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 상태 개성공단, 그래도 살려야
전지명
| 2013-07-31 15:06:12
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시름이 깊어만 가고 있다.
도산이란 벼랑 끝에 서 있는 그들의 애타는 심정을 그 누가 그들만큼 고민해 줄 수 있을까.
한 때 남북화해와 경제협력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의 존폐가 지금 중대 기로에 서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북측은 “공단이 파탄나면 개성공단 지역에 군대를 다시 주둔시키고, 공단은 남측이 아니라 우리가 운영할 수 있다.”는 식의 협박성 막말도 서슴지 않고 있으며, 또 다른 한편으로는 공단의 북측 근로자 임금과 세금의 인상을 우리 측에 함께 요구하며 그 속내를 드러냈다.
이같은 북측의 이중적인 태도 이면에는 바로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그들의 절박감이 숨겨져 있다는 판단이다.
우리는 북측의 이러한 숨겨진 의도를 먼저 파악하고, 공단에 직접 투자한 입주기업의 입장에서 공단 가동 재개의 전제 조건 두 가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첫 째로는 공단 가동 중단에 대한 확실한 재발 방지책 보장 없이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재가동 시켜서는 안 된다.
전세계 어느 나라 어디에서도 사업주가 해당 직장 폐쇄를 하지 않는 이상 사업장 출입을 막고 가동을 중단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툭하면 해괴한 정치·군사적 논리를 앞세워 개성공단 폐쇄 위협과 공단 출입차단, 근로자 철수와 같은 돌출 행동을 제멋대로 되풀이 해 오지 않았던가.
그래서 우리 정부도 이번 기회에 다시는 북측이 불순한 의도를 갖고 개성공단 위협 카드를 아예 꺼내 들지 못하도록 확실한 쐐기를 박아 둘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우리 측 입주 기업들이 더 이상 피해를 입지 않을 것이다.
만에 하나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 자칫해서 재발방지 대책 등의 문제로 결국 중단된 금강산 관광 판박이로 이어져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둘째로는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의 임금 인상 요구 문제이다.
2005년에 개성공단 가동이 시작될 때 북한 근로자의 기본임금은 월 50달러로 설정되었다. 그 이후에 북한 근로자의 월 평균 임금은 통일부자료에 따르면 2006년 68.1달러에서 2007년 71.0달러, 2008년 74.1달러, 2009년 80.3달러, 2010년 93.7달러, 2011년 109.3달러, 지난해 128.3달러로 꾸준히 상승했다. 불과 7년 사이에 최초의 임금에서 약 2.5배나 올랐다.
그런데 북측은 이번 6차 남북 개성 실무 회담에서 공단 재가동 조건의 하나로 북한 근로자의 임금을 크게 올려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북한 근로자의 현재 임금은 적정하지 않단 말인가. 아니다. 그러면 왜 그런가.
우리 측 입주 기업이 지급하는 임금을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가져간다”는 곰에 관한 속담처럼 북한 당국이 사회보험료 등의 명목으로 북한 근로자 임금의 거의 절반을 떼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임금인상 요구는 전혀 설득력이 없다고 봐야 한다.
근로자의 임금은 기업이 창출한 부가가치 범위 내에서 주어져야 한다. 특히 개성공단은 이른바 3통(통행, 통신, 통관)의 제약 등에 따른 간접비용이 크기 때문에 입주 기업 가운데 만족할 만한 이익을 내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저임금이란 큰 장점이 있는데도 기업의 입장에서는 불확실한 요인이 너무 많은 북한에 대한 투자는 대기업일수록 피하고 싶을 것이다. 그 결과 중소기업 중심으로 개성공단이 유지 운영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무리한 임금인상 요구는 공단 입주기업더러 도산하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기업의 임금은 해당국의 국민소득과 연계되어 있다. 북측이 개성공단 근로자의 임금을 올리고 싶다면 자국의 국민소득을 올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턱대고 임금을 인상해 달라는 요구보다 개성공단 활성화와 국제화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우리나라 기업 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기업도 마음 놓고 투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개성공단은 식물인간의 뇌사 상태에 빠져 있는 형국이다. 북한의 경제도 이와 비슷한 위기 상황에 놓여있다.
그런데도 북한은 개성공단 재가동과 정상화를 내심 학수고대 하고 있으면서 속내는 감추고 딴전만 부리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오직 바라는 것은 북측이 능청스럽게도 뻔한 딴전만 부리지 말고 그네들 소기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면 일차적으로 우리 측 요구의 수용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측으로 하여금 “이렇게 하면 북한 경제도 성장 할 수 있다.” 는 개성공단에 대한 학습효과를 깨우 칠 수 있도록 가르쳐 주어야 한다. 이는 협상에 임하는 우리 정부 당국자들의 몫이기도 하다.
지금이야말로 남북한이 대승적 차원에서 개성공단의 기사회생(起死回生)을 위한 큰 결단에 적극 나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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