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원자력법’ 발목잡기
고하승
| 2014-03-18 15:37:55
오는 2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해야 할 박근혜 대통령이 ‘원자력방호방재법’ 보따리를 챙기지 못해 국제적인 망신살을 사게 될지도 모른다.
민주당이 18일 새누리당의 처리 요구 법안인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 개정안과 자신들이 요구하는 방송법 개정안과 기초노령연금법 개정안을 연계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당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정부 사정을 고려해 법안처리에 협조할 수 있다면 현안법안을 동시처리 하는 원샷 원포인트 본회의를 소집하자"고 제안했다.
즉 원자력방호방재법을 처리해 줄 테니, 방송법개정안과 기초노령연금법개정안도 함께 처리해 달라는 주문이다.
과연 민주당의 이런 요구가 합당한 것인가?
이를 논하기 이전에 먼저 ‘원자력방호방재법’이라는 게 무엇인지 살펴보자.
지난 2012년 서울에서 핵안보 정상회의가 열렸다. 당시 우리나라가 주도해 국제사회에 ‘핵테러 억제협약’과 ‘개정 핵물질방호협약’ 등 2개 국제협약이 2014년까지 발효되도록 참가국이 공동노력 한다는 내용의 정상선언문을 도출해 냈다.
따라서 우리나라 국회도 마땅히 이를 비준해야만 한다. 그게 외교의 상식이다.
현재 핵테러 억제협약과 개정 핵물질방호협약은 이번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국가 중 러시아, 중국 등 37개국이 비준했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가 주도한 ‘원자력방호방재법’을 우리 국회에서 비준 받지 못한다면 국제적으로 얼마나 망신스러운 일인가.
만일 민주당이 끝까지 발목잡고 이를 보이콧할 경우, 박 대통령은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에 ‘빈손’을 들고 갈수밖에 없다. 그로인해 박 대통령은 국제무대에서 상당한 곤란을 겪게 될 것이지만 덩달아 우리나라의 위상도 그만큼 추락할 것이다.
만일 민주당의 노림수가 이런 것이라면 민주당은 국민의 지탄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현재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60%대에 육박할 만큼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반면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는 3.2%포인트 감소해 33.0%에 그쳤다.
이 조사는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5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30%)와 유선전화(70%) 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조사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 응답률은 6.2%다.
박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정당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정당 지지율에서는 통합신당이 소폭 하락해 새누리당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새누리당은 전주대비 0.4%포인트 상승한 48.2%였고, 통합신당은 1.1%포인트 하락한 37.2%였다.
이어 통합진보당은 1.4%, 정의당은 1.2%의 지지율을 기록했고 무당파는 10.7%였다.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갤럽이 발표한 3월 둘째 주 주간 정례 조사 결과를 보면, △외교·국제관계(14%) △대북(對北)·안보 정책(13%) △주관·소신 있음/여론에 끌려가지 않음(12%) △전반적으로 잘한다(8%) △열심히 한다/노력한다(6%) △복지 정책 확대(6%) 등을 그 이유로 제시했다.
즉 박 대통령 지지이유 가운데 가장 많은 응답이 ‘외교와 국제관계’인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민주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원자력방호방재법’의 국회 비준은 물 건너가게 될 것이고 그로인해 박 대통령에 대한 ‘외교와 국제관계’의 평가는 떨어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민주당이나 통합신당의 지지율이 올라갈 수 있을까?
어림도 없는 일이다. 매국노가 아니라면,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우리나라의 위상이 추락하고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 대통령이 ‘외교망신’을 당하게 되는 걸 좌시할 국민은 단 한사람도 없을 것이다. 내부에서 여야가 싸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적어도 국익과 국가안보가 달린 문제만큼은 예외로 두어야 한다.
경고하거니와 야권이 계속해서 정파의 이해관계에 따라 ‘원자력방호방재법’의 국회 비준을 발목 잡는다면 국민의 심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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