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안철수도 새정치도 끝났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14-03-03 14:59:23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공동으로 창당한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안철수 의원과 그의 측근들 몇몇이 이름을 바꾸는 민주당에 입당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실제 정의당 천호선 대표는 공동창당 발표 일을 "원래부터 원칙도 내용도 없었던 안철수식 새정치의 종언을 고한 날"이라고 규정했다.
심상정 원내대표 역시 "안철수의 새정치가 거대 양당의 기득권 정치 앞에 맥없이 무릎을 꿇었다. 국민이 열망하는 새정치의 꿈은 실체가 확인되기도 전에 좌절됐다"고 지적했다.
사실 안철수 의원이 이번에 민주당과 통합을 선언함에 따라 그의 새정치를 기대하면서 믿어 왔던 지지자들은 지금 상실감에 빠졌다.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안 의원은 줄곧 ‘완주’ 의사를 밝혔으나, 어느 날 갑자기 후보직을 사퇴하고 말았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간철수’였다.
그런데 이번에 또 같은 일을 되풀이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새정치연합을 창당하는 과정에서 지금껏 수차례에 걸쳐 독자 행보를 선언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 스스로 독자행보를 포기하고 말았다.
오죽하면 새정치연합 홈페이지에 '의원님께서 그렇게 바라던 새정치가 바로 이런 것이었습니까? 한 번도 아니고 3번씩이나 어떻게 이토록 국민을 우롱하십니까. 앞으로 새정치라는 단어는 쓰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란 글이 게재됐겠는가.
지금 안철수 의원과 함께 ‘새정치’를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기존정당을 탈당한 사람들은 곤경에 처했다.
실제 새정치연합 홈페이지에는 '결국 안철수의원님 믿고 탈당한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잠시나마 지지했던 내 자신이 한심하고 철없었네요. 잘 먹고 잘사세요. 우리 지지자들은 다시 새정치 적임자를 찾아 떠납니다'라는 비판의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안 의원은 ‘국민과의 약속’을 강조하면서 기초선거에서의 정당공천 폐지를 주장했지만, 정작 지지자들과의 약속마저 지키지 않은 그를 이제 누가 신뢰하고 따를지 걱정이다.
그보다 더욱 큰 문제는 통합선언 과정에서 민주적 절차를 지키지 않은 ‘독선’의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새정치연합이 안철수 개인을 위한 정당, 즉 '안철수 왕국'은 아닐 것이다.
적어도 새정치를 하려면, 그런 정당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민주당과 통합선언을 하기 이전에 새정치연합 발기인들과 단 한번이라도 이 문제를 논의한 적이 있는가. 또 윤여준 의장이나 김성식 공동위원장 등과 한번이라도 상의한 적이 있는가.
없었다. 실제 윤여준 의장은 새정치 작업이 물 건너간 듯 "이제 집으로 갈까요?"하며 푸념했고, 중앙회의에조차 참석하지 않은 김성식 위원장은 "공동 창당에 대해 고민해보겠다"는 말만 남긴 채 연락 두절 상태다.
금태섭 새정치연합 대변인도 “내부적으로 논의는 없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안 의원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나중에 형식적인 추인절차를 걸쳤을 뿐이다.
만일 안 의원이 새정치연합을 ‘안철수 왕국’으로 인식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민주정당이라면 간판을 내리는 일이나, 다른 당과 통합하는 일, 새로운 당을 만드는 일을 개인이 독단적으로 결정해서도 안 된다.
그런 독단적인 행위는 과거 군사독재정권이 만든 정당에서도 벌어지지 않았었다.
안 의원이 그토록 금과옥조처럼 강조해온 '새정치'가 결국 이런 것이었다면, 얼마나 허망한가.
이제 안타깝게도 안철수 의원은 ‘계산 빠른 정치공학의 아이콘’, ‘양치기 정치인의 아이콘’이 돼버렸다.
그로 인해 당장은 안 의원이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함께 당권과 대권을 서로 나누어먹기로 했다고 하는데, 설사 그렇게 해서 당의 대권주자가 되더라도 결코 국민의 지지를 받지는 못할 것이다.
안 의원이 그렇게 부르짖던 새정치가 겨우 민주당 입당이라니 참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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