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風에 놀란 與野, ‘중진 차출론’ 솔솔
‘선당후사’ 요청에도 중진들 모두 ‘손사래’...출마예정자 반발도 걸림돌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14-01-09 12:18:47
[시민일보]안철수 의원이 여당 텃밭인 대구와 친노 진영의 심장부인 봉하마을을 찾아 지지를 호소하는 등 신당 창당 움직임을 본격화 하고 나서자, 여야의 반응이 한층 민감해진 분위기다.
특히 새누리당에 이어 민주당 내부에서도 중량감 있는 중진을 차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하지만 여야 모두 차출이 거론되는 인사들이 ‘손사래’를 치고 있어 중진출마가 현실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민주당의 경우는 당내 출마예정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의 경우 지도부의 공식 입장이 나온 건 아니지만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차출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 당내 일각에서 전북도지사에 정동영 상임고문, 전남도지사에 박지원 전 원내대표, 대전시장에 박병석 국회 부의장이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일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안 의원 측에서 전남도지사 후보로 민주당 김효석 전 의원, 전북도지사 후보로 민주당 강봉균 전 의원을 출마시킬 경우 중진으로 맞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아직은 그냥 설에 불과하지만 당을 위해 중진들이 나서야 하는 상황이 실제로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동영 상임고문은 "지방선거에 출마할 생각이나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고, 박지원 의원 역시 "전남지사 선거 출마를 생각해 본 적도 없고 그렇게 말한 적도 없다"고 일축했다.
새누리당 소속의 염홍철 대전시장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무주공산이 된 대전에서도 박병석 국회부의장 차출설이 거론되고 있지만, 박 부의장은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중진 차출론에 대한 출마예정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전남도지사에 도전장을 내민 4선의 이낙연 의원은 '중진 차출론'과 관련해 "일각에서 말하는 중진차출론은 옳지도 않고 당에 도움을 주지도 못한다"면서 "당 지도부가 이를 조속히 중지시키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날 논평을 통해 "차출론은 전략공천을 뜻한다. 전략공천은 기존후보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되는 불가피한 경우에 당 의결기구가 신중히 의논해 결정하는 것" 이라면서 "그러나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며 최근의 여론조사를 보면 당의 기존후보가 어느 경우에도 큰 차이로 이긴다는 조사결과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데도 기존 후보로는 승리하지 못할 것처럼 전제해 차출론을 말하는 것은 당 후보군의 경쟁력을 해치고 당원들을 불안하게 하며 당에도 손해를 주게 된다"면서 "전략공천은 국민의 뜻에도 맞지 않으며 그런 밀실공천 방식이 국민이 바라는 정치방식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전북도지사 후보로 나서는 유성엽 의원 측도 “안철수 신당이 가장 바라는 게 구도상 쉽게 이길 수 있는 정동영 상임고문의 등장일 것”이라며 “이제 우리도 지역 요구를 받아들여 젊고 일하는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도 중진 차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폭넓게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큰 꿈을 꾸고 있는 당사자들의 반발로 난항이 예상된다.
앞서 새누리당 지방선거 사령탑인 홍문종 사무총장은 6·4 지방선거와 관련, "당이 필요로 한다면 누구든지 언제든 희생할 각오로 임해야 한다"며 '중진 차출론'을 제기했다.
새누리당 상임고문단도 최근 열린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신년하례회에서 이구동성으로 “(홍문종 사무총장의)중진 차출론은 맞는 말”이라며 "경쟁력 있는 인물을 차출해서 지방선거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홍 사무총장에게 “지방선거 걱정이 많다. 이대로 가면 진다. 부산만 해도 분위기가 어렵다. 도대체 지방선거 다 망칠 셈이냐”라며 “이번 지방선거는 시도당에만 맡겨 놓아서는 안 된다. 중앙에서 적극 개입해서 이슈를 끌어낼 수 있는 경쟁력있는 인물들을 선거에 내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하순봉 전 의원도 “몇 군데만 이기는 선거는 의미 없다. 안일하게 대처하면 정권도 어렵게 된다”며 “더 강하게 ‘차출론’을 밀어붙여서 반드시 이기는 선거를 만들어야한다”고 주문했다.
새누리당 중진차출 대상으로는 서울시장 후보에 정몽준 의원, 김황식 전 국무총리, 권영세 주중대사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불출마선언으로 무주공산이 된 경기도지사 후보로는 남경필 의원이, 인천시장 후보로는 황우여 대표가 각각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차기 대권을 노리는 정몽준 의원 측은 “서울시장 선거 불출마 의사에는 변함이 없다”고 일축했다.
차기 원내대표를 향해 뛰고 있는 남경필 의원 역시 당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으며, 국회의장을 꿈꾸는 황우여 대표 역시 불출마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충남도지사 후보로 떠오른 이인제 의원도 CBS라디오에 출연, 차기 당권 도전을 시사하면서 중진 차출론에 대해선 “그런 생각은 꿈에도 해본 일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관계자는 “여권이 만약 지방선거에서 패할 경우 당의 요구를 거부한 중진 의원들이 정치적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대권, 당권, 국회의장, 원내대표의 큰 꿈이 무산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영란 기자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