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신당’과 ‘국민동행’, 그리고 손학규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13-11-12 16:36:45
편집국장 고하승
‘민주와 평화를 위한 국민동행’ 핵심 참가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안철수 신당 합류설’을 부정하고 있다.
국민동행 발기인으로 참여한 인명진 갈릴리 교회 목사는 12일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신당 합류설’에 대해 “그러려면 내놓고 정당 만드는 데 참여를 하지 왜 국민운동을 하겠다고 했겠느냐”며 “그런 일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국민동행 출범에 앞장선 권노갑 민주당 상임고문도 전날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안철수 의원은 당을 만들면 안 된다”며 “야권 분열을 막기 위해서라도 안 의원이 민주당에 들어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당합류는커녕 신당이 만들어져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국민동행 핵심관계자들의 말은 전혀 다르다.
실제 국민동행 발기인 명단에 이름을 올린 한 인사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창당한 신당이 정치혁신에 대해 우리와 같은 생각이라면 함께 갈 수도 있다”고 신당 합류설에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심지어 다른 인사는 “신당 후보로 전남지사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김효석 전 의원의 참여는 안철수 의원 측에서 파견한 형식이고 김영춘 의원은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과 가까운 인연”이라며 “안철수 신당은 국민동행은 물론 손 고문과의 연계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 된 것으로 해석하면 된다"고 단정했다.
즉 국민동행은 물론이고 손학규 고문까지도 안철수신당에 합류한다는 뜻이다.
인명진 목사나 권노갑 고문처럼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 놓고 하는 공개적인 발언보다도 익명을 요구한 발언이 더 신뢰가 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물론 익명은 정치적 고려 없이 자신의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당연히 진실에 더 가까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국민동행의 인적구성이나 손 고문의 최근 행보를 볼 때에 신당합류설에 더욱 무게가 실리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국민동행에는 권노갑ㆍ김덕룡ㆍ이부영ㆍ이우재ㆍ이창복ㆍ정대철 전 의원등 1980년대 '민추협' 멤버인 동교동, 상도동 일부 인사들과 인명진 목사, 김영춘ㆍ김효석ㆍ이계안ㆍ장세환 전 의원 등 33명이 함께하고 있는데 이들 가운데 어떤 형태로든 안 의원과 인연을 맺고 있는 인사들이 수두룩하다.
실제 이계안·조배숙·장세환 김효석 전 의원 등은 안철수 의원 측 인사들로 꼽히고 있다.
특히 국민동행의 대표인 김덕룡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 등도 안철수 의원에게 매우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무리 권고문과 인 목사가 신당합류 가능성을 부인하더라도 그 발언에 무게가 실리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런 현실적인 이유들 때문이다.
손학규 고문도 신당 합류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익명을 요구한 한 인사는 “손학규 고문이 이번 경기도 화성갑 출마제의를 고사한 것도 안철수 신당 합류를 고려한 판단"이라며 손 고문의 '신당행'을 기정사실화 했다.
그런데 국민동행의 안철수 측 인사들로 꼽히는 이계안·조배숙·장세환 김효석 전 의원 등은 모두 민주당이 친정이다. 민주당 간판을 달고 금배지를 달았던 전직 의원들이다.
더구나 손 고문은 아직까지 민주당 당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왜 수많은 유력인사들이 두 번이나 집권한 50년 전통의 민주당에 등을 돌리고, 신당주변을 맴돌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민주당에 밝은 미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 6일 전국 유권자 7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표본오차 95%신뢰수준 ±3.7%P)를 실시한 결과, 안철수 신당 지지율은 22.6%로 민주당의 13.2%보다 9.4%포인트나 높게 나타났다.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자면 아직 창당도 안 된 안철수 신당이 민주당을 밀어내고 야권의 제1당이 되는 것이다.
특히 안철수 신당이 출연할 경우 지지율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민주당으로 9.8%포인트가 하락했다. 야권 지지성향의 유권자들이 민주당 보다 신당을 더 선호하고 있다는 뜻이며, 이는 결과적으로 민생을 외면하고 정쟁을 일삼는 민주당이 신당 창당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이 같은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면, 국민동행과 손 고문은 물론 당내 비노(非盧, 비노무현) 인사들의 민주당 탈출러시가 현실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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