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은 국민을 두려워하라

황흥룡 통일교육진흥연구원 원장

황흥룡

| 2013-09-25 16:42:29

▲ 황흥룡 통일교육진흥연구원장

우리 정치에서 타파해야 할 것은 난무하는 흑백논리이다.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 즉 전부(全部)가 아니면 전무(全無)'라는 극단의 흑백논리가 우리 정치를 지배한지 이미 오래 되었다.



권력을 잡은 쪽은 전부를 갖고 권력을 잃은 쪽은 모두를 잃어버리는 것이 한국의 특징적 정치현상이다.


그것은 우리의 오랜 정치관행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전부를 잃은 쪽은 극한의 상황에서 투쟁을 앞세우고 반대를 소리치게 되는 것이다. 이런 흑백논리의 와중에서 협상과 타협 양보와 관용의 정신이 살아날 리가 만무하다. 정치세력 간에 토론문화가 실종되고 국회의사당 안에서 표결문화가 정착되지 못한 것도 이와 같은 흑과 백의 무한대치가 지속되기 때문이다.



‘나만 옳고 너는 그르다’라는 식의 이분법적인 사고로는 국가대사에 대한 초당적 협력을 이끌어낼 수가 없고 국익을 앞에 두고 정치권의 공동보조를 기대할 수가 없는 것이다.



정치란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집단을 대변하면서 조화와 중용을 이끌어내는 고도의 예술행위이다.



흑이 따로 있고 백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흑과 백이 겸손과 관용과 협력으로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 정치가 살아난다.



이러한 흑백논리는 정치제도의 측면에서 볼 때 대통령중심제의 구조 하에서 매우 심각한 양상을 띠게 된다. 대통령중심제라는 권력의 독점구조 아래에서 ‘올 오어 낫싱’은 필연적인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인 것이다.



흑백논리는 우리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도 국민정신의 쇄신을 위해서도 반드시 추방해야 할 해악이다.

지금 우리 정치에 있어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덕목은 정치가 국민을 무서워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의 한국정치가 국민으로부터 박수를 받지 못하고 불신을 당하고 있는 것은 우리 정치가 국민을 두려워할 줄 모르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민심은 곧 천심’이라고 한다. 우리 정치인들도 곧잘 인용하는 문구이다. 그러나 과연 지금까지 국민을 하늘처럼 여기고 두려워했는지, 국민이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국민을 진정으로 두려워했다면 오늘의 우리정치가 이 모양이 되었을까? 오늘의 정치는 그리고 오늘의 정치인은 국민을 진정으로 두려워 할 줄 알아야 한다.



정치사(政治史)의 한 장 한 장을 엮어갈 때마다 ‘피플 파워(People Power)'의 거대한 힘을 기억하고 국민을 대해야 할 것이다.



이제 입으로는 국민을 내세우면서 마음에는 국민이 안중에도 없는 그런 거짓된 정치행태는 과감히 버려야 한다.



또한 우리 다 함께 지역분열과 지역대결의 늪을 빠져나와 지역 병을 깨끗이 치유해야 한다. 그래서 지역의 벽을 크게 뛰어넘어 국민 대통합의 위대한 성취를 이룩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 정치에 희망이 있고 21세기 이 나라에 장래가 있다.



국민을 하늘과 같이 위하고, 하늘과 같이 두려워하며, 국민을 두려워할 줄 아는 마음이야말로 정치개혁을 명령하는 국민의 뜻을 받드는 밑바탕이 되어야 하고, 국민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나라를 이끌고 있는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지도자들의 따뜻한 손길이 우리 대한민국 국민 한 분, 한 분에게 다가가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