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왜, 안철수 윤여준 안희정 함께할까?

고하승

| 2013-08-13 15:28:27

편집국장 고하승



정치란 참 묘하다.



영원한 적(敵)도 영원한 우군(友軍)도 없다는 말이 정말 실감나는 게 정치인 것 같다.



최근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안희정 충청남도 도지사가 오는 9월 예정돼 있는 한 리더십 교육 강좌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 이들은 윤 전 장관이 원장으로 있는 평화재단 평화교육원 주최 ‘제9기 평화리더십아카데미’에 강사진으로 함께 참여한다고 한다.



그것도 단 하루 일정이 아니라 오는 9월 5일부터 12월 5일까지 총 12주간의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을 함께 하는 것이다.



사실 윤 전 장관과 안 의원이 함께 한다는 것은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윤여준 전 장관은 안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돌던 무렵만 해도 ‘안철수 멘토 4인방’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혔었다.



하지만 그는 안 의원으로부터 봉변을 당하고 말았다.



실제 안 의원은 당시 ‘윤여준씨가 멘토라면 그런 사람 300명 있다’며 윤 전 장관을 깎아내렸다.



결국 윤 전 장관은 지난해 대선 당시 안 의원과 야권후보 단일화를 놓고 경쟁을 벌였던 민주당 문재인 의원의 캠프에 합류하고 말았다.



이후 윤 전 장관은 안철수 의원에게 대립각을 세웠고, 안 의원이 야권의 요구를 무시하고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출마를 강행했을 때에는 “(안철수는 미국에서 머물다 귀국한 뒤) 기자들이 한국정치에 대해 예민한 현안을 질문했는데 질문에 대해 아주 애매한 대답을 했다. 여전히 감성적인 언어로 추상성이 높은 모호한 말을 한다”며 “그런 언론보도를 접한 국민들도 뭔가 확실하지 않은 것 같은 생각이나 태도가 애매한 것 같은 불확실성이 주는 불안감과 실망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비판의 소리를 쏟아내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 윤 전 장관이 안 의원을 강사로 초대했고, 안 의원이 이에 기꺼이 응했다고 하니,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혹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신당’, 즉 안철수 독자세력화를 위해 함께 하는 것은 아닐까?
물론 윤 전 장관은 이같은 시각에 ‘펄쩍’ 뛰며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다.



실제 그는 <시민일보>와의 통화에서 “(9기를 맞는 강좌인 만큼)새삼스러운 행사도 아니고 역사의식과 사회 통합 노력 등 전반적인 화두에 대해 고민하자는 본래의 취지에서 변한 게 없다. 지방선거, 야권단일화 관심 두고 있지 않다. 안 의원의 정치 일정과도 전혀 무관하다”며 “평화재단 리더십 교육 강좌에서 안철수 의원과 안희정 지사가 새롭게 등장했다고 해서 지방선거 전초전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일축했다.



그는 또 ‘안철수 의원과의 관계가 회복됐느냐’는 질문에 “당시 그의 발언을 개의치 않았는데 안의원이 나중에 와서 본의가 아니었다고 크게 사과하더라. 그의 진심을 알고 있기에 전혀 불편함 없이 받아들였다.


오히려 안 의원이 지금도 주위 사람들에게 나에 대한 미안함을 토로할 만큼 그 때 발언에 대해 미안해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 답변했다.



그때 윤 전 장관이 상당한 상처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답변은 너무 의외다.



그래서 더욱 ‘정치적 회합’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것이다.



특히 지금 민주당에서 설 곳을 잃어버린 친노 세력 가운데 핵심 인사인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함께 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어쩌면 이번 ‘평화리더십아카데미’가 안철수 세력과 민주당 비주류로 전락한 친노 세력의 세 결집 가능성을 타진하는 자리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사실 지난해 대선 패배 이후 안철수 의원 측과 민주당 문재인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친노 측은 심각한 갈등을 빚었었고, 따라서 그들은 영원히 함께 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언제 그랬느냐는 듯 이처럼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놀랍기 그지없다.



반면 안 의원과 영원히 함께 할 것만 같았던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최근 안 의원의 싱크탱크 격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이사장직을 사임하면서 사실상 결별을 선언하고 말았다.



영원한 적(敵)도 영원한 우군(友軍)도 없는 정치, 그래서 정치는 정말 묘하다고 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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