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 없는 ‘민생국회’라면...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13-07-05 15:41:37
편집국장 고하승
여야가 7월 임시국회 개최 여부를 놓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 게시판에 '제317회 국회(임시회) 집회'를 알리는 공고문이 게재됐다. 아프리카 순방 중인 강창희 국회의장을 대신해 직무대리를 맡고 있는 이병석 국회부의장이 지난 4일자로 제출된 민주당의 7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에 따라 '8일 오후 2시 임시국회 집회'를 알리는 공고를 낸 것이다.
하지만 7월 임시국회가 실제 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7월 임시국회 소집은 새누리당의 동의가 없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재적의원의 4분의 1, 즉 75명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임시국회를 열 수 있다. 그러나 본회의를 위해서는 재적의원의 과반인 150명 이상 출석이 필요하기 때문에 반드시 새누리당의 협조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자 민주당은 새누리당에 ‘정쟁 없는 민생국회’를 약속했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를 열어서 을(乙)을 위한 민생입법안을 처리할 것을 다시 제안한다"며 보육대란, 가습기 피해자 구제 문제, 남양유업사태 방지법, 학교 비정규직 법안 등의 처리를 촉구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도 이날 서면논평을 통해 "새누리당이 동참하지 않는다면 6월 국회에서 미진했던 민생법안, 경제민주화 법안, 검찰개혁 법안 등이 통과될 수 없다"고 가세했다.
전날 민주당·진보정의당·통합진보당 외에 무소속 안철수·송호창·박주선 의원 등 141명은 오는 8일부터 30일간의 7월 임시국회를 개최하자는 요구서를 국회 사무처에 제출했다.
이에 대한 새누리당의 반응은 아주 냉담하다.
6월 국회에서 충분한 법안 처리가 됐고, 국회 본회의장 공사도 진행되는 만큼 7월 국회에 임할수 없다는 입장이다.
물론 그것은 표면적인 이유이고, 실제는 야권이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공세를 이어갈 경우 7월 국회가 '정쟁 국회'로 변질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실제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여야가 6월 임시 국회에서 할 수 있는 법안을 못 다한 것은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쟁점을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임시 국회를 소집하지 않아도 상임위는 열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공공의료 정상화와 국정원 주요 사안에 대해 국정조사가 진행중인데 한쪽으로 국회 밖에서 나가 집회를 하고 또 한쪽으로 7월 임시 국회를 열자고 한다"면서 "7월 임시국회를 장외 투쟁을 위한 장외 선전장으로 이용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7월에는 법안 심사를 하고 8월 중순에는 열어줄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새누리당이 ‘정쟁국회’를 우려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말로는 ‘민생국회’를 운운하는 민주당이 지난달 30일부터 국가정보원 대선개입사건과 관련, 정치공작 진상규명 및 국정원 개혁 촉구 장외투쟁에 돌입하는 등 ‘정쟁’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민주당은 원내에서 국정원 국정조사에 주력하는 한편, 원외에서도 국정원 개혁 운동본부를 중심으로 권역별로 규탄대회를 갖는 등 원내외 병행투쟁에 나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정치공작 진상규명 및 국정원 개혁 운동본부의 구성을 완료했다. 본부장은 추미애 의원, 부본부장겸 상황실장은 김현미 의원, 공동부본부장은 김민기, 문병호, 최원식, 진성준, 남인순, 박홍근, 이학영 의원, 박광온 홍보위원장, 장화철 인터넷소통위원장이 맡았다. 상황실 부실장은 김종현 사무부총장이 맡는다. 시도별 본부는 서울시당은 이용선 서울양천을지역위원장, 부산시당은 이해성 부산중동구지역위원장, 인천시당은 김재용 인천남구갑지역위원장, 전북도당은 김춘진 의원, 전남도당은 김재우 전남도의회 의장이 맡기로 했다.
말로는 민생국회를 강조하면서 정쟁에 올인하는 대규모 조직을 구성하고, 장외 투쟁에 나선 민주당에 대해 새누리당이 의구심을 갖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정말 민생국회를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장외투쟁을 포기를 선언하고 진정성 있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그런 선언을 할 경우, 궁색하게 공사를 핑계로 회피할 것이 아니라, 7월국회에 당당히 응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