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내란음모 사건과 민주당 책임론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13-08-30 15:55:09
편집국장 고하승
민주당은 ‘툭’하면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선다.
그래야만 장외투쟁을 끝낼 수 있다고 압박하기도 한다.
30일 서울광장 천막당사에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특히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전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장외투쟁은 연말까지 간다. 박 대통령이 국정원 사태에 사과하고 분명한 입장을 정리하라는 우리 요구를 거부하는 한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신경민 의원도 최근 한 방송과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사과해야만 장외투쟁이 끝난다”고 엄포를 놓았다.
실제 민주당 장외투쟁 현장의 핵심 구호 가운데 하나는 “박 대통령 사과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어떤 점을 사과해야 하는 것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냥 제1 야당의 입장을 생각해서 사과를 해 달라고 통사정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박 대통령이 뭔가 잘못을 한 것이 있기 때문에 사과를 하라는 것인지 아리송하기만 하다.
하지만 국민들 대다수는 지금 박 대통령이 아니라 민주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지 않을까?
지금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로 전 국민이 충격에 빠졌다.
국가정보원이 입수한 이른바 '이석기 녹취록'에는 "전시에 통신과 유류고에 타격을 주자", "평택 탱크는 니켈합금에 두께만 90㎝여서 총알로 뚫을 수 없다. 우리가 조사를 해놨다", "통신의 경우 가장 큰 데가 서울 혜화와 성남 분당에 있는 전화국인데 거기는 쥐새끼 한 마리 못 들어갈 정도" 라는 등의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이석기 의원 등은 지난 5월, 남북관계가 상당히 경색되어 있던 바로 그 시점, 그러니까 전쟁 발발 가능성이 우려되던 바로 그 시점에 모여 이 같은 논의를 했던 것이다.
이런 녹취 내용이 공개되자 한국석유공사는 바로 전국 비축기지(지역별 지사)에 방호 강화 지침을 내리는가하면, 지침에 따라 기지별 순찰간격을 좁히고 정문 통제 및 외부인 출입제한 등 시설보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한다.
KT 역시 지난 29일부터 테러대비 특별 비상근무에 들어갔으며, KT는 다음 달 4일까지 비상근무 체제로 전환, 4000여명의 근무인원들이 유·무선 네트워크를 24시간 집중감시하고 긴급복구조를 편성해 현장에 대기하도록 했다는 소식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국민들은 지금 ‘어떻게 저런 사람이 국회의원이 될 수 있었느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정말 어떻게 그런 사람이 금배지를 달 수 있었을까?
사실은 민주당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4.11 총선 당시 이석기 의원이 몸답고 있는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라는 명분으로 손을 잡았다.
민주당은 이석기 의원 등 통합진보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상당히 많은 지역에 자당 후보를 내지 않았고, 그로 인해 종북논란을 빚고 있는 통합진보당이 단숨에 원내 제 3당이 될 수 있었던 것 아니겠는가.
만일 당시 민주당이 그들과 후보 단일화를 하지 않았다면 통합진보당이 이렇게 큰 세력으로 자리 잡지도 못했을 것 아니겠는가.
만일 대선 직전에 통합진보당의 본질이 폭로되지 않았다면 대선 때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와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연합했을 지도 모른다. 총선에서 연합했던 세력이 대선 때라고 연합하지 못할 까닭이 없는 것이다.
만일 그렇게 해서 문재인-이정희 연합 세력이 대선에서 이겼다면, 어떻게 됐을지 정말 생각만해도 끔찍한 일 아니겠는가.
대한민국을 전복하려는 세력들이 청와대와 국가의 중추에 들어갔다는 상상만으로 몸서리가 처진다.
따라서 민주당은 이에 대해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를 해야 한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그런데도 사과를 하지 않는 것을 보면, 혹시 내년 지방선거에서 통합진보당과 단일화를 하려는 꿍꿍이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민주당은 입버릇처럼 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국민 앞에 머리숙여할 쪽은 대통령이 아니라, 이석기 의원과 같은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준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기에 앞서 먼저 자신부터 되돌아보고 국민 앞에 머리숙여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