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원칙’이 아니라 ‘타협’이 필요하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13-09-11 15:14:02


편집국장 고하승


앞서 지난 4일 출국해 3박4일간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러시아를 방문한 박 대통령은 곧바로 7일부터 이날까지 4박5일간의 베트남 국빈방문 일정을 모두 마쳤다.


물론 순방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국내정치는 여전히 꼬여 있다.


여야는 현재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사태 후 정국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양보 없는 혈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격한 발언과 설전으로 대치정국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국정과제 수행을 위해 126개 중점법안을 처리해야 하는데 민주당의 도움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야당과 합의가 있어야만 법안들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원내외 병행 투쟁을 선언한 상황에서 마냥 장외투쟁에만 매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듯 국민들이 민생을 외면한 채 투쟁에만 매몰돼 있는 민주당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국회로 복귀할 마땅한 명분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극단적인 여야 대치국면을 누가 해소할 수 있을까?


새누리당의 황우여 대표나 민주당의 김한길 대표가 직접 만나서 대화로 정국경색의 실타래를 풀어준다면 좋겠으나, 아무래도 현재 상황을 볼 때 그런 기대는 하기 어려운 것 같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지금 민주당은 박 대통령이 나서서 이 문제를 풀어주기를 학수고대 하고 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서 외교에 비해 내치에 대한 국민의 점수가 낮은 만큼 국내문제도 적극 살펴야 한다"며 사실상 자신이 제안한 ‘여야 영수회담’을 받아들라고 읍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병원 원내대표 역시 "이제 박 대통령이 국민과 야당의 목소리를 경청할 때"라며 영수회담을 받아 달라는 뜻을 피력했다.


새누리당 중진 의원들도 한 목소리로 "박 대통령이 정국을 풀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재오 의원은 "당 지도부가 노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최고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인제 의원도 "야당이 현실적으로 광장을 떠나 국회로 돌아올 명분 찾기 위해 골몰하고 있는 것 같은데 명분은 빨리 만들어 주는 게 좋다"며 "대통령은 국가원수, 정부 수반, 국군 통수권자라는 헌법적 지위를 떠나서 최고 정치지도자, 좁게는 여권의 최고 정치지도자"라고 말했다. 즉 민주당이 제안한 여야 영수회담을 받아들이라는 뜻이다.


최경환 원내대표 역시 청와대 회담 성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민주당의 ‘여야 영수회담’ 요구는 조금 억지스러운 측면이 있다. 입법 사법 행정이 엄격하게 분리된 대한민국에서 맞지 않는 요구이기 때문이다.


즉 여야 영수회담이라면, 황우여 대표와 김한길 대표가 만나는 게 맞다.


그럼에도 필자는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실타래처럼 엉켜 있는 경색정국을 풀어주기를 바란다. 불행하게도 현재 우리나라에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정치인은 박 대통령 한 분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의 대화의 문을 연다면 민주당에게 장외투쟁 회군의 명분을 주는 동시에 정쟁보다는 타협의 정치를 택했다는 의미를 던져줄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물론 ‘타협의 정치’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입법 사법 행정의 분리라는 ‘원칙의 정치’만 고집할 경우 대치국면은 장기화 할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손해를 보는 것은 국민들 아니겠는가.


따라서 이번만큼은 박 대통령이 ‘원칙’을 접고, ‘타협’의 길로 나와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것은 ‘민주당을 위해서’가 아니라, 박 대통령이 그토록 아끼고 사랑하는 ‘국민을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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