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되나
여야 의원 반발로 본회의 부결 가능성...진보정당들도 반대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13-07-29 14:49:32
안철수, 단체장 ‘공천’-지방의원 ‘무공천’ 조정안 제시 예고
[시민일보] 민주당은 전당원투표를 통해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당론으로 결정했고, 새누리당은 8월 중으로 의원총회를 열어 당론을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기초선거 공천폐지론에 힘이 실리고 있으나 법 개정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단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결정에 환영 의사를 밝혔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당 지도부의 공언과 달리 내부 반론이 만만치 않아 교통정리가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새누리당 정우택 최고위원이 29일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재검토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최근 기초단체 정당공천 폐지와 관련해 환영도 있지만 우려도 있다. 문제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폐지시 후유증도 고려하는 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정당공천제를 포기한다면 검증되지 않는 후보가 난립하면서 유권자가 혼란스러워 할 수 있고 제대로 된 정보가 없어 변별력을 잃을 수도 있다"면서 "지역의 몇몇 세력이 선거판을 좌지우지 할 수 있으며 공천제가 내천으로 연결될 경우 비리가 만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당 차원의 전략 선거가 이뤄질 수 없어 아무리 인물론을 내세워도 현실적인 인지도 차이로 결국 지역의 토호세력에게만 유리할 수 있다"며 "현역 프리미엄으로 정당공천 폐지는 정치 신인이나 여성에게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정당공천제 폐지시 헌법적 권리인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면서 위헌 논란이 일 수 있다"며 "위헌 논란을 피하기 위해 내천이라고 할 수 있는 정당표방제를 실시하더라도 편법이다. 정당공천제는 책임정치를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당이 좋은 후보를 검증해 선거에 임하고 지방 정치를 안착시키는 본연의 정치 기능을 스스로 포기하는 건 아닌지 정치권이 실적주의로 폐지를 빠르게 추진하는 건 아닌지 심도 있게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도 최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기초선거 공천 폐지에 대해 "새누리당은 대선 공약의 실천 차원에서 지난 4ㆍ24 재보선 당시 무공천을 실시했지만 찬성 여론은 물론 반대 여론도 상당히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새누리당에 정당공천 폐지 당론을 결정하라고 압박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새누리당이 기초공천 폐지라는 공약을 앞에 두고 우물쭈물 하고 있고 어물쩍 넘어가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기초공천 폐지라는 약속에 대해서 어떻게 지킬 것인지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민주당도 당론 결정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을 겪어야 했다.
민주당 투표관리위원회는 당원들에게 정당공천 폐지 반대를 주장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유승희·진성준 의원에게 '경고'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유 의원은 "정당공천제 폐지는 낡은 정치, 돈정치, 부패정치의 부활'이라는 내용으로, 진 의원은 "정당공천 금지는 2003년에 위헌 결정을 받았다"며 폐지반대를 주장하는 문자메시지를 각각 당원들에게 보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공천폐지를 당론으로 결정하더라도 최종 단계인 국회 본회의 표결과정에서 공천 폐지를 반대했던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져 본회의 부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진보정당 측의 반대도 극심하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정당 공천 폐지는 그나마 가능했던 여성정치와 다원적 민주주의를 가로막고 지역토호가 발호하는 반(反)자치적 반민주적 지방자치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며 "정당정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대연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의 기초선거 공천 폐지 결정에 대해 "한마디로 리더십이 없고 야성을 잃어버린 민주당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고 맹비난했다.
특히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기초선거 공천 폐지에 대해 '선별적 찬성' 입장을 담은 공천제도 개선안을 내달 밝힐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안 의원의 입장은 기초의원 공천 폐지는 찬성하지만, 기초단체장 공천 폐지에 대해선 유보적"이라고 밝혔다.
이는 기초의원은 ‘무공천’, 기초단체장은 ‘공천’하는 조정안을 제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 안 의원은 4ㆍ24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기초선거 공천 폐지 문제에 대해 "기본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기초의원들에 대한 공천은 폐지해도 기초단체장의 경우 인구 100만이 넘는 수원이나 창원 같은 곳은 따로 검토해봐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여야가 안철수 측의 조정안을 받아들여 우선 내년 지방선거 때에는 기초 지방자치단체장은 공천을, 기초 지방의원은 무공천을 하는 쪽으로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 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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