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무상보육 대란’ 발생한다면...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13-08-20 16:41:31
편집국장 고하승
내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문제가 다시 핫 이슈로 떠올랐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복지사업 확대에 따른 지자체 재정난을 그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는 지방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여야 각 정당의 정치적 이해득실이 깔려 있다.
사실상 아이들을 볼모로 소모적인 정치적 논쟁을 벌이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서울시는 지난 16일부터 무상보육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며 대대적 광고를 시작했다. 지방자치단체가 광고에서 대통령을 직접 거론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주말부터 시내버스 350개 노선, 지하철 1~4호선에서 동영상과 음성으로 시민들에게 무상보육 재정 고갈의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내용을 주입식으로 전달하고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옥외전광판·지하철 출입구, 유관기관 등 2만6000여개 장소에 포스터를 붙이는 등 그야말로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시는 호소문 형식의 글을 통해 "대통령님, '보육사업과 같은 전국단위사업은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것이 맞다'고 하셨던 그 약속을 꼭 지켜달라"며 "올해 대통령님 약속에 따라 정부와 국회의 일방적 결정에 의해 무상보육 범위가 전계층으로 확대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하늘이 두쪽 나도 서울시는 무상보육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무상보육 추가 재원 마련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25개 자치구는 당장 내달부터 재정 고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시가 비록 ‘하늘이 두쪽 나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장담하지만, 추경 편성을 하지 않으면 자치구가 백기를 들 수밖에 없는 극단적인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자 새누리당이 정부의 무상보육 국고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겨냥 비판의 화살을 날렸다.
새누리당 제5정책조정위원회 김현숙 부위원장은 20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시가 무상보육 책임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박 시장 눈에는 시민이건, 대통령이건 상관없이 정부에 생채기를 낼 생각과 서울시장 재선만 가득 차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서울시의 무상보육 책임은 서울시와 박 시장에게 있다"며 "무상보육은 총선 당시 여야가 국민들에게 약속한 사항으로 여야 합의로 0~5세까지 양육수당이 결정된 후 1조4000억원의 90%를 국비로 부담했는데 일방적으로 지방정부에 책임을 떠넘겼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은 서울시에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촉구했다.
서울시의 무상보육은 서울시가 지금이라도 추경을 편성하면 중단없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 특히 정부는 서울시가 추경을 편성하면 1455억원의 국비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재정자립도 1위인 서울시가 돈이 없다며 광역 지자체 중 유일하게 거부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강력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원순 시장은 8조원이 넘는 경전철을 서민을 위한 복지라고 추진하겠다면서 무상보육 예산은 한 푼도 없다면서 아이들을 복지 우산 밖으로 내몰고 있다"면서 "도대체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서울시 문제를 해결한다면 서울시와 박 시장은 존재 이유가 무엇이냐"고 쏘아 붙였다.
만일 박원순 시장이 끝내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고집한다면, 서울시에 ‘무상보육 대란’이 발생하는 것은 불 보듯 빤하다.
그로 인해 박 시장은 그 책임을 박 대통령에게 돌려 내년 지방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유할 수는 있을지 모르겠다.
실제 오세훈 전임 시장이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무산으로 낙마한 뒤 시정을 맡은 박원순 시장은 취임 후 '1호 결재'가 무상급식일 만큼 이 문제에 각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내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박 시장에게 무상급식에 이어 무상보육이 최대 이슈가 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박 시장으로서는 이를 이슈화하는 게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정략적 이해 때문에 수많은 어린아이와 그 부모들이 겪을 고통에 대해서도 한번쯤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장담하건데 정말 무상보육대란이 현실화 된다면, 서울시민들은 박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기 이전에 박 시장에게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
오히려 재정이 빈약한 다른 광역자치단체들은 추경을 편성하고, 보육대란을 슬기롭게 피해가는 데 재정자립도 1위인 서울시만 보육대란을 맞이한다면 그것은 박 시장의 무능 탓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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