “경제적 자유주의에 대칭되는 개념으로서 사회적 자유주의라고 부르는데, 그걸 우리가 진보적 의미의 자유주의라고 호명하게 된 거다. 말하자면 정치권력보다는 경제권력으로부터 개인의 자유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진보사상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이날 MBC 라디오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진보적 자유주의는 약자들의 빈곤과 실업으로부터의 자유, 소외로부터의 자유, 공포와 사회적 불안으로부터의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해주자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또 지난 대선과정에서 안철수 후보 캠프의 상황실장을 맡았고, 이번 정책네트워크 내일에선 발기인으로 참여한 금태섭 변호사는 같은 날 PBC 라디오 <열린세상오늘>과 인터뷰에서 ‘진보적 자유주의’ 개념에 대해 “중산층과 서민의 권익을 보호하는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그는 “자유주의라는 것이 모두 평등하게 자유를 누리는 것을 말하는데, 그야말로 형식적인 자유만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사조를 통해 격차가 심화되고, 실질적인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상태에 빠졌다. 예를 들어서 사회적 자본이 1%의 극소수에게 집중된 사회에서는 일자리 문제나, 임금의 결정, 복지의 문제에 있어서 서로 동의해서 하는 것 같아도 경제적 약자는 사실상 어쩔 수 없이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어서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없다”며 “그런 기득권을 타파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고 인간답게 실질적 자유를 누리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의원의 측근 무소속 송호창 의원은 같은 날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홍지명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진보적 자유주의’의 의미에 대해 “지금까지 기성 정당이나, 현재 한국사회에서의 정치세력들은 모든 정책이나 방향을 국가중심으로 만들어왔다”며 “앞으로는 우리 국민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보다 더 확대되고 그것을 통해서 국가의 미래비전에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어떤 정책이 필요하지 않느냐, 하는 그런 차원에서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신자유의와 반대되는 개념’이냐는 질문에 “소위 말하는 신자유주의의 폐해가 사회를 극단적으로 양극화 시키고, 빈부의 격차를 심화시켰다. 이런 차원에서 신자유주의에 반대되는 의미로 시장경제도 운영을 해야 된다고 하는 차원”이라고 답변했다.
◇민주당 등 야당과의 관계= 안철수 세력은 민주당 등 야당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있을까?
먼저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과거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도 진보적 자유주의 입장에 있었다’고 평가절하 한 것에 대해 최태욱 교수는 “그 당시에는 공식적으로 당의 이념으로서 진보적 자유주의를 표명한 적은 전혀 없다. 당 강령에도 없었고, 당 지도부가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도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그는 “그렇지만 민주정부 10년 동안 성격을 봤을 때 진보적 자유주의 개혁을 시도했던 건 사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합당한 결과는 내지 못했다. 말하자면 경제적 약자들의 요청에 부응하지 못했고, 즉 그 진보성이 기대 이하였던 정부”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이 진보적 자유주의 노선으로 서로 노선이 같다면 같이 갈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념적으로는 그렇지만 정치적으로 통합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그 이유에 대해 최교수는 “안철수 신당 지지자들 중에 상당수가 여태까지 민주당을 탐탁지 않게 여겼던 무당파 혹은 중도파, 중도보수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이라며 “그분들이 민주당과 통합되는 걸 두고만 보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안철수 세력은 본인들이 판단하기에 독자적으로 최소한 20%~30% 정도의 안정적인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런 지지기반을 버리고 민주당에 들어갈 수 있겠느냐”며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금태섭 변호사는 문재인 의원의 발언에 대해 “누가 주장했다. 나도 주장했다 하는 것보다는 이것이 구두선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어려우신 분들, 목소리를 내기 어려우신 분들을 도울 수 있는 구체적인 방향으로 실현할 수 있는지 그것이 중요하다”며 “실질적으로 양극화나 격차를 해소하는 사람들의 생활을 향상시킬 방안을 내는지 그런 것으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금 변호사는 전날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안 의원에게 ‘동행의 길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한 것에 대해 “(민주당과)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반대할 것은 반대하고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정치를 하려고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김한길 대표가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고’ 아프리카 속담을 인용한 것에 대해서도 “김 대표께서는 저희에게도 그런 말씀을 하시지만, 다른 제반 세력에게도 그런 말씀을 하실 것 같은데, 생각이 다르더라도 무조건 한 방향으로 가자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식이라면 지금까지 정치의 잘못된 점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반면 국회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진보적 자유주의'라는 정치노선을 제시한 것에 대해 "정치진보적 자유주의 실현을 위해서는 민주당과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아침 송정애입니다'에 출연해 "진보적 자유주의라고 하는 것은 야권 전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정치적인 자유와 정의 그리고 우리 생활경제와 민생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야당이 지향해야 할 지향점으로써 옳은 방향으로 생각한다"면서도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실천해야 하느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어떻게 실현하느냐 그러려면 하나로 힘을 합쳐야 된다"며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이 우리 야권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 아닌 가 싶다"고 강조했다.
한편 진보당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가 안철수 세력을 향해 ‘연대 파트너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에 대해 최 교수는 “진보정의당은 최근에 당 노선을 재정비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해서 진보정의당과 안철수 신당이 통합될 가능성은 역시 낮다”고 전망했다.
그 이유에 대해 최 교수는 “이념과 사회적 기반이 너무 다르다”며 “정의당 내부에서 사민주의로 정비하자는 얘기가 나오는데, 결국 사민주의 정당과 진보적 자유주의 정당, 두 가지 다른 노선으로 가겠다는 얘기다. 또 하나는 중도보수계층이 포함돼 있는 안철수 신당의 지지그룹이 있어서 이분들이 진보세력과의 통합을 허락할까, 이건 좀 어려운 얘기”라고 설명했다.
금태섭 변호사도 최근 안철수 의원과 진보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 간 회동을 놓고 ‘혹시 세력연대의 대상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에 대해 “안철수 의원이 국회에 들어간 지 얼마 안되었기 때문에 다양한 여러 의원들을 만나고 말씀을 듣고 하지만 세력 연대 구상을 갖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일축했다.
한편 송호창 의원은 '정치네트워크 내일'의 창립으로 안철수 신당창당이 본격화됐다는 시각에 대해 "정치적 세력화, 조직화의 얘기를 하거나 창당 얘기를 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얘기인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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