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이정희 ‘농담’ 해명 맹비난
최경환 “뻔뻔한 모습에 분노”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13-09-05 16:45:39
이언주 “국민 눈높이와 차이”
천호선 “농담 같지는 않았다”
[시민일보]이른바 ‘농담’ 해명을 한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5일 여야 각 정당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앞서 이 대표는 전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12 녹취록에 나오는 ‘총기’ 발언에 대해 ‘농담’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녹취록에는 분반토론의 발표자가 '총은 부산에 가면 있다'고 발표하면서 총을 만들자고 말한 것으로 나오는데, 실제로 분반토론 때 이 말을 한 사람은 농담으로 한 말인데 발표자가 마치 진담인 것처럼 발표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 대표 등을 비롯해 진보당 관계자들의 말이 오락가락 하고 있다"며 "심지어 총 관련 발언은 농담이었다는 얘기까지 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이선기 의원이 체포동의안이 가결되고 난 이후에 개선장군 하듯이 행실을 했다"며 "이석기 의원의 뻔뻔한 모습에 분노를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의원이 체제전복 내란음모 혐의 자체를 받았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지지자들한테 영웅처럼 환호를 하는 것들은 국민정서와 전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언주 원내대변인도 이날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해 "국민들의 눈높이와 굉장히 차이가 있다고 본다"며 "농담이라 하더라도 어떻게 이런 농담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이 원내대변인은 "중요한 것은 이석기 의원이 일반적인 국민이 아니고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다"라며 "그런 분이 그것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했다는 건 아주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농담이라 할지라도 전체적으로 처음엔 말소라고 했다가 매수됐다는 주장을 펴다가 급기야 농담이라고 하기에 이르렀다"며 진정성과 신뢰 추락을 지적했다.
그는 또 이석기 의원의 혐의에 대해 "혐의와 범의의 부분은 사법부가 판단할 것이다. 다만 절차가 제대로 진행되는지 피해자의 인권 등이 잘 보장되는지는 당연히 감시를 할 것"이라며 "녹취록 등의 내용이 굉장히 상식에 반하는 것이라는 점은 충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통합진보당에서 분당한 정의당의 천호선 대표 역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녹취록을 읽어본 누가 봐도 진정한 토론이었다. 실제 발표자들이 장난을 치거나 농담을 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며 "전체적인 강의와 토론내용이 이른바 전쟁을 맞받아치기 위한 전쟁준비를 하자라는 것이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진보당의 말 바꾸기 논란에 대해서도 "처음에 당황해서 그럴 수 있고 숨기고 싶었을 것이다. 그 당시 논의했던 내용이 공식적으로,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정치 노선과 사상과 다르기 때문"이라며 "그래도 국민들을 속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이정희 대표의 ‘농담’ 해명에 대해 여야 모두 한목소리로 비난하고 나섰지만,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을 둘러싼 각 정당의 견해차는 뚜렷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원내외 병행투쟁과 관련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와는 수시로 만나서 대화를 하고 해법을 찾으려고 하고 있지만 지금 민주당 쪽에서 생각하는 정상화 조건이 너무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책임을 넘겼다.
그는 또 "국정을 제대로 운영했는지 안 했는지 감시하는 것이야말로 야당이 국민들을 위해서 해야 될 본연의 임무"라며 "이런 임무들을 팽개치고 지금 장외투쟁 하는 것에 대해서 국민들이 공감을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우리 입장에서 이해가 안 되는 (민주당의) 요구들을 수용가능 한 안으로 만들 수 있는 노력들을 해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이언주 원내대대변인은 민주당의 종북세력 국회진입 책임론에 대해 “과도한 정치적 공세”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 의원이 야권연대를 통해 지역구에서 당선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진보당의 이름을 걸고 당 지지율에 따른 비례대표로 당선됐다”며 "이것을 야권연대 때문에 됐다는 것은 불쾌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정의당 천호선 대표는 이석기 사태에 대해 “우리도 책임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같은 진보정치를 추구해온 세력으로서 이런 부끄러운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 그것을 국민들 앞에서 수사 받을 것을 촉구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이 굉장히 힘들었다"며 "저희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천 대표는 지난해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부정 논란과 관련, "그때 만약에 이런 문제를 저희가 알았다면 좌시하지 않고 이것을 바꾸려고 노력을 했었을 것"이라며 "당시 거기까지 이르지 못하고 분리되어 나온 데 대해서 이제 바깥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한계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신시대의 회귀라는 주장과 관련, "국정원이야말로 똑같이 헌법과 민주주의를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거대한 국가기관이 선거에 개입해서 민의를 왜곡한다는 것은 중대한 거대한 국가 범죄"라며 "이런 행위를 정당화 합리화시켜 주는데 이석기 의원 등이 한 것 아니냐 그런 자성의 빌미를 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정원과 서로 공생하는 것 아니냐 하는 비판이 있을 정도로 지금 일반적인 상식, 현명한 태도 증식적인 태도 이런 것은 사라지고 양 극단의 논쟁만 있는, 양 극단의 상황을 국정을 이끌어 나가는, 그런 것만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그는 "통합진보당 내에서 억울한 게 있을 수 있다고 보지만 국민들께 그동안 진실을 얘기하지 않았던 부분, 그리고 결국엔 이 내용들이 국회의원으로서 적절하지 않았다는 것을 사과하는 것이 첫 번째"라며 "두 번째는 수사과정에서 옳지 않은 것은 당당하게 밝히면서 철저하게 협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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