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 제스처 내미는 북한

황흥룡 통일교육진흥연구원 원장

황흥룡

| 2013-11-11 16:11:22

개성공단 재가동으로 신뢰의 첫 단추를 꿰면서 순항할 듯 보였던 남북관계가 북측의 일방적인 이산가족 행사 연기 통보로 또다시 갈등관계가 재연되고 있다. 북한은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으로 후퇴한 책임을 남쪽에 떠넘기고 대남 비난을 강화하면서 선전전을 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기남 노동당 비서는 10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노동당 총비서 추대 16주년 중앙보고대회에서 남북관계가 엄중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남쪽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10월 들어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북한의 비난도 부쩍 늘었고 그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조선신보는 1011일 박근혜 대통령을 실명으로 비난하는 이유에 대해 상대방의 각성을 촉구하는 하나의 충격요법이라고 주장하였다.


조평통 대변인은 1012일 통일부가 그들의 최고 존엄과 체제를 모독하고 있다며 징벌하겠다고 위협하였다. 그리고 대남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 TV는 박근혜 대통령을 유신 스타일이라고 조롱한 풍자 동영상까지 게시하였다.북한의 이 같은 비방 중상과 위협적 태도로 인해 남북 간에 대결과 불신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최근 북한이 밖으로 보내는 일련의 메시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북한 당국은 지난해 11월 관광객을 인솔해 함경북도 나진으로 들어갔다가 길거리에서 꽃제비를 촬영했다는 이유로 억류돼 반공화국 적대범죄 혐의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특별교화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던 케네스 배 모친의 방북(1010~14)을 허용하였다.


케네스 배가 건강이 악화되어 입원해 있던 평양친선병원에서 그 모친은 3번에 걸쳐 그를 면회할 수 있었다. 1017일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 정례브리핑에 따르면 북한은 배씨 가족과 전화 통화도 허용하였다.지난 8월 말 케네스 배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로버트 킹 미국 북한인권특사를 초청하기로 했다가 마지막 순간 철회하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대외적으로 인도주의 정신을 부각시켜 경색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풀어보려는 손짓으로 보인다.한편 북한은 1025일 우리 국민 6명과 함께 유해 1구를 판문점을 통해 귀환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북한이 이번에 억류한 우리 국민을 전격적으로, 그것도 판문점을 통해 귀환을 허용한 것은 다분히 자신들의 인도주의 배려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1024일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장 명의의 전통문을 통해 이들의 귀환 사실을 통보하였고 우리 적십자사에 인도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범죄를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하였으므로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관대히 용서하고 가족이 있는 남측 지역으로 돌려보내기로 했다는 1025일자 조선중앙통신의 보도에서도 북한의 의도가 읽혀진다.북한은 우리 국민 6명의 송환 통보에 앞서 이날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들의 국정감사 기간 개성공단 방문도 동의하였다. 비록 탈북자 출신인 조명철 새누리당 의원의 방북은 거부했지만, 매우 이례적인 태도임에는 틀림없다.이와 같은 북한의 최근 일련의 움직임을 어떻게 볼 것이며, 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북한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자신들의 지속적인 도발행위로 안보위기가 최고조로 달한 순간 역설적으로 대화국면으로의 전환을 모색한 바 있다.


이번에도 남북관계가 악화되는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일련의 유화 제스처를 취해 나온 이면에는 대화를 바라는 북한의 속내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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