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안철수, 정당공천 폐지 ‘오락가락’

고하승

| 2013-12-11 16:28:46

편집국장 고하승


내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신당 창당을 서두르고 있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공천폐지 문제를 놓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 당시에는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했었다.

실제 그는 지난해 10월 8일 경북 경산 진량읍 대구대학교 성산홀에서 열린 초청 특별강연회에서 “(공천 개혁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시군구 의회의 정당 공천을 폐지해야 한다”면서 “그런데도 폐지를 못하는 이유는 큰 기득권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올해 8월 28일에는 '기초선거 단계적 정당공천 폐지'를 제안하고 나섰다.

그는 당시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과 함께 주최한 '지방자치 정착·재정분권 확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공천제 폐지는 점진적·단계적 폐지 실시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정당공천 폐지는 1차적으로 기초의원 선거에 한해 적용하고, 순수한 주민자치 정신과 지역발전에 부합할 경우에 그 다음 선거에서 2차로 기초단체장까지 확대 적용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그 제안도 확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실제 그는 지난달 13일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정당공천 폐지’를 촉구했다. 민주당이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조속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여야 사무총장 회담을 제안한 지 하루만이다.

안 의원은 당시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세미나에서 “정당공천제 폐지는 정치가 국민들의 약속을 얼마나 지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리트머스시험지라고 생각한다”며 “민주당 새누리당 대선 공통공약이 공천제 폐지였던 만큼, 폐지해야 한다. 그것을 안 지키면 정치가 당리당략에만 몰두하고 국민들과의 약속에는 관심 없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민주당과 새누리당의 대선 공약은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정당공천 폐지’였다. 결국 안 의원의 입장이 또 한 번 바뀐 셈이다.

그런데 그게 끝은 아니었다.

이번에는 기초단체 가운데 ‘인구 100만 이상, 또는 행정구가 있는 곳은 공천’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철수신당 준비기구인 새정치추진위의 금태섭 대변인은 11일 기초단체장 공천 배제 논란과 관련, “기초의회 선거에서 있어서는 정당공천을 배제하고 기초단체장은 원칙적으로 배제하되 다만 인구 100만이 넘거나 혹은 행정구가 있는 곳은 정당공천을 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결국 안 의원은 ‘기초의원 정당공천 폐지’에서 '기초선거 단계적 정당공천 폐지'로, 그리고 ‘기초단제장과 기초의원 공천폐지’로 바뀌는가싶더니 이번에는 ‘인구 100만 이상, 또는 행정구가 있는 곳 공천’쪽으로 입장이 계속 바뀌고 있는 것이다.

대체, 왜 이렇게 입장을 자주 바꾸는 것일까?

아마도 안철수신당 창당 문제와 관계가 있을 것이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주장하는 것은 정치권에서 흔히 있는 일로 이를 나무랄 생각은 없다. 그게 ‘무슨 새정치냐’하고 비판할 생각도 없다.

다만 안 의원이 이 문제에 대해 정말 깊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우선 기초의원만 공천을 배제하고 단체장은 공천을 유지하는 문제는 이미 위헌판결이 난 것 아닌가?

안 의원이 처음에 그런 주장을 했다가 뒤늦게 철회하고 입장을 바꾼 것은 나중에 그런 사실을 알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두 번째의 '기초선거 단계적 정당공천 폐지'제안은 너무나 황당하기 그지없다.

안 의원은 ‘1차적으로 기초의원 선거에 한해 적용하고, 순수한 주민자치 정신과 지역발전에 부합할 경우에 그 다음 선거에서 2차로 기초단체장까지 확대 적용하자’고 제안했는데, 그 반대의 경우가 나타나면 어쩌려는가.

즉 공천폐지시 지역발전을 가져오기는커녕 되레 각종 병폐가 나타날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는 말이다. 이 문제가 어린애 장난도 아닌데, 대통령을 꿈꾸는 정치인이 이처럼 한번 해보고 잘되면 확대하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발언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태도인지 묻고 싶다.

특히 ‘인구 100만 이상, 또는 행정구가 있는 곳 공천’ 제안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같은 기초단체인데, 단순히 인구가 많고 적음에 따라 차별한다면 그거야말로 위헌소지가 있는 것 아닐까?

정치지도자가 무슨 말을 할 때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그런데 안 의원은 정당공천폐지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너무 가벼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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