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강-온 갈등 폭발하나

강경파, ‘거리투쟁’ 촉구...김현-진선미 의원 배제 반대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13-07-16 15:17:56

온건파, ‘국정조사’ 우선...김-진 버티기에 곤혹


[시민일보] 민주당 온건파 중심의 지도부와 친노 중심의 강경파 간 갈등이 심상치 않다.


국회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을 놓고 ‘거리투쟁’을 촉구하는 강경파와 ‘국정조사’ 추진을 우선하는 당 지도부가 이견을 보이며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김한길 대표 등 온건파인 민주당 지도부가 김현·진선미 의원의 국회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국정조사 특별위원(이하 국정조사 특위) 자진사퇴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진 16일, 강경파 진영에서 일제히 김한길 리더십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이날 민주당 관계자 등에 따르면, 민주당은 국정조사 특위가 김 의원과 진 의원의 제척 사유를 지적하며 국정조사를 사실상 보이콧 하는 새누리당 요구를 받아들여 두 의원의 사퇴를 통해 국조 정상화를 이뤄내려는 전략을 선택했다.


실제 국정조사 특위가 가동되면 당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것이 없다고 판단, 어떻게든 국조를 관철시키기 위해 물밑에서 두 의원의 자진사퇴를 사실상 종용해왔던 민주당 지도부는 이 같은 뜻을 간접적으로 두 의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범친노 진영의 정세균 상임고문이 발끈하고 나섰다.


정 고문은 이날 오전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통화에서 "개인적으로 두 사람(김현, 진선미의원)을 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장외투쟁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만약에 한일간 축구시합을 하는데 일본이 런던올림픽에서 독도 세리머니를 했던 박종우 선수를 빼라고 하면 빼야 되겠냐. 가당치 않은 주장이라고 본다"며 “이 두 사람을 제척해야 될 납득할 만한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 두 사람이 국정원 문제점을 지적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그 내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국정조사를 제대로 잘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그런 사람들을 괜한 트집을 잡아서 빼라고 요구하면서 45일 중 15일을 공전시키고 있는 새누리당 저의는 국정조사를 방해하고 호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행범이 도둑질을 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112에 신고를 한 후에 도망을 가지 못하게 지켜보고 있었는데 이걸 감금이라고 하는 것이냐"며 두 의원에 대한 고소·고발을 문제 삼았다.
특히 정 고문은 국정원 국정조사 불발시 장외투쟁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불사해야 된다"며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된 사항은 절대 타협해서는 안 된다. 국정원의 국기문란 행위는 절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피력했다.


앞서 정 고문은 트위터에 '이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라. 우리 목적은 국정조사가 아니라 국기문란 세력 척결이다'이라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그는 또 '민주당은 새누리당과 절대 타협하지 말 것과 어떤 경우에도 국민들 앞에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말 것, (국정조사) 특위에서 누구도 빼서는 안 된다'며 '이 싸움은 증거로 이겨야 하는 싸움이니 국기문란 증거를 공유하고 널리 알려달라. 만일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으면서까지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권이 국정원 사건을 덮으려 든다면 껍데기뿐인 국정조사에 연연할 필요 없다'는 글로 사실상 거리투쟁을 옹호하는 입장을 드러냈다.

같은 날 강경파인 민주당 우상호·진선미·은수미·이학영 의원 등은 서울 청계천에서 열린 '국정원 사건 알리기 수도권 집중 홍보의 날' 행사에서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검은 합작'이란 홍보물을 나눠 주며 국정원 개혁 촉구 범국민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이미 거리투쟁에 나섰다.


특히 이날 우상호 의원은 SBS '서두원의 시사초점'에 출연, 당 지도부가 김현, 진선미 의원의 자진사퇴를 요구한 것에 대해 “마치 두 분이 문제가 있어서 사퇴하는 것처럼 비추어지면 두 분의 정치 생명과도 관련된 문제”라며 “두 분과 상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지도부에서 추진한다면 상당한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온건파인 당 지도부와 친노 중심의 강경파가 주축을 이룬 특위와의 갈등설에 대해서는 “그런 문제가 개입된 것 같지는 않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민주당 최고의 권위 있는 회의에서 김현, 진선미 의원을 빼고 가는 결론을 대변인을 통해 발표했다가 (강경파 제동에)뒤집진 이후 지금까지도 결론을 못 내리고 대립하고 있다'는 사회자 지적에 우 의원은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과거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며 “사실 사퇴 문제는 본인들이 사퇴하는 것 아니겠느냐. 본인들과 지도부가 어느 정도 깊은 교감을 나누었는지 의문”이라고 답변했다.


또 국정조사 특위 위원인 박범계 의원은 BBS '박경수의 아침저널'과의 통화에서 "김현·진선미 의원을 제척해서 국정조사가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수순으로 굴러간다는 보장이 있으면 두 의원은 결코 자리에 연연하실 분들은 아니다"라고 당 지도부의 방침에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 새누리당이 이 산이 넘으면 일단 국정원을 비롯해 경찰청 등 기관들이 자료 제출 요구에 제대로 응하지 않을 것이다. 현장조사 공개나 증인채택도 쉽지 않게 된다. 지금 김현·진선미 의원을 걸고넘어지는 것은 실상은 국정조사를 제대로 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여기서 물러서서는 안 된다"고 강경대응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앞서 국조특위 민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도 전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특위 차원에서 어떠한 것도 결정된 바 없으며 두 의원의 명예는 특위 위원들이 의리로써 지킬 것"이라며 "강제사퇴나 사보임은 없다"고 반발했다.


정 의원은 "두 의원에 대한 문제는 당 지도부에서 특위에 권한을 위임했기 때문에 특위에서 결정되지 않은 것은 결정된 것이 아니다"면서 "주전 선수인 김, 진 의원을 빼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거듭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한편 민주당은 김현, 진선미 의원에 대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사건 국정조사 특위위원 배제 문제를 놓고 내홍 끝에 결론을 유보했다.


새누리당이 김, 진 두 의원이 국정원 여직원 감금사건의 이해당사자로 제척사유에 해당된다면서 특위위원 배제를 국정조사 전체회의 개회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상태에서 민주당 지도부는 전날 최고중진연석회의 논의결과 등을 토대로 두 의원이 사퇴하는 것으로 사실상 가닥을 잡았었다.


그러나 신속한 국정조사 개회를 통한 대여 공세를 벼르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의 이 같은 방침에 친노 중심의 특위가 강력반발하고 나섰고, 결국 당 지도부는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에 대해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연석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의 요구는 부당하지만 국조가 공전돼서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며 "늦어도 내일까지 국조가 제대로 돌아가게 하기 위한 적절한 방법을 공식적으로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수석부대변인은 ‘자진사퇴든, 사보임이든, 어떤 식으로든 오늘 내일 결판이 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이어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협의를 거쳐 적절한 방법으로 두 의원에게 전달하는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친노 중심의 강경파의 반발로 두 의원을 사퇴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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