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혼외아들 의혹’ 해법 없나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13-09-25 17:09:19
편집국장 고하승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을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 문제에 대해 ‘고위공직자의 도덕성 규명의 문제’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검찰의 독립성 문제’라는 주장도 있다.
또 ‘조선일보가 아무런 근거 없이 그런 기사를 썼겠느냐’는 의견과 ‘채동욱 검찰총장이 정정보도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보아 오보일지도 모른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과연 어느 쪽 주장이 맞는 것일까?
그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 일일까?
사실 국민들이 생각하는 해법은 아주 간단하다.
채 총장이 조선일보의 ‘혼외아들 의혹’ 보도에 대해 지난 24일 “명백한 오보”라며 정정보도 소송을 제기했는데, 굳이 그럴 필요조차 없다.
그냥 채 총장의 내연녀 의혹을 받고 있는 임 모씨가 아들의 머리카락을 조금만 잘라서 유전자 검사를 받도록 하면 진실은 금방 밝혀진다.
채 총장 자신이 이미 ‘유전자 검사를 받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그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임씨가 언론사에 보낸 편지내용을 보면, 자신의 아들이 사실은 채 총장의 아들이 아닌데 전혀 엉뚱한 사람이 아버지로 잘못 기재돼서 채 총장에게 피해를 끼친 것으로 돼 있다.
그렇다면 임씨는 채 총장에게 굉장히 미안한 상황 아니겠는가. 그로인해 검찰총장 자리가 위태한 지경에 이른 만큼, 채 총장이 어떤 요구를 하더라도 들어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무리한 요구를 할 필요도 없다. 그냥 임씨 아들의 머리카락을 아주 조금만 잘라서 유전자 샘플로 보내달라면 된다.
만일 이렇게 간단한 일에 임씨가 응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아, 임씨의 아들이 채 총장의 혼외 아들이 맞구나’하고 생각할 것이다. 그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이다.
그런데 법적으로 깊이 들어가면 상황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아주 복잡해진다.
실제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사실의 부존재’를 증명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자가 존재를 수긍할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할 부담을 지도록 하고 있다.
즉 채 총장은 ‘혼외자식이 아니다’라고 주장만하면 되는 것이지, 굳이 유전자 검사 결과를 제출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조선일보가 합리적인 소명자료를 제출해야 하는데, 제시한 소명자료의 신빙성에 조금이라는 의문이 있으면 안 된다.
그런데 조선일보의 기사 내용을 보면, 믿을 수 있다고 판단한 제 3자들로부터 기자가 전해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작성돼 있다. 따라서 그것이 사실존재의 결정적 근거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견해가 있다.
또 임씨가 소송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 협조에 응하지 않더라도 그로 인해 채 총장이 불리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즉 임씨가 유전자 검사 요구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국민은 ‘혼외 아들이 맞다’고 판단하겠지만, 법은 ‘조선일보가 혼외아들이 맞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증명하지 못했다’며 채 총장의 손을 들어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 채 총장은 그걸 빌미로 자신이 진실규명에서 이겼다고 선전할 수도 있다.
물론 지금 필자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하고 이 글을 쓰고 있다.
왜냐 하면 임씨가 굳이 유전자 검사에 협조를 안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 그런 일이 현실로 벌어질 경우 ‘국민의 상식’과 ‘법원의 판단’이 이처럼 극명하게 엇갈릴 수도 있다는 점은 씁쓸하기 그지없다.
그런 불행한 일이 현실로 나타나기 전에 채 총장이 직접 나서서 유전자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자신으로 인해 혼란에 빠진 정국을 바로 잡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아울러 채 총장은 법무부 감찰에 정정당당하게 임해 주기 바란다. 감찰에 협조하는 것은 공무원의 당연한 의무인데, 검찰총장이라고 해서 감찰을 거부한다면 그것을 어찌 공인으로 올바른 태도라 하겠는가.
모쪼록 조속한 시일 내에 유전자 검사가 이루어지고, 그로 인해 ‘채동욱 혼외아들 블랙홀’에 빠진 정국이 원만하게 수습되기를 바란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