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혜영-김진표, 김상곤 때문에 속 탄다
고하승
| 2014-03-16 15:01:05
편집국장 고하승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민주당 원혜영 의원과 김진표 의원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경선에 뛰어든 김상곤 전 교육감이 자꾸만 이념논쟁에 불을 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보다 못해 원 의원과 김 의원이 16일 결국 한마디를 했다.
4년 전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이른바 ‘전면 무상급식’ 약속으로 재미를 본 김 전 교육감이 “버스 완전공영제를 단계적으로 실시해 무상(無償) 대중교통의 첫걸음을 떼겠다”며 ‘무상버스’ 공약을 내놓았다.
하지만 ‘무상급식’이든 ‘무상버스’든 모두 공짜가 아니라 국민 세금에서 지출된다는 것을 모르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비판 여론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여파가 원혜영 의원과 김진표 의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그래서 원 의원은 이날 김상곤 전 교육감이 '무료대중교통'을 내세운 데 대해 "버스공영제가 가지고 있는 공공성이라는 가치를 도외시, 이른바 '공짜 버스' 논쟁을 촉발시켰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시민의 안전과 편의를 위한 공공 가치의 실현문제를 공짜냐 아니냐의 가격 논쟁으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이다.
원 의원은 버스공영제를 처음으로 주장했던 후보다. 당시 그의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을 얻었고 경기도민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런데 김 전 교육감의 ‘공짜버스’ 공약으로 버스공영제의 공약은 온데 없이 사라지고, 버스요금이 ‘공짜냐, 아니냐’ 하는 이상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말았다.
사실 김 전 교육감의 ‘공짜버스’는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정책이다.
원 의원도 “이른바 '공짜 버스'가 시·군에 지나치게 큰 재정 부담을 지우고, 완전버스공영제를 위해 버스회사를 인수하면서 수조 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불가능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돈만 있다면 민간 버스회사에 연간 2조원에 가까운 운영비를 지원해 주면 되는 것이긴 하다. 그러나 경기도에는 그런 예산을 지원해 줄 수가 없다. 따라서 김 전 교육감의 약속은 터무니없는 것이다.
결국 김 전 교육감의 황당한 ‘공짜버스’ 공약으로 인해 원 의원의 ‘버스공영제’라는 참신한 공약이 묻혀 버리게 됐으니, 속이 부글부글 끓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김진표 의원도 속이 타들어 가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김 전 교육감은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기도지사 선거를 이념 프레임으로 몰고 가 ‘편 가르기’를 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진표 의원이 불같이 화를 냈다.
김 의원은 "지금까지 경기도지사 선거를 3~4차례 했는데 그동안 진보 대 보수 프레임으로는 (진보가)한번도 못 이겼다"며 "남경필 대 김상곤 구도로 가면 유시민꼴의 재판이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꼬집었다.
맞는 말이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번주 정당지지율 조사 결과를 보자.
지난 10~13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211명을 상대로 휴대전화 임의번호걸기 방식으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8%포인트)를 실시한 결과, 새누리당 지지율은 지난주 39%에서 2%포인트 올라 40%대를 회복한 반면 통합신당은 1%포인트 소폭 하락했다.
이에 대해 기대감으로 결집했던 야권·중도 지지층 일부가 다시 관망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는 보수성향이든 진보성향이든 어느 한 쪽의 세결집만으로는 결코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 중도 성향의 지지를 이끌어 오는 쪽이 이긴다. 그러자면 어느 쪽을 자극하는 전략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그러나 김 전 교육감은 경선 승리를 위해 이념 프레임을 가동시키고 말았다. 설사 그로 인해 경선에서 승리하더라도 이는 필연적으로 중도성향 유권자들로 하여금 등을 돌리게 만들어 본선에서 어려운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김 교육감이야 스스로 선택한 전략이니만큼 그로 인해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원 의원과 김 의원은 또 무슨 죄인가.
정말 김 의원의 지적처럼 ‘김상곤= 제 2의 유시민’이 되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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