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도 품격이 있다
고하승
| 2013-07-12 17:59:38
편집국장 고하승
요즘 대다수의 국민들은 귀를 막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국회의원이나 시도지사와 같은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말이 귀에 거슬리기 때문이다.
야당의 한 국회의원이 그것도 정당의 원내입장을 공식 대변하는 사람이 공개브리핑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귀태’(鬼胎)라는 표현을 써가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귀태의 본래의 의미는 ‘귀신에게서 태어난 아이’ 또는 ‘불구의 태아’를 뜻하는 것으로,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태어나지 않아야할 사람이 태어났다는 뜻’이라고 친절(?)한 해석까지 달았다.
실제 홍 원내대변인은 지난11일 국회 브리핑에서 <기시 노부스케(岸信介)와 박정희>라는 책을 소개하면서 “일제가 세운 괴뢰국인 만주국에 귀태 박정희와 노부스케가 있었는데, 귀태의 후손들이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 있다”며 “바로 박근혜 대통령과 노부스케의 외손자인 아베 총리”라고 주장했다.
아마도 홍 원내대변인은 박 대통령을 아베 총리와 동격 화하는 것으로, 박 대통령을 깎아내려 한 것 같다.
하지만 그 도가 지나쳤다. 그래서 국민들이 그의 말을 망언(妄言), 혹은 망발(妄發)이라고 비난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태어나지 않아야할 사람’이라는 말은 곧, 그를 우리의 최고지도자로 선택한 국민을 모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평소 조용한 행보를 보이던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12일 “막말 브리핑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겠는가.
실제 홍 총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누구하나 귀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게 현자들의 가르침일 텐데 하물며 국가원수를 향해 ‘귀태’ 운운하는 것은 망언 망발 그 자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러면서 홍 총장은 “이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을 선택한 국민모두를 모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이 같은 지적은 구구절절 옳다.
아무튼 홍 원내대변인의 망언으로 인해 정국이 또다시 급랭하고 말았다.
특히 여당이 해당발언에 대한 김한길 민주당대표의 사과를 요구한 가운데, 양측이 사과 주체와 형식을 놓고 물러서지 않는 기싸움을 벌이는 양상이다.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2일 국회 브리핑을 통해 “어제 홍익표 의원은 자신의 문제된 발언에 대해서, 지도부와 협의 후에 유감 표명을 했다”며 “이같은 신속한 유감 표명이 있었음에도 마치 국회 파행을 핑계 삼기 위한 꼬투리잡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새누리당이 국회일정을 전면 보이콧하겠다는 것은 여당으로서 무책임한 자세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이같은 태도에 대해 ‘진정성 없는 사과’라며, 김한길 당대표의 직접 사과와 함께 홍익표 대변인의 당직사퇴 및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열람위원직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한 국회의원의 품격 없는 망언이 결국 정쟁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만 것이다.
홍익표 원내대변인의 발언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와 성씨가 같은 새누리당 소속의 홍준표 경남지사의 발언도 품격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홍 지사는 이날 오전 KBS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국회 공공의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동행명령에 응하지 않은 자신을 고발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과 관련, “자당 도지사를 상대로 야당과 합세해 고발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적절한 처사가 아니다”라고 불만을 제기했다.
앞서 홍 지사는 지난 9일에도 국회로부터 국정조사 동행명령이 발부되자 트위터에 "내가 친박이었다면 나를 이렇게 핍박하겠나"라는 황당한 글을 올리기도 했었다.
정말 궁금하다.
우리가 선출한 박근혜 대통령이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의 말처럼, 정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존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또 당 대표까지 한 홍준표 지사가 정말 새누리당내 친박계로부터 핍박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말에도 품격이 있는 것인데, 요즘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말은 왜 그리도 품위가 없는 것일까?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