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안철수 프레임’에서 벗어날까?
고하승
| 2013-12-26 15:32:15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내부에서 ‘위기론’이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추진위원회(새정추)’가 26일 광주에서 신당설명회는 갖는 등 민주당 전통 텃밭에서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이날 오전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와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이 몰락의 위기에 처해있다"며 "만약에 지방자치선거에서 대패하고 호남에서 지지를 잃어버리고 국민들의 지지율이 지금과 같은 상태를 답보한다면 민주당 자체가 없어지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김 의원의 이 같은 우려가 결코 엄살은 아니다.
최근 ‘제 1야당’이라는 민주당의 지지율이 아직 창당도 안 된 이른바 ‘안철수신당’ 지지율의 1/3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등 바닥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갤럽이 전국 만19세 이상 남녀 1207명을 전화조사해 지난 20일 발표한 12월 셋째주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8%p)를 보자.
안 의원이 신당을 창당하면 어느 정당을 지지할 것이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35%는 새누리당, 32%는 ‘안철수신당’을 꼽았다.
민주당이라는 응답자는 고작 10%에 불과했다.
대체 민주당이 왜 이처럼 무기력해진 것일까?
여러 가지 요인이 이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민주당이 줄곧 ‘안철수 프레임’에 갇힌 나약한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안철수 의원 측이 민주당을 ‘구체제, 구사고, 구행태 산물’로 규정해도 민주당은 제대로 반격조차하지 못했었다.
실제 안철수 의원은 26일 오전 광주 서구 상무지구 NGO센터에서 열린 '새정치추진위원회 광주설명회'에서 민주당을 겨냥, "새정치에 대한 열망을 야권 분열로 이야기하거나 (우리와) 함께 하는 인물들을 폄훼하는 것은 기득권적 시각의 발로이며 구체제, 구사고, 구행태의 산물"이라고 비판했다.
그런가하면 "지역주의에 안주하고 혁신을 거부하며 상대방을 폄훼하는 낡은 정치는 이제 호남에서 거둬달라"고 사실상 민주당을 ‘혁신거부 세력’으로 폄훼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민주당 소속 인사들 가운데 상당수는 신당 눈치를 보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실제 민주당 소속 강운태 광주시장은 같은 날 오전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방선거 전에 민주당과 안철수 세력이 통합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설훈 의원은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진보당을 제외하고 민주당과 정의당, 안철수 신당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민주당 독자적으로는 결코 승리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국민들 앞에서 시인하는 무기력함을 드러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민들이 그런 정당에 지지를 보내지 않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나마 뒤늦게라도 민주당 내부에서 신당과 ‘연대’ 보다는 ‘대결’구도로 돌아서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은 기대할만한 일이다.
민주당 박기춘 사무총장이 이날 <시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호남에서는 후보를 따로 내더라도 수도권에서는 신당과의 단일화를 예상하는 기류가 있었지만 이제는 정면승부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라며 "연대에 기대는 것보다 자생력을 갖고 근육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게 낫다"고 연대 가능성을 차단한 것
을 두고 하는 말이다.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도 최근 "민주당과 안철수신당은 혹시라도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단일화, 연대에 의지해서 치르겠다는 안이한 생각을 해선 안 된다"며 "민주당은 연대와 단일화로 선거를 미봉하기보다 자기혁신을 통해 승리의 길로 나가야 한다.
편법으로 나눠가지면 이번 지방선거는 이길지 모르나 다음 정권은 우리에게서 멀어질 것이다. 60년 전통의 제1야당의 자부심을 갖고 정정당당하게 나가는 것이 승리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안철수 프레임’에서 벗어나려는 이 같은 민주당의 몸부림이 성공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너무 때 늦은 감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국민들에게 안철수 프레임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홀로서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각인시켜줄 필요가 있다. 어쩌면 그것이 민주당 생존을 위한 마지막 방법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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