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日 대사관 앞에 2000명 운집
위안부 피해자 故 이용녀 할머니 별세 이후 첫 '수요집회'
이대우 기자
nice@siminilbo.co.kr | 2013-08-14 17:19:47
[시민일보]광복절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정기 수요집회에 시민 1000여명이 참석해 일본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은 이날 오후 12시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일반 시민 등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087차 정기 수요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는 일제 강점기때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 갔다 귀국하지 못하고 중국에서 살아온 하상숙(86) 할머니가 참석했다.
하 할머니는 "일본놈들은 왜 거짓말을 하나. 옛날엔 우리나라가 없었지만 지금은 우리나라가 있는데 왜 아직도 그렇게 얘기하나"고 목이 멘 목소리로 말했다.
또 "대학생들이 많이 왔는데, 우리 어린 애들은 이런 것(일본군 위안부 문제) 모르고 있잖아. (일본 정부가) 잘못했다고 말 좀 해주세요. 그것만 바라고 있습니다"라고 호소했다.
노래패 바닥소리가 할머니들의 마음을 담은 판소리 '꿈의 노래'를 부르자 하 할머니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하 할머니는 노래를 부르는 동안 '책임자 처벌, 진상 규명'이라는 문구가 적힌 노란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연신 눈물을 훔쳤다.
할머니 뒤에 앉아 있던 일본인 여성들도 뒤따라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제1회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기념 행사를 겸해 열린 이날 집회는 평소보다 많은 1000여명(주최 측 추산 200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고(故) 이용녀 할머니의 별세 이후 처음 수요집회가 열리면서 일본 대사관 앞 골목은 학생 등 집회 참여 인파로 가득 찼다.
정윤희양(17·광명여고)은 "요즘 학생들은 위안부나 독도 등 역사적인 문제에 대해 잘 모른다"며 “이런 역사적 이슈를 잘 알고 또 알리기 위해 오늘 집회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 회복을 위한 진혼제가 열렸다.
고양 상여소리 보존회는 이날 오전11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고(故) 이용녀 할머니를 추모하고 피해자 할머니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진혼제를 열었다.
상여 행렬 300여명은 오전10시 이순신 장군 동상을 출발해 세종대왕 동상에서 노제를 치르고 광화문 북측 광장으로 이동하는 의식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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