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선거가 ‘컨벤션효과’ 싸움이라니...
고하승
| 2014-03-09 13:21:46
6.4 지방선거는 아무래도 새누리당과 통합신당의 ‘컨벤션 효과’ 싸움이 될 것 같다.
컨벤션 효과란 정치적 이벤트 후 지지율이 급등하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나타난 야권의 최대 이벤트는 ‘통합’이다. 그리고 그 효과는 실로 대단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이 지난 2일 갑작스럽게 ‘통합신당’ 창당에 합의했다.
그 결과 통합신당 지지율은 민주당 지지율에 새정치연합 지지율을 합한 것보다 5%포인트 가량 높게 나타났다.
실제 미디어리서치의 지난 4일 여론조사 결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42.9%로 이전과 큰 변동이 없는 반면, 통합신당은 39.7%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신당의 지지율은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을 합한 것보다 3.1%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이 조사는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는 ±4.4% 포인트다.
다른 여론조사 결과 역시 엇비슷하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3~4일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은 39.3%, 통합신당은 29.8%였다. 앞서 지난달 21~22일 실시한 조사에선 새누리당 39.9%, 민주당 10.3%, 새정치연합 13.7%였다. 통합신당 지지율이 이전 조사 민주당·새정치연합 지지율의 단순 합계보다 5.8%포인트 높게 나온 것이다.
이 조사는 유·무선전화 사용자를 상대로 임의전화걸기(RDD) 방식의 전화면접조사를 실시해 유효 표본 601명을 추출해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0%이다.
결과적으로 야권은 ‘통합신당’ 이벤트를 통해 3%포인트에서 5%포인트 가량의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맞서 새누리당은 ‘거물급 유력 인사’들의 출마로 컨벤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이 출마선언을 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의 지지율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정 의원의 출마선언 이후 두 사람은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한 접전양상을 보이고 있다.
6일 중앙일보와 한국갤럽이 서울지역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 의원은 박 시장과의 가상대결에서 45.3%를 얻어 46.5%를 얻은 박 시장과의 지지율 격차를 1.2%포인트로 줄였다.
이 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5%포인트다.
심지어 경향신문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3~4일 시행한 여론조사에서는 정몽준 의원이 40.6%로 통합신당 박원순 시장(36.9%)을 3.7%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이다.
경기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의 출마선언 이후 지지율이 급상승해 이제는 통합신당 후보군들을 모두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야당의 ‘통합신당’ 효과나 여당의 ‘중진 출마선언’ 효과는 시간이 지나면 빠지게 됐다.
야당이 4월 말이나 5월 초께 통합됐으면 더 효과가 컸을 텐데 너무 빨랐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실제 통합신당 창당 발표 직후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단순 지지율을 합한 것보다 신당 지지율이 더 높았지만, 불과 며칠 만에 양당 지지율을 합한 것보다 오히려 지지율이 더 낮게 나오고 있다.
이제 관건은 여야가 2차, 3차 컨벤션 효과를 어떻게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는 데, 모두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야당은 ‘통합신당’ 발표보다 더 효과적인 이벤트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고, 여당은 이미 ‘중진차출 카드’를 써버렸기 때문에 다른 이벤트를 생각하는 것조차 어렵게 됐다.
그나저나 지방선거에서의 컨벤션 효과를 위해 여야가 모두 이벤트에만 매달리는 게 온당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특히 ‘새정치’를 구호로 내세웠던 안철수 의원 측마저 이에 뒤질세라 이벤트 경쟁에 뛰어들었는데, 이를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민생 공약과 정책보다 이벤트가 앞서는 우리 정치의 후진성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