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업무추진비는 내 돈?

권익위, 부당 집행 행위 다수 적발...행동강령 조례제정도 미흡

이대우 기자

nice@siminilbo.co.kr | 2014-01-07 14:57:39

[시민일보] 지방의회의원 상당수가 업무추진비를 자신의 자택 인근에서 사용하는 등 의정활동 외 용도로 사용한 사실이 적발됐다.

7일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이성보)에 따르면, 권익위가 지난해 10월부터 12월에 걸쳐 전국 17개 광역의회 중 8개 의회를 표본 선정해 현지에서 행동강령 이행실태를 점검한 결과 조사대상인 8개 광역의회 모두에서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

일부 의원의 경우 업무추진비의 사용이 금지된 노래방, 주점 등에서 사용하거나, 사용이 제한되는 공휴일이나 심야시간대(23시 이후)에 개인적으로 사용한 사실이 적발됐다.

국민권익위 관계자는 “8개 광역의회의 업무추진비 집행 실태를 분석한 결과, 지방의원들 중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들에게만 지급되는 업무추진비의 대부분(67%)이 식사비용으로 사용되었으며, 일부 의원은 업무추진비 예산의 본래 목적인 소속 의회나 상임위원회 운영과는 관계없이 자신의 자택 인근에서 사적 활동을 위해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권익위 실태조사에서 나타난 지방의원의 행동강령 위반 사례는 다음과 같다.

▲ 모 시의회 모 위원장은 자택 인근에서 친분이 있는 구의원 및 구청직원들과 식사비용을 업무추진비로 집행(14건, 177만원) ▲ 모 시의회 부의장은 자택 인근 지역에서 의회 의정활동과 관계없이 간담회 명목으로 숙박비 45만원을 업무추진비로 집행 ▲ 모 도의회 모 위원장은 자택 인근 지역에서 ‘지역주민과의 간담회’ 명목으로 지인과의 식사비용을 업무추진비로 집행(29건, 49만원) ▲ 모 도의회 모 위원장은 ‘상임위 의정활동 협조자 간담회’ 등의 명목으로 직무수행과 관계없이 공휴일 및 심야시간에 자택 인근 주점 및 노래방에서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사용 (61건, 382만8400원) ▲ 모 구의회 의원 12명은 ‘의정활동 업무 추진’ 명목으로 업무추진비를 사용해 ‘11. 2. 3.이후 최근까지 총372건, 2613만원 어치의 유류를 개인 차량에 주입함 ▲ 모 시의회 등 6개 의회는 각 1,000∼4,600만원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해 설·추석 등에 ‘명절선물 및 격려품’ 명목으로 고가의 선물을 구매하여 동료 의원 및 의회 사무처 직원 등과 나눔 (전체 업무추진비 예산의 평균 17%) ▲ 모 도의회 부의장은 개당 19만5000원인 전복선물세트 12개(234만원)를 구매하여 동료 의원 9명과 도청 국․과장 3명에게 선물로 제공 ▲ 모 도의회 모 위원장은 2012년 12월 및 2013년 4월 등 2회에 걸쳐 소속 위원 15명에게 개당 20만원인 한우선물세트를 격려품으로 제공 (총600만원) ▲ 모 도의회 전·현직 의장은 업무추진비를 현금화하여 2011년 2월 이후부터 현재까지 비서실 직원들(5명)만을 대상으로 42회에 걸쳐 격려금을 지급(총 715만원) ▲ 모 도 의장단은 업무추진비를 사용해 ‘000 콘서트’ 등 지역 언론사 주관 공연권 총 38매를 구입하여 사무처 직원에 배포 (총 365만원) ▲ 모 도 의장단은 ‘도의원 및 직원 격려’등의 명목으로 와인, 화장품 등의 선물세트를 구입해 동료의원 및 사무처 직원들에게 배포 (총 1236만원) ▲ 모 시의회 모 의장은 소속지역 유력인사들의 모임인 ‘00회’ 회비를 업무추진비로 납부 (1건, 66만2320원) ▲ 모 군의회 모 의장은 소속지역 내 기관장 친목단체인 ‘00회’ 회비를 업무추진비로 납부 (5건, 67만5000원)

한편 지방의원은 소속된 상임위원회의 직무와 직접 관련된 사항에 대한 심의·의결을 회피해 하지만, 영향력 행사 및 이권개입이 용이한 집행기관 위원회에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한 사실들도 적발됐다.

실제 모 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 소속 의원 5명은 집행기관인 소속 시의 도시계획위원회에 참석하여 70건을, 같은 상임위 소속 의원 4명은 건축위원회에 참석하여 31건을, 또 다른 의원 4명은 도시재정비위원회에 참석하여 12건의 상임위 직무와 직접 관련된 안건을 심의 의결했다.

또 지방의원들은 회계 관련 규정에 따라 신용카드 전표별로 집행일시, 장소, 대상자 등을 명확히 하여 각각 품의를 해야 하지만, 관련 품의 및 증빙자료도 없이 예산을 집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실제 도의회는 소속 의원의 업무추진비 집행 시 개별 품의서나 관련 영수증 등의 예산집행 자료를 요구하지 않고, 월 2회 신용카드사로부터 제공되는 대금청구서를 통해 일괄로 지출하면서 업무추진비의 집행대상 및 집행목적을 허위로 기재하는 등 회계 관련 규정을 미 준수했다.

국민권익위 관계자는 “이번 점검을 통해 확인된 행동강령 위반사항을 해당의회에 통보해 위반자에 대해 부당하게 집행된 업무추진비는 환수하는 한편 재발방지 개선대책 마련을 요구했다”며 “또한 전국 244개 지방의회에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통보하여, 의회 스스로가 의원 행동강령을 준수하여 공정하고 투명한 의정활동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의원이 준수해야 하는 구체적 행위기준인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이 이미 '11년 2월부터 대통령령으로 시행되고 있고, 지방의회는 ‘의회별 의원 행동강령’을 제정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총 244개중 기초의회 50곳(전체의 22%)만이 자체 ‘의원 행동강령’ 조례를 제정해 운영하고 있을 뿐이며, 17개 광역의회중 조례를 제정한 곳은 전무한 실정”이라며 “지방의원 스스로가 청렴성 제고를 위해서는 ‘의회별 의원 행동강령’ 조례를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총 244개 지방의회(광역 17개, 기초 227개) 중 22%인 50개 의회만 행동강령조례를 제정했으며, 광역의회는 단 한 곳도 없다.

서울은 25개 차지구 의회 가운데 송파구, 은평구 ,성북구의회 등 3곳만 행동강령조례를 제정했다.

이대우 기자 nice@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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