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대필' 강기훈 재심서 무죄

재판부 "국과수 감정결과 신빙성 없다"… 23년만에 누명 벗어

박기성

pks@siminilbo.co.kr | 2014-02-13 17:53:14

[시민일보]일명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이라 불리는 '유서대필 사건'의 강기훈씨(51)가 유죄 확정판결 23년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권기훈)는 13일 자살방조 혐의 등으로 징역 3년이 확정돼 만기복역한 강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당시 국과수 감정인은 유서의 글씨에서 나타나는 희소성있는 필적이 강씨의 필적과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점을 근거로 강씨를 유서 작성자라고 판단했다"며 "그러나 그 필적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으로 보기 어려운 사정 등을 종합하면 강씨를 유서 작성자라고 판단한 감정결과는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감정인은 또 정자체로 이뤄진 김기설의 기존 필적과 속필체로 된 유서를 단순 비교·판단해 김기설의 필적이 아니라고 감정한 점도 신빙성이 없는 부분"이라며 "오히려 관련자들의 진술을 통해 김기설이 분신자살 전에 보였던 행적 등과 당심에서 새로 감정한 감정결과를 종합하면 유서는 강씨가 아니라 김씨가 작성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검찰이 조작된 증거라고 주장한 김기설의 전민련 수첩과 메모장 등에 대해서는 "관련 증인들의 증언이나 기재됐던 형상 등에 비춰보면 조작된 것이라고 단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사건과 함께 심리된 국가보안법 혐의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하며 "이미 복역했던 형에 산입되므로 다시 형을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이 사건은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1991년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총무부장인 강기훈씨가 '후배 김기설(당시 전민련 사회부장)씨에게 분신할 것을 사주하고 유서를 대신 써준 혐의'로 옥살이를 한 사건이다.

박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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