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단결정에 내부 반발··· 민주당-새정연 '통합 신당' 갈등 예고
민주당 "절차적 민주주의 무시"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14-03-03 16:27:08
민주당 "절차적 민주주의 무시"
새정연 "합당 논의 공유 안해"
'신당 노선-당내 지분' 격돌 불가피
[시민일보]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이 공동신당 창당을 전격 선언했지만, 양 측 모두 충분한 논의과정없이 내려진 결정에 대해 내부적 반발이 불가피한 정황이다. 특히 신당의 정치적 노선이나 당내 지분 등을 두고 격돌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창당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채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양측의 힘을 합치는 신당 창당 합의 사실을 발표했다.
민주당 최재천 전략홍보본부장은 '3월말까지'로 창당 시기를 못 박으며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민주당 김광진 의원은 3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언제부터 민주당이 해산, 합당, 신당창당의 권한을 당대표 1인에게 부여했느냐"며 "절차적 민주주의가 지켜지지 않으면 결과에 대한 신뢰도 담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신당 창당은 당 대표끼리 합의한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며 친노계는 민주당에서 나갈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며 "결국 분당을 각오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새정치연합 사정은 더 심각한 양상이다.
실제 신당 창당 추진 발표 후 새정치연합 본부에는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이 이날 오전 9시 서울 여의도 신동해빌딩 새정치연합 본부에서 공동위원장단과 긴급회의를 갖고 신당창당 소식을 알리면서 이에 대한 동의를 구했으나 상당한 반발이 있었다. 특히 합당에 대한 논의 과정을 공동위원장단과 공유하지 않았다는 점을 놓고 독단적인 결정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도 튀어나왔다.
결국 한나라당 출신 김성식 위원장은 합의 사실을 통보받은 뒤 "심각하게 고민해보겠다"는 말을 남긴 채 회의에 불참했다가 통합 신당 이탈을 선언했고 윤여준 의장 역시 상당히 격앙된 목소리를 내며 반발했다는 후문이다.
신당의 정치적 노선이나 당내 지분 등을 둘러싼 창당과정에서 격돌 가능성도 이들의 시름을 깊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우선 당장 정당 등록 이전에 당이 표방하는 정강 정책을 발표해야 하는데, 대북정책이나 정치개혁, 보편적 복지 등 각론을 두고 진보적 색채의 민주당 강경파와 중도 노선을 지향하는 안철수 측과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민주당 김기식 의원은 "창당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당의 진로를 결정하는 일"이라며 "복지국가, 경제민주화, 한반도평화 등 민주당의 정체성이 흔들리거나 우클릭으로 이동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노선갈등에 대해 사전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
또 당권이나 당직 구성 비율 등을 두고도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양측은 창당준비 실무단 구성에 5대5 원칙을 천명했지만 향후 지도부 구성이나 지역위원장 배분 등을 두고 이 같은 나눠먹기 원칙이 제대로 지켜질지는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126석을 가진 제1야당과 2석에 불과한 새정치연합이 대등하게 통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장 민주당 내부에서 이에 대한 불만의 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전북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유성엽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 의석은 126석인 반면 새정치연합은 2석에 불과하다"면서 "지방선거에서 17개 광역단체장 후보를 똑같은 비율로 나누는 게 가능한가"라고 반문했다.
같은 당 이종걸 의원도 "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명분에서 보면 5대 5 지분이 맞지만 당내 불만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윤희웅 민 정치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지방선거 및 7월 재보궐 선거 공천 비율로 양측의 갈등이 불거지면 신당 회의론이 고개를 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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