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선거 정당공천폐지, 새누리 '느긋', 민주당 '다급'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13-11-25 11:34:50
與 "아직까지 찬반의견 양립… 민주당, 설익은 밥 국민에 내놓으려 해" 신중
野 "朴대통령 대선공약 포함됐던 만큼 공약이행 차원서 결단을" 연일 압박
일각선 "野, 安 창당과 무관 안해"
[시민일보]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새누리당은 물론 창당도 되지 않은 안철수 신당에게도 크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나자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카드를 다시 꺼내들고 나섰다.
새누리당은 여론수렴을 앞세워 느긋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진척이 수월해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공천제 폐지가 포함됐던 만큼 공약 이행 차원에서 결단을 내리라며 연일 공세를 펴고 있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결성해 지방선거 관련 규칙을 조속히 확정해야 한다"며 새누리당을 압박하는 모습이다.
정당공천제 폐지와 관련, 민주당이 강공으로 선회한 배경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지방선거에서 부담을 덜고자 하는 지도부의 꼼수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25일 여의도 정가의 한 인사는 “당초 기초선거 공천폐지를 당론으로 정해 놓고도 잠잠했던 민주당이 뒤늦게 공천폐지 칼을 다시 빼 든 것은 신당창당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민주당이 지방선거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이 폐지될 경우 김한길·전병헌 지도부는 기초선거 성적에 따른 정치적 책임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기초공천이 폐지된 상황에서 민주당 소속인 현역 광역단체장과 광역의회의원들이 절반만 당선해도 ‘절반의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점도 감안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방선거 전 안철수신당이 등장할 경우 기초공천 폐지는 민주당에게 더더욱 손해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며 “기초공천제를 폐지하면 창당 후 각 지역, 특히 호남에서 바람을 일으키려는 안철수신당의 활동반경을 크게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은 최근 민주당 박기춘 사무총장의 양당 사무총장 회담 제안을 일축하면서 “민주당이 설익은 밥을 국민께 내놓으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정당공천제 폐지문제는 아직까지 찬반 의견이 양립돼 있으며 중대 사안인 만큼 폭넓은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신중론을 폈다.
이 같은 새누리당 대응은 기초공천제를 유지하는 것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기초공천제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안철수신당이 창당되면, 수도권과 호남에서 신당과 민주당이 각축전을 벌이게 되고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이 어부지리 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은 지난해 대선 당시 기초공천 전면폐지를 공약을 내세웠지만 지난 8월 입장을 바꿔, 내년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에 한해 정당공천을 폐지해보고 성공여부에 따라 차기 기초단체장 선거까지 확대적용하자는 이른바 '단계적 폐지'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정가 주변은 세력화 과정에 관한 현실적 고민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신당이 창당되더라도 당 기반이 취약한 상태에서 기초의회 단위까지 후보를 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으며, 이것이 안 의원의 입장을 바꾸는 요인이 됐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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