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안철수 신당’

고하승

| 2013-11-14 16:17:15

편집국장 고하승


내년 6월 지방선거가 끝나면 민주당이나 ‘안철수 신당’, 두 정당 가운데 어느 한 정당은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고 두 정당이 모두 살아남으려면, 후보단일화를 이루어 절반씩 지분을 양보해야만 하는데, 그 경우 야권은 차기 대권의 꿈을 아예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사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신당에 비해 지지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후보단일화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반면 차기 대권을 꿈꾸는 안철수 신당은 후보단일화가 독약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어서 신중할 수밖에 없다.



실제 민주당은 10·30 재·보궐선거에서 참패 후유증을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범야권 연석회의’라는 것을 선택했다. 민주당이 이 연석회의를 선택한 것은 안 의원과 특검을 고리로 공조하고, 내년 6월 지방선거와 7월 재·보선에서는 신당과 후보단일화를 이루려는 의도가 숨어 있을 것이다.



안 의원이 신당을 창당해 내년 지방선거에 독자적으로 참여할 경우 민주당이 설 자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결과 역시 민주당이 어려움에 처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11월 첫째주 주간집계에서, 안철수 의원이 신당을 창당할 경우 새누리당이 42.5%, 안철수 신당이 21.7%, 민주당은 15.0%로 각각 나타났다. 이 결과만 보면 제 1야당인 민주당이 아직 창당도 안 된 신당에게 야권 맏형 자리를 빼앗긴 셈이다.



이 조사는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5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다.



신당과 민주당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를 한참 벗어난 것이다.



비록 현재 지지율이 비록 낮더라도 미래에는 오를 것이라는 희망이라도 가질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런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다.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이 야당으로서 역할 수행을 ‘잘 못한다’는 부정 평가가 6월 61%→7월 69%→8·9월 72%→10월 77%로 시간이 흐를수록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민주당으로서는 어떻게든 신당과 후보단일화를 이루어 제1야당의 체면이라도 유지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그러나 차기 정권창출을 꿈꾸는 안철수 신당으로서는 도저히 그럴 수가 없다.



안 의원이 비록 연석회의에 참여했지만 민주당과는 철저히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실제 안 의원은 연석회의에 대해 “사안별 협력일 뿐 연대는 아니다”라고 선을 긋는가하면, “연석회의에는 참석하지만 이번 한 번만”이라고 못을 박기도 했다.



한마디로 연석회의가 ‘신야권연대’의 신호탄이 아니라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안 의원은 민주당이 특검 관철을 위해 국회 일정 거부와 예산안 처리를 연계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국민이 원하지 않는 방법으로 목표를 관철하지 않겠다는 협의도 필요하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국민으로부터 부정 평가를 받고 있는 민주당과 후보단일화를 이루는 것이 신당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차기 대권에 장애가 될 것이라고 판단한 때문일 것이다.



사실 여론조사를 보면 비록 최근까지 안철수 의원이 차기 대권과 관련하여 가장 잠재력 있는 정치인으로 꼽히고 있으며, 출범도 되지 않은 안철수 신당에 대한 정당지지도가 여전히 제1 야당인 민주당보다 상당히 높게 나오고 있다.



과거 호남지역은 민주당이 공천하는 사람이면 무조건 당선되었지만, 최근 호남민심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안 의원과 안철수 신당에 대한 기대와 지지 성향이 엿보이고 오히려 민주당을 앞서는 분위기까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호남을 제외한 다른 지역, 특히 수도권의 경우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분열하고도 새누리당을 이길 수 있느냐 하는 점이 문제다.



어쩌면 이게 안철수 신당이 안고 있는 딜레마일지도 모른다.



민주당과 계속해서 적대적 관계를 갖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덥석 손을 잡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경쟁이냐, 연대냐, 조만간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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