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민생국감" vs 野 "정권실정"
새정부 첫 국감, 여야 ‘불꽃대결’ 예고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13-10-13 12:15:23
[시민일보] 박근혜정부 출범이후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14일 대장정의 막을 올린다.
20일간 일정으로 진행되는 이번 국감에서 국가정보원 개혁안,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미(未)이관, 기초연금 공약후퇴 논란, 4대강사업 평가 등을 놓고 여야가 한 치의 양보 없는 격돌을 예고하고 있는 상태다.
◇국정원 개혁안 논란= 국정원 개혁안은 이번 국감의 주요 쟁점 중 하나다.
따라서 국정원 소관 상임위인 정보위원회에서는 국정원 개혁 방안을 둘러싸고 여야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대공수사권 유지 여부를 놓고 시각차가 첨예한 만큼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달 중으로 국정원이 자체개혁안을 내놓으면 여야는 이 개혁안의 내용을 바탕으로 찬반 논쟁을 벌이게 될 공산이 크다. 일각에서는 국정원 자체개혁안에 정치개입 금지와 대북, 대공수사권 강화 등 내용이 담겨 있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이 같은 국정원 자체개혁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야당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신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각 당 차원의 국정원 개혁안을 제시하면서 국회 주도의 개혁에 동참하라며 새누리당을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내놓은 개혁안에는 국정원의 조직을 북한과 해외정보만 다루는 통일해외정보원 내지 해외정보원으로 축소하는 방안이 담겼다. 또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정보수집권과 수사권으로 분리하고 이 중 수사권 부분을 검찰과 경찰의 공안부에 넘긴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1조원 규모의 국정원 예산에 대한 국회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 현행 대통령 직속인 국정원을 국무총리실 산하기관으로 바꿔 대통령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방안 등이 민주당과 정의당의 개혁안에 포함됐다.
이 같은 내용의 방안을 새누리당은 조목조목 반박하며 반대의견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을 이관하겠다는 것은 곧 국정원을 폐지하겠다는 주장과 다름없다는 게 새누리당의 의견이다.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은 국정원에 대한 예산 통제 역시 국정원 공작업무의 특성을 파악하지 못한 결과라며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처럼 첨예한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는 탓에 여야가 이번 국감은 물론 정기국회 기간 안에 국정원 개혁 관련 입법에 합의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대화록 미이관 논란= 이번 국정감사 기간 중 국회 정보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등 상임위에서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국가기록원 미이관 등을 둘러싸고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법사위 소속 여야의원들은 법무부와 서울중앙지검 국감에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 등을 상대로 대화록 미이관 의혹 수사 상황을 묻고 각 당의 입장에 근거해 공세를 펼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은 참여정부 청와대 당시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의원을 즉각 소환조사해야 한다며 검찰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새누리당 의원들은 참여정부 청와대 기록물 관리체계인 'e지원'을 통한 대화록 삭제 의혹을 제기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 인사를 상대로 책임론을 부각시킬 계획이다.
아울러 새누리당은 대화록과 관련해 ▲원본을 삭제한 '사초 폐기' ▲사초를 이관하지 않은 '사초 은닉' ▲개인 사저로 가져간 '사초 절취' ▲국가 기밀을 개인 사저로 가져간 '국가기밀 유출' ▲ 국민을 속이고 기만한 '사기 행위' 등 5대 불법사항을 거론하며 민주당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민주당은 검찰의 대화록 수사 내용 흘리기 문제를 지적하며 법무부와 검찰을 공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민주당 내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은 검찰의 최근 수사방식과 언론대응 방식을 2009년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와 비교하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고 있다.
또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문재인 의원 책임론 주장을 반박하는 데도 힘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 청와대 당시 비서실과 정책실, 안보정책실이 독립되고 동일한 위상을 갖고 있었다는 점을 설명하며 문 의원이 대화록 관련 청와대 결재라인에서 벗어나 있었음을 강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대화록 미이관을 놓고 공방하는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의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여부를 둘러싸고 여야가 재차 설전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대화록 미이관 문제는 법사위뿐만 아니라 정보위원회에서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남재준 국정원장이 최근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여야가 합의할 경우 대화록 음성파일을 공개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한 탓에 대화록 음성파일 공개를 둘러싸고 여야간 힘겨루기가 펼쳐질 전망이다.
음성파일과 관련해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국정원이 보관 중인 대화록 음성파일을 공개하는 것만이 노 전 대통령 NLL포기발언 공방을 마무리지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NLL이 여전히 수호되고 있다는 점, 대화록이 e지원 안에서 발견됐다는 점을 근거로 NLL포기발언 공방을 이제 중단하자고 새누리당에 요구하고 있다. 동시에 음성파일을 통해 포기발언 여부를 확인하자는 새누리당의 요구 역시 정쟁의 일환으로 평가절하하고 있다.
외교통일위원회에서도 대화록 관련 사항이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북한이 박근혜 대통령의 방북 당시 발언을 공개할 수도 있다며 음성파일 공개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외통위 여야의원들은 음성파일 공개에 따른 대북관계 영향을 놓고 논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초연금 공약 후퇴 논란= '기초연금 공약 후퇴' 문제는 진영 복지부장관의 사퇴로까지 번진 터라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새누리당 대선 공약집에도 '기초연금 도입 즉시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과 중증장애인에게 현재의 2배 수준으로 인상하여 지급'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 당선 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는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되, 소득수준 및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해 차등지급하는 방침이 발표됐다. 대선 공약집과는 다른 내용이었다.
최근 논란이 된 정부의 최종안은 소득 하위 70% 노인들에게만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해 차등지급하겠다는 것으로, 인수위안 보다도 한 발짝 후퇴했다는 평이 나온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애초 공약 설명이 잘못됐던 것이지, 후퇴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권 내에서 조차 당초 공약이 선거를 의식해 과장되게 짜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야당은 이번 국감에서 기초연금 공약 후퇴 논란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김성숙 국민연금연구원장, 김상균 국민행복연금위원장, 김경자 전 국민행복연금위원 등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 '연금 전쟁'을 예고했다.
특히 국민행복연금위원회는 정부가 내놓은 기초연금 최종안의 틀을 만든 기구라는 점에서 소속 위원들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의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진 장관이 기초연금·국민연금 연계방침에 반발, 사퇴한 점과 관련해 청와대 최원영 고용복지수석과 김기춘 비서실장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려 했지만 여당의 반발로 무산됐다. 기초연금 관련 논의가 별 다른 성과 없이 끝날 것이라는 한계론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4대강 사업 평가 논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최대 쟁점은 4대강 사업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4대강 사업 관련 증인을 무더기로 채택하며 강도 높은 검증을 벼르고 있고, 새누리당은 각종 자료를 근거로 반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4대강 사업 가운데 대운하 재추진을 염두에 둔 4대강 논란, 건설사 담합 문제,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 등을 놓고 여야가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 공약'을 포기하겠다고 밝힌 이후에도 대운하 재추진을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을 설계했다고 강하게 몰아붙일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4대강 수심이 6m로 깊어졌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민주당 윤후덕 의원은 국감에 앞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4대강 사업이 대운하 전초사업으로 변경되는 과정을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당시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이 직접 주도하고 총괄했다"며 "4대강 사업은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새누리당에서는 4대강 전체 중 수심 6m 구간이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민주당 주장에 반론을 펼 전망이다.
새누리당 강석호 의원실은 "4대강 사업구간 가운데 수심 6m 구간은 28%에 불과하다"며 "강수량을 감안해 물그릇을 크게 키우기 위한 것이 아니겠느냐.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수심을 6m로 지시했다는 민주당 주장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4대강 담합 사건에 대해서도 질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감사원의 4대강 감사를 통해 부실공사가 진행된 것이 드러난 데다 장석효 전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4대강 사업 참여업체들에게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대형 건설사 임직원들도 대거 기소된 상황이다. 민주당은 관련 증인을 무더기로 채택했다.
실제 김중겸 전 현대건설 사장, 서종욱 전 대우건설 사장, 이진국 금호산업 국내영업본부장, 이충우 SK건설 토목영업본부장, 이태일 포스코건설 상무, 조대선 삼성중공업 토목사업총괄 상무, 이동주 쌍용건설 토목사업부상무 등이 증인으로 불려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인 허창수 GS그룹 회장도 증인 출석을 요구받은 상태다.
하지만 허 회장이 실제 증인 출석 요구에 응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을 경우 위원회의 고발을 통해 3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게 된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는 국토교통위 뿐만 아니라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감사, 정무위원회의 공정위 감사에서도 집중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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