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서 '집행유예' 선고
지적장애 아들과 동반자살 시도한 '우울증 아버지'
박기성
pks@siminilbo.co.kr | 2014-01-16 18:08:12
[시민일보]국민참여재판에서 지적장애아들과 함께 자살하려다 미수에 그친 60대가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윤강열)는 살인미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 모씨(66)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평결 결과를 참고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앞서 김씨는 지난해 8월 자신의 집 베란다에서 장남(32·지적장애 2급)과 함께 목을 맸다가 때마침 차남이 집에 와 발견하면서 미수에 그쳤다.
이는 2012년 아내가 유방암으로 사망하고 정년퇴직한 상태에서 경제적 도움을 주던 차남마저 결혼해 분가하면서 어려움을 겪게 되자 우울증을 앓던 중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다.
결국 김씨는 우울증에 대해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됐고 장남은 별다른 후유증 없이 비영리 장애인 생활시설에 맡겨졌으며 일주일에 한 번씩 외박을 나와 가족들과 만나고 있다.
김씨는 일반 시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한 가운데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늘 아파트에서 갇혀 지내는 아들이 창살 없는 감옥생활을 하는 것 같아 너무 불쌍해 같이 죽으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재판을 심리한 5명의 배심원들은 김씨의 범행에 대해 모두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집행유예 판결을 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자살의 의미를 이해할 능력이 없는 장애인 아들을 살해하려고 한 사건으로 사안이 매우 중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고 장애인 아들을 혼자 부양해야 하는 처지를 비관한 나머지 술을 마시고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 피해자가 별다른 후유장애 없이 현재 적절한 보호를 받고 있고 가족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법원 관계자는 "중증 장애인의 보호를 가족에게만 맡길 경우 때로는 동반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할 정도로 과중한 부담이 된다"며 "가족들의 부담을 함께 나눌 사회복지 시스템 확충 필요성을 일깨워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박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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