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민주당의 고질병 ‘야권연대’
고하승
| 2014-01-03 16:00:37
민주당은 아무래도 ‘야권연대’라는 고질병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민주당이 패배한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가 무소속으로 출마한 안철수 후보와의 ‘야권연대’를 성사시키기 위해 그의 눈치를 보기에 급급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80여명의 의원을 거느리고 있는 제1야당인 민주당이 단기필마로 출마한 안 후보의 눈치를 보느라 그의 공격에 제대로 반격조차 못하고 있는 민주당의 태도가 국민들에게는 한심스럽게 보였을 것이고, 그것이 결국 대선 패배의 요인이 됐다는 말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필자는 “어쩌면 ‘안철수’라는 불쏘시개가 민주당을 태워 잿더미로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실제 민주당 경선 당시 국민의 관심은 싸늘했다.
예비경선을 통과한 5명의 후보들이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모바일선거인단 모집이 당초 예상치의 절반 수준도 안될 만큼 매우 저조했다.
민주당이 안철수 교수와 후보단일화를 기정사실화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2부 리그’에 불과한 민주당 경선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멀어진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당시 민주당이 먼저 안철수 후보와의 연대는 없다고 선언하면서 치열한 당내 경선을 벌었더라면 경선이 국민의 관심을 끌었을 것이고, 대선 결과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민주당은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같은 과오를 되풀이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철수신당과의 연대에 목을 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소속 안희정 충남지사는 3일 한 방송에 출연해 "이현세 선생의 책 제목처럼 공포의 외인구단을 따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안철수 신당이 기성야권과의 연대 없이 새로운 정치의 틀을 만들기는 힘들다”고 야권연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주당 설훈 의원도 최근 YTN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지금 정의당, 그리고 안철수 의원이 만들려고 하는 당 그리고 민주당, 이 3당이 합쳐서 하나의 조직체가 된다면 아마 (지방선거에서) 싹쓸이할 것”이라며 야권연대의 당위성을 강조했고, 같은 당 박지원 의원도 “힘이 없는 야당은 연합연대 또는 통합을 해서 선거를 치르는 것이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다보니 국민의 관심은 민주당에서 멀어지고 안철수신당 쪽으로 급격하게 쏠리고 있다.
아직 창당조차 안 된 신당을 향해 연대를 애걸복걸하는 정당의 수권능력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 안철수 신당 창당 시 정당지지율은 SBS 조사에 의하면 새누리당 39.8%, 안철수 신당 26.3%, 민주당 8.9%였다(응답률 14.7%, 신뢰수준 95%, 허용오차 ±3.1%p).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의 무려 3배가량이나 높은 수치다. KBS의 조사 역시 마찬가지다.
새누리당 40.6%, 안철수 신당 30.3%, 민주당 12.7%(응답률 17.9%, 신뢰수준 95%, 허용오차 ±3.1%p)로 민주당은 제 1야당의 체면을 구기고 말았다.
그러다 만일 신당이 연대를 하지 않고 독자후보를 내면, 민주당은 그 때가서 신당을 공격할 수도 없고 난감한 상황에 빠지고 말 것이다. 물론 지방선거에서 신당에게 제1야당의 자리를 내주는 수모를 당할 것이고, 어쩌면 민주당은 그로 인해 와해 될 지도 모른다.
현실적으로도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안철수신당 창당을 서두르고 있는 새정추가 야권연대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계안 새정추 공동위원장은 이날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연대 대상이 아니라 심판의 대상이자 개편의 대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효석 공동위원장 역시 “민주당과 새누리당을 넘어서려고 하는 마당에 그런 정당과 연대한다는 얘기는 맞지 않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민주당도 그런 당당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이 최근 “국민은 민주당도, ‘안철수 신당’도, 정정당당하게 국민의 평가를 받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며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은 혹시라도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단일화, 연대에 의지해 치르겠다는 안이한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특히 손 고문은 “민주당은 연대와 단일화로 선거를 미봉하기보다 자기 혁신을 통해 승리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지난 대선 때 안철수 의원의 눈치를 보느라 나약한 모습을 보였다가 패배한 것처럼,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안철수신당에게 연대나 구걸하는 한심한 모습을 보였다가는 민주당의 운명을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다. 민주당이 당당하게 일어서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야권연대’의 고질병을 치유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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