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대선 개입, 소가 웃는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13-06-24 16:38:47

편집국장 고하승


이명박 정부 당시 이른바 ‘촛불시위'에 맛을 들인 민주당이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그 장외투쟁의 향수를 잊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바로 민주당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사건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범국민 서명운동 본부를 구성키로 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 김한길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국정원 국기문란 국정조사 촉구 범국민 서명운동본부 구성을 의결했다.
본부장에는 추미애 의원이 임명됐으며, 수석부본부장으로는 김현미 의원이 상황실장을 겸한다. 부본부장에는 김민기 의원이 임명됐다.
본부는 범국민적으로 서명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며, 그 첫 활동을 26일에 예정하고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김한길 대표는 이날 오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사건과 관련해 서한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김 대표는 이 서한에서 국정원 사건과 관련해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와 조속한 국정조사 시행을 촉구했으며, 노웅래 비서실장은 이날 청와대를 방문해 허태열 비서실장에게 서한을 전달했다.
허위 사실로 대한민국을 갈등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던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의 재연을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철전지 원수처럼 여겼던 박근혜 대통령 승리를 위해 국정원을 동원했다면,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만큼 어리석은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특히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리틀 이명박’이라고 불렸던 친이계 핵심 중의 핵심인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당시에는 서울시 정무 부시장으로서 MB와 함께 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과는 단 한 번도 가까이 한 적이 없는 대표적인 친이계 인사다.
그런 인사가 수장으로 있는 국정원이 박 대통령 당선을 위해 선거에 개입했다면, 지나가던 소가 웃을 노릇 아닌가.
사실 원 전 국정원장은 MB 정권의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노력하던 사람이다.
원 전 국정원장은 그런 차원에서 ‘종북좌파세력의 척결’을 주장하고, 그에 부합하는 정보활동, 또는 대북심리전 활동을 지시했을 뿐이다.
그런데 국정원의 일부직원들이 대북심리전 활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극히 일부 댓글이 정치에 개입하는 듯한 내용의 글이라고 해서 이것을 국정원장의 책임이라고 몰아가는 것은 지나친 논리비약이다.
국정원은 당연히 종북좌파의 제도권 진입을 막는 역할을 해야 되는 것 아니겠는가.
특히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발언은 ‘선거정국을 틈탄 종북세력의 국정 흔들기에 대해서 국정원이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취지의 발언이었지, 대선에 개입하라거나 대선에서 새누리당을 도와주라는 식의 구체적인 지시가 없지 않았는가. 물론 그와 관련된 보고를 받은 적도 전혀 없다.
민주당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을 텐데도 이를 빌미로 장외투쟁을 벌이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
혹시 대선 결과를 부정하는 여론몰이로 정권 퇴진운동을 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면 아서라. 국민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의 정통성을 부정하려는 의도라면 국민들은 결코 그런 음모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닉네임을 달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도 24일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 "대선 때 국정원이 어떤 도움을 주지도,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문제가 있다면 국민 앞에 의혹을 밝힐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만 박 대통령은 "그러나 그 절차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나설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국회가 논의해서 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면 이 문제에 대해 여야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면 될 일이지 이게 정말 장외투쟁을 벌일 사안인가?
어쩌면 민주당이 지금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의 절반수준에 불과한 지지율에 그치는 등 국민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정당으로 낙인찍힌 현상이 나타나는 데에는 이런 억지스런 모습이 한몫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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