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신당과 통합"vs. "연대"vs. 정면승부"··· 민주당 우왕좌왕
통합론-연대론-대결론 목소리 제각각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13-12-27 11:17:38
[시민일보]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신당 창당 작업이 가속화되면서 민주당에서는 '신당'과의 관계를 놓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강운태 광주시장 등 지방선거 이전 신당과의 통합을 주장하는 기류가 있는 반면 설훈 의원 등 또 다른 일각에서는 지방선거에서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또 이용섭 의원 등은 수도권과 호남을 분리해서 신당과 수도권에서는 연대, 호남에서는 경쟁하는 체제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문재인 의원은 27일 지방선거에서는 경쟁하고 차기 총선 이전에 통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박기춘 사무총장은 사실상 신당과 ‘정면대결’을 선언한 상태여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양당(민주당, 신당)이 대결구도 상태에서 치러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통합론= 강운태 광주시장은 전날 송·신년 기자회견에서 “안철수 신당은 내년 지방선거전 민주당과 통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신당 창당에 대해 “현재 대한민국 정치를 평가해 보면 대부분이 낙제점을 주실 것이고 흔히 불통의 정치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새 정치의 욕구가 강해졌다”면서도 “하지만 이같은 국민적 요구가 곧바로 신당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 “야권을 놓고 보면 민주당을 개혁해 민주당이 좀 더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 태어나는 것이 새 정치에 보다 근접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강운태 시장은 "대통령중심제에서 양당체제는 세계적으로나 정치사를 보더라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특히 과반을 점하고 있는 여당에 대응하기 위해서 강력한 야당이 필요하다. 과연 안철수 신당이 여·야와 분리되고 독립적인 상태에서 제 3의 지대에 서 있는 가에 대해 회의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당의 출현은 자칫 야권 분열로 이어져 가뜩이나 어려움에 처한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의 힘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강운태 시장은 “무엇보다 안 신당이 지향하는 가치와 민주당의 지향점이 큰 차이점이 없다”면서 “과거에 보면 창당준비위원회까지 만든 다음에 당 대 당, 1대1로 통합한 전례가 많이 있었고 충분한 시간이 남아있으니 민주당과 안철수의 새정치 세력이 통합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통합론자로 알려진 천정배 전 의원도 향후 새누리당에 맞서 정권교체를 하기 위해선 민주당과 안철수 무소속 의원 측이 손을 잡고 ‘새로운 정당’을 탄생시켜야 한다며 거들고 나섰다.
천정배 전 의원은 지난 9월 광주에서 열린 ‘새정치아카데미’ 강연에서 “민주당과 안철수 세력이 힘을 합쳐 개혁 정치 세력이 모두 모이는 ‘개혁적 국민정당’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 (정권교체로 가기 위한)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친노계 핵심, 홍영표 의원도 최근 평화방송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의 비전과 철학을 갖고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고 그것에 동의하면 안 의원이 민주당을 포함한 정당 내에서 대표를 왜 못하겠느냐" 면서 “안철수 의원이 민주당에 입당한다면 대권후보도 당권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안청수 의원이 입당하는 형식으로 신당과 통합하자는 주장이었으나 당내에서는 그다지 무게가 실리지 않는 분위기다.
박준영 전남도지사 역시 최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통합하는 순간, 안철수 신당은 민주당 기득권에 함몰될 우려가 큰데 통합을 하겠느냐”고 반문하면서 "현재 민주당은 좌쪽으로 너무 갔고 안철수 신당은 옛 민주당 수준이다. 서로가 다른 만큼 통합은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대론= 민주당 내에서는 신당과의 통합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일단 지방선거에서 후보단일화 등 선거연대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한동안 주목을 받았다.
대표적인 주자가 설훈 의원이다.
설훈의원은 최근 YTN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지금 정의당, 그리고 안철수 의원이 만들려고 하는 당 그리고 민주당, 이 3당이 합쳐서 하나의 조직체가 된다면 아마 (지방선거에서) 싹쓸이할 것”이라며 “연대를 해야 된다”고 밝혔다.
원내대표를 지낸 박지원 의원도 “힘이 없는 야당은 연합연대해서 또는 통합을 해서 선거를 치르는 것이 원칙”이라고 힘을 보태는 형국이다.
전략홍보본부장을 맡고 있는 민병두 의원 역시 민주당과 신당이 지방선거에서 야권 연대 없이 각각 완주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입장이다.
특히 이용섭 의원은 수도권과 호남을 분리해 수도권에서는 신당과 연대하고 호남에서는 경쟁하는 지역분리론을 들고 나섰다.
이용섭 의원은 최근 “호남에서는 안철수 신당과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하고, 수도권·충청에서는 철저한 연대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용섭 의원은 “호남에서는 시대적 화두를 고민하기 보다는 ‘민주당에 줄만 잘 서고 민주당 공천을 받으면 당선된다’는 민주당 위주의 마인드가 널리 있다”며 “민주당이 안철수 신당과 호남에서 경쟁하게 되면, 민주당도 개혁을 해야 지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경쟁 능력을 키우게 될 것”이라며 ‘호남 경쟁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그는 “수도권과 충청권에서는 연대 없이 야권이 승리하기 어려운만큼 연대해야 한다”고 ‘수도권연대론’을 동시에 제기했다.
그러나 강운태 광주시장은 이 같은 지역분리론에 대해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호남에서 경쟁하고 수도권에서 연대하면 된다고 하는데 국민이 이를 새로운 정치로 받아들이겠느냐”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대결론= 최근 민주당의 흐름은 지방선거에서 안철수신당과의 한판 승부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문재인 의원은 이날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의 연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일축했다.
그는 “안철수 의원이 신당 창당을 준비하는 것은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지방선거에서 곧바로 연대가 쉽겠느냐”고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지방선거에서 각자 따로 가면서 경쟁하는 단계를 거치다 보면 '이런 식으로 가면 서로 어려울 수 있다'는 반성도 나올 것이고 그럴 때 서로 힘을 모으는 식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며 “적어도 다음 총선(2016년) 이전에는 그런 단계로 가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추미애 의원도 이날 오전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신당간 연대에 대해 "대구·영남, 부산에서 집권당을 견제하는 힘을 얻지 못하고 못난이 경쟁을 한다면 민주당도 안 되고, 신당도 안 되고 할 것"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어 "(안철수 의원에 대한 지지가) 영남과 다른 지역에서의 (새누리당과의) 경쟁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지지해 주는 것은 아니다"며 "민주당이 못하는 것에 대한 반사적인 편승도 있는 것"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특히 그는 안철수 의원의 '민주당 때리기'에 대해 “신당이 민주당을 때렸다고 (바로) 호남이 신당을 사랑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박기춘 사무총장도 전날 <시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호남에서는 후보를 따로 내더라도 수도권에서는 신당과의 단일화를 예상하는 기류가 있었지만 이제는 정면승부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라며 "연대에 기대는 것보다 자생력을 갖고 근육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게 낫다"고 '안철수 신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차단했다.
앞서 손학규 고문도 최근 "민주당과 신당은 혹시라도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단일화, 연대에 의지해서 치르겠다는 안이한 생각을 해선 안 된다"며 "국민은 민주당도, 신당도 정정당당하게 국민의 평가를 받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고 연대론을 강력비판한 바 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연대와 단일화로 선거를 미봉하기보다 자기혁신을 통해 승리의 길로 나가야 한다. 편법으로 나눠가지면 이번 지방선거는 이길지 모르나 다음 정권은 우리에게서 멀어질 것"이라면서 "60년 전통의 제1야당의 자부심을 갖고 정정당당하게 나가는 것이 승리의 길"이라고 강조했었다.
안철수 신당 측도 민주당과 통합이나 연대보다는 대결구도로 나아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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