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은 그 입 다물라

고하승

편집국장 | 2013-07-25 12:53:09

편집국장 고하승

정치인은 입이 무거워야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임당시 ‘가벼운 입’으로 인해 ‘툭’하면 구설수에 올랐다.


그런데 민주당 문재인 의원의 입도 그 못지않게 가벼워 보인다.


실제 문 의원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태에 대해 지난 23일 성명서를 발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는데도, 그새 하루를 못 참고 또 다시 입을 열었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당장 민주당 핵심인사들이 문 의원을 질책하고 나섰다.


조경태 최고위원으로부터는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다”는 비난의 소리를 들어야 했고, 4선 중진 김영환으로부터는 “장난치느냐”는 따끔한 비판을 받아야만 했다.


실제 문 의원은 지난 23일 '이제 NLL 논란은 끝내야 합니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자 같은 당 박지원 의원이 "그렇다면 시작을 안 했어야 했고, 민주당과 국민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또 "국정원의 대선개입 본류에서 국정원장 대화록 공개로 물타기 하더니 ‘국가기록원 원본 없다’로 마침표 찍고, 검찰 조사로 실종시키려는 새누리당 전술에 우리 민주당 끌려만 다니니 그 좋은 기회를 다 놓치고 있다"고 개탄하기도 했다.


물론 새누리당의 공세는 더욱 거세었다.


그러자 문 의원이 또 발끈하고 입을 연 것이다.


실제 문 의원은 전날 자신의 트위터에서 “혹 떼려다 혹 하나 더 붙였나”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문 의원은 “대화록 왜 없나, 규명과 별도로 NLL포기 논란은 끝내야 하지 않나, 당연한 사리를 말했는데, 새누리당은 난리”라며 “이제는 NLL포기주장에 대한 책임을 덮겠다는 거냐”고 반문했다. 이어 “가해자의 적반하장이 무섭다”고 반격했다.


하지만 문 의원의 이 같은 말은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동의를 받지 못하고 있다.


되레 민주당 핵심인사들이 불같이 화를 냈다.


조경태 최고위원과 중진 김영환 의원이 25일 문재인 의원과 당내 친노무현계 인사들을 겨냥해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먼저 조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어제는 민생을 내팽개치고 정파의 이익을 위해 정계은퇴를 운운하면서 나라를 어지럽게 한 분이 오늘은 일방적으로 논쟁을 종식하자 한다”며 “NLL논쟁을 그만하자는 문재인 의원의 성명을 접하고 저를 포함한 대다수 국민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다”고 쏘아붙였다.


이어 "진실을 규명하자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지키자던 분이 이에 대한 해명 없이 그만하자고 하다니 이런 무책임이 어디 있냐. 정쟁의 불을 지르고 이제 와서 아니면 말고 식으로 하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라고 맹비난했다.


심지어 조 최고위원은 NLL대화록 실종사태에 대한 검찰수사를 요구하며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영환 의원도 가세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PBC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와의 통화에서 문 의원을 겨냥, "자꾸 여론을 악화시키는 발언을 하시면 안 되고 가만히 계시라"고 충고했다.


이어 그는 "(문 의원이)지금 어떤 말씀을 하셔도 자꾸 말을 바꾸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책임 있는 사람이고 대화록을 열람하자고 주장하고 NLL을 정국으로 끌어온 사람이기 때문에 말씀을 아껴야 한다"고 거듭 발언 자제를 당부했다.


앞서 김 의원은 전날에도 NLL 논란을 끝내자고 제안한 문재인 의원 입장에 대해 "우선 드는 생각은 속된 말로 '장난치나?'"라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지금 문의원의 이 같은 돌출발언이 민주당 지도부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는 10월 재보궐선거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정원 국정조사를 통해 정국 주도권을 쥐려던 당 지도부의 전략에 차질이 빚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문 의원의 잇단 발언이 당내 계파갈등을 부채질하는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당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쟁에 염증이 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문 의원에게 당부한다. 아무리 입이 근질근질해도 이제는 발언을 좀 자제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더구나 ‘의원직 사퇴’ 배수진까지 쳐가면서 대화록 열람을 주도했던 사람으로서 입이 열 개라도 무슨 할 말이 있다는 것인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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