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의원, 억울하지 않다
고하승
| 2013-12-01 15:25:47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1219, 끝이 시작이다’라는 제목의 자서전을 오는 9일 출간한다.
문 의원은 서문에서 “이 책을 꼭 써야할지를 놓고 많은 고민을 했지만, 패배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패배를 거울삼아야 하기 때문에 집필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2012년 이루지 못한 것이 2017년으로 미뤄졌다 생각하고, 새롭게 시작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패배에서 교훈을 얻고, 패인을 극복한다면 약이 될 수 있다”며 “이제는 패배를 보는 시각도, 패배에서 얻는 교훈도 모두 2017년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패배를 보는 시각이 자신에 대한 ‘반성’ 보다는 여전히 ‘억울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실제 문 의원은 대선패배 요인에 대해 “한마디로, 평소 실력 부족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준비 부족으로 인한 것이었다”고 말하면서도 “국정원의 대선공작과 경찰의 수사결과 조작 발표 등의 관권 개입이 더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전적으로 제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을 총체적으로 놓고 보면, 저는 역시 준비와 전략이 부족했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그 밤(투표일 밤), 저 자신의 쓰라림보다 선거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곳곳에서 통음(痛飮)하며 아파하고 있을 수많은 사람들을 떠올렸다. 먹먹했다. 그들의 아픔이, 남은 밤 동안 가슴을 짓눌렀다”고 말했다.
즉 겉으로는 자신의 패배요인에 대해 ‘실력부족’, ‘준비와 전략 부족’ 때문이라고 말하면서도 ‘관권 개입’ 때문이라는 점을 은근히 부각시키는가하면, ‘선거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운운하는 방식으로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실제 그는 국정원 불법 대선공작 사실을 언급하면서 “사실 규명을 막기 위해 공공연하게 저지르고 있는 사법방해 행위들이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면서 “과거 독재정권들도 하지 못했던 사상초유의 일”이라며, “어떻게 하든지 진실을 덮으려고 하는 박근혜 정부의 대응이 오히려 정통성에 대한 공격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 사실상 전면전을 선포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독자세력화를 선언한 안철수 의원에 대해서도 은근히 평가절하 했다.
실제 문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보여준 건, ‘민주당만으로는 안 되지만 민주당 없이도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정당 정치의 현실”라며 “대안 정당을 만들려는 노력이 상당한 성공을 거둔다고 해도, 현실 정치 속에서 압도적인 새누리당과 맞서려면 결국은 언젠가 민주당과 힘을 합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결국 대안 정당을 만들려는 노력과 민주당을 혁신하는 노력이 서로 경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따라서 그 두 가지 길을 놓고 문 의원은 민주당을 혁신하는 길 외에 다른 선택을 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문 의원의 자서전 내용은 대단히 작위적이고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MB(이명박)와 박근혜 대통령 간의 갈등이 얼마나 심각했었는지는 국민들이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MB 측근들이 장악한 국가기관에서 박 대통령 당선을 위해 선거에 개입했다면 그것은 지나가던 소가 웃을 노릇이다.
단지 국가기관에 근무하는 공무원 가운데 일부가 박근혜 당시 후보가 좋아서 개인적으로 그를 지지하는 글을 올렸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것이 문제라면 그것은 그 개인의 문제이지, 국가기관전체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그런데도 문 의원은 마치 그것 때문에 자신이 패배라도 한 듯 지나치게 사건을 부풀리고 있다.
즉 말로는 대선패배가 자신의 부족 때문이고 하면서도 실제는 남 탓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그렇게 해야 차기 대권주자로 나서는데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남을 탓하면서 거기에서 무슨 패배의 교훈을 얻고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겠는가.
민주당이, 그리고 문 의원이 희망을 가지려면 좀 더 솔직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의 야권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문 의원이 얼마나 많은 잘못을 했는가. 그에 대한 반성은 왜 자서전에 기록하지 않았는가.
과연 이런 전략적 자서전에 진정성이 담겨 있다고 믿을 국민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다시 말하지만 문 의원의 대선패배는 사필귀정이었다. 따라서 문 의원은 더 이상 ‘질질’짜면서 억울해 하는 모습을 연출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그럴수록 자신의 지지율은 물론 그가 속한 민주당 지지율도 덩달아 추락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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