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親朴 연대 vs. 親安 연대

고하승

| 2014-02-27 14:37:00

편집국장 고하승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최근 6.4 지방선거에서 기초지방자치단체장 후보와 기초지방의원 후보를 공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안 의원 측 새정치연합은 자신들과 뜻을 함께하는 무소속 후보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한마디로 형식적으로는 ‘무(無)공천’이지만 실제로는 ‘내천(內遷)’을 하겠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안 의원의 무공천 선언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2006년 기초선거에 정당공천제가 도입되기 이전의 '내천'을 둘러싼 폐해가 얼마나 심각했는지는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내천은 공천과 달리 은밀하게 밀실에서 진행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공천보다 부패가 더 증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보스에 대한 ‘줄 세우기’는 더 강화될 것이란 점도 문제다.

실제 새정치연합이 지난 26일 경기도당 창당발기인대회를 갖고 송호창 의원과 이계안 전 의원을 창당준비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전체 발기인 550명 중 430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남 가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이날 발기인대회는 경과보고, 경기도당 창당준비위원회 규약 채택, 공동위원장 선출, 새정치인의 약속 채택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그 발기인 대회에서는 기초단체장, 기초의원에 출마하려는 인사들이 안 의원과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섰다. 공천이 없기 때문에 안 의원과 함께 찍은 사진이 ‘공천장’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그 모습은 마치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도입 전인 2002년 지방선거에서 수많은 ‘무소속' 기초의원 후보들이 자당 대통령 후보들과 찍은 사진을 걸고 선거를 치렀던 것과 너무나 흡사하다.

과연 이런 정치를 ‘새정치’라고 말할 수 있을까?

오히려 2006년 이전으로 회귀한다는 점에서 ‘복고풍 정치’라는 비난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닐까?

사실 이런 현상은 지난 2008년 총선 때에도 있었다.

당시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수많은 무소속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박근혜 사진을 내걸었다.

친박계 인사는 물론 박 대통령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들까지도 앞 다퉈 ‘박근혜 마케팅’을 선거 전략으로 삼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됐다.

오죽하면 당시 한나라당에서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연대 후보들의 박근혜 마케팅이 해도 해도 너무 심하다”는 논평을 냈겠는가.

실제 친박연대나 친박 무소속 연대 후보들은 홈페이지에 버젓이 한나라당 로고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현수막마다 박근혜 전 대표와의 동행 사진을 박아 넣기도 하고, ‘박근혜 대표를 도운 것이 죄가 되느냐’는 문구를 홍보문구로 사용하기도 했다.

심지어 당시 친박연대는 “저도 속았습니다. 국민도 속았습니다”라는 박 전 대표의 기자회견 내용을 담은 선거 광고를 일간지에 게재하기도 했었다. 광고 왼편에는 박 전 대표가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는 모습을, 오른편에는 친박연대 서청원 대표가 얼굴을 닦는 모습을 각각 실어 흡사 ‘눈물’을 닦는 모습을 연상케 하는 광고였다.

물론 그렇게 해서 친박연대 후보와 친박 무소속연대 후보들이 상당수 총선에서 승리하기도 했다.

만일 안철수 의원 측이 그 때처럼 ‘친안 연대’ 후보들을 만들고, 그들로 하여금 ‘안철수 마케팅’을 활용하도록 할 생각이라면 그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그때는 공천을 받고 싶어도 공천을 받지 못한 친박 인사들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면, 이번에는 공천을 할 수 있음에도 스스로 공천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기 때문이다.

안 의원에게 기초선거에서의 공천포기를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다. 스스로 포기해 놓고는 ‘내천’이라는 꼼수를 부리거나, ‘친안연대’와 같은 편법을 생각한다면, 국민들의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정당 책임 정치의 기틀인 ‘공천폐지’라는 공약을 내건 것 자체가 문제지만, 그럼에도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무공천을 실시하는 것이라면 정정당당하게 임하라. 그리고 그 잘못된 선택에 대해서는 지역 유권자들로부터 아프게 심판을 받아라. 그게 새정치의 온당한 모습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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