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김용판 불출석 해법 없나?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13-08-14 16:12:40
편집국장 고하승
'국회 국가정보원 댓글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날인 14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불출석했다.
이미 예상했던 일이지만,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서울광장 천막당사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의 불출석에 권력의 보이지 않은 손이 작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등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맹비난했다.
김한길 대표는 "진실을 두려워하는 권력의 보이지 않는 손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배후 의혹설을 제기했다.
김 대표는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마음만 먹으면 원세훈, 김용판 증인 출석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그런데 우려대로 두 사람은 합당한 이유 없이 청문회 나오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은 여야 합의대로 동행명령을 발부하고 16일 청문회를 여는 것도 협조하라"며 "새누리당이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으면 새누리당 스스로 원판(원세훈·김용판) 불출석 배후를 자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국민들 가운데 박 대통령이나 여당이 친이명박계 핵심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불출석 압력을 가했다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간의 관계가 그동안 어떠했는지 국민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대선 전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박 대통령의 당선에 대해 국민 절반 이상이 ‘재집권이 아니라 정권 재창출’로 생각한다는 응답이 나오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시절 부시장으로 MB 곁을 지키다가 국정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박 대통령의 당선을 도우는 활동을 했다면, 그것은 지나가던 소가 웃을 노릇 아니겠는가.
사실 현재로서는 원세훈, 김용판의 청문회 불출석을 제지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
그들은 박 대통령이나 친박계가 이끄는 새누리당이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이날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출석 여부는) 두 사람의 개인적인 문제이고, 전 정권 사람들이라서 우리가 나오라고 해서 말을 들을 사람들도 아니다"라며 "우리 통제범위 밖에 있다"이라고 답답한 마음을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또 민주당이 16일 동행명령장을 발부하자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따지고 보면 불법의 성격이 짙다.
채택된 증인이 출석을 거부할 경우 국회법에 따라 동행명령·고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원세훈 김용판 두 증인은 스스로 21일에 출석하겠다고 밝힌 마당이다.
그렇다면, 21일 그들의 출석여부를 지켜본 후에 동행명령장을 발부하는 게 합당한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민주당이 마치 그들의 불출석 배후에 박 대통령과 여당이 작용하고 있는 것처럼 몰아세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답하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당이 이 문제 때문에 장외투쟁에 나섰으나, 민심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에 따르면 당 부설 기관인 여의도연구소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70%이상이 민주당 장외투쟁에 대해 비판적으로 나왔다고 한다.
따라서 민주당 지도부는 어떤 형태로든 명분을 만들어 다시 국회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원,김 두 증인의 청문회 불참으로 그 명분을 만들 수 없게 됐고, 민주당은 불가피 하게 전면 장외투쟁을 선택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민주당은 물론 우리 정치발전을 위해서나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실제 8월 결산심사와 9월 국정감사 등을 앞두고 민주당을 향해 ‘부실 국회 책임론’이 제기될 것이고, ‘민생을 외면한 채 정쟁만 앞세우고 있다’는 비난여론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어찌해야 할까?
새누리당 권선동 의원이 "여야 원내수석부대표와 국정조사 특위 간사 4명이 이들을 만나 설득하자"고 제안했다.
참 괜찮은 제안 같다. 만일 새누리당 측 원내수석부대표와 간사가 방문해서 설득했다가 실패했을 경우, 민주당 측에서는 또 ‘짜고 안 나온다’고 공격할 수도 있겠지만, 민주당에서도 같이 동행한다면 그런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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