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장외투쟁에 출구 없나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13-08-16 16:22:39
편집국장 고하승
민주당이 연이어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나섰지만 장외투쟁에 대한 민심은 싸늘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든 회군의 명분을 마련해하지만 그 출구가 보이지 않아 고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실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은 민주당 장외투쟁의 명분에 대해 일부 긍정하기도 하지만 과반 이상이 국회에 복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따르면, 민주당 장외투쟁에 대해 34.9%가 ‘부정적이며 국회로 돌아가야 한다’, 34.7%가 ‘긍정적이지만 국회로 돌아가야 한다’고 응답한 반면, 24.4%만 ‘긍정적이며 계속 진행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잘 모름은 6.0%였다.
장외투쟁에 대해서는 긍정과 부정응답이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하지만, 국민 10명중 7명(69.6%)은 국회에 복귀해야 한다고 응답한 것이다.
이런 민심은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정당지지도에서 새누리당은 지난 7월 25일 직전조사보다 3.1% 포인트 상승한 새누리당은 44.3%에 달한 반면, 민주당은 16.8%의 지지율로 직전조사 때 19.4%보다 오히려 2.6% 포인트 지지율이 떨어졌다. 이어 통합진보당 2.6%, 정의당 0.3% 등의 응답이 나왔다. 기타 정당은 3.6%, 잘 모름(무당층)은 32.4%였다.
이번 조사는 지난 13일 저녁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88명을 대상으로 일반전화 RDD(무작위 임의걸기) IVR(ARS) 방식으로 조사했으며 성별, 연령별, 권역별 인구비례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96%p이다.
민심이 이처럼 ‘국회로 돌아오라’고 요구하는 상황이지만, 민주당은 난처한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민주당 입장에서 볼 때 국정원 국정조사가 만족스럽지 않게 흘러가고 있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16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했지만, 이들이 선서거부를 할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혐의에 대해서는 전면부인하고 있다.
더구나 이달 하순 예정된 결산국회를 마냥 외면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김한길 대표가 제안한 여야 영수회담을 받아들이면, 그걸 명분으로 장외투쟁을 접고 국회로 돌아갈 수도 있겠지만, 그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묘연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해서 장외투쟁을 더욱 강화할 수도 없게 됐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세제개편안이 중산층 세금폭탄 논란을 일으켰으나, 박 대통령이 ‘원점 재검토’의사를 밝힘에 따라 지금은 수면 하에 가라앉고 말았기 때문이다.
또 민주당이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의 증인채택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여당의 강한 반대로 사실상 증인채택은 '물 건너 간' 상황이다.
특히 투쟁이 장기화되면 될수록 회군에 대한 부담도 그만큼 더 커지게 될 것이고, 더 강한 명분을 마련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어떻게든 지금 당장 반전의 카드를 마련하든지, ‘국민의 뜻을 받들어 국회로 돌아간다’고 사실상 항복 선언을 해야 하는 딱한 지경에 놓이고 말았다.
어쩌면 지금쯤 민주당 지도부도 ‘장외투쟁’을 선택한 것에 내심 후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당시 민심은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하기보다는 국회 내에서 민생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김한길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당내 강경파인 친노 세력을 의식, ‘장외투쟁’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고, 결국 ‘지지율 추락’이라는 뼈아픈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민주당은 오는 10월 재보궐선거는 물론 내년 지방선거조차도 담보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반전의 카드’나 ‘회군 명분’을 찾기보다는 차라리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항복 선언’을 하는 게 바람직할지도 모른다.
아울러 이번 일을 계기로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원과 정당이 국회를 버리고 장외투쟁을 선택한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깨달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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