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기초선거 무공천 백지화?
최태욱 “재논의”-이원욱 “철회”...우원식 “비례대표는 공천”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14-03-20 11:00:12
[시민일보=이영란 기자] 6.4 지방선거에서 기초선거 무공천을 선언한 새정치민주연합이 무공천 백지화로 방향을 선회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비례대표 기초의원 선거에 후보를 내는 것은 물론 무공천 방침을 전면 재논의해야 한다는 요구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 현역의원과 신당추진단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왔다.
20일 새정치민주연합 측에 따르면, 신당추진단 산하 새정치비전위원회 간사인 최태욱 한림대 교수와 민주당 이원욱 의원도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새정치민주연합 통합 합의문에 위배되는 발언으로 향후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신당추진단 최 교수는 최근 취재진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무공천 문제를 열어놓고 논의할 것"이라며 기초선거 무공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최 교수는 "기초선거 무공천이 민주주의에 부합하는지 의문이고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면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는 기본적으로 여당 양당이 함께하자는 약속인데 한쪽만 무공천하면 불평등한 경쟁이 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기초선거 정당공천으로 인한 폐해는 제대로 된 상향식 공천 등을 통해 바로잡을 수 있는데 공천을 포기하는 것으로 해결하는 방향이 옳은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원욱 의원도 전날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기초선거 무공천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이 내각제를 공약으로 하고 선거를 했는데 헌법 개정을 못해서 대통령제가 계속 유지된다면 대선후보 내지 말아야 하냐"고 반문하면서 "풍찬노숙하며 당을 지켜온 당원들에게 '출마하려면 탈당하라'고 하는 것이 새정치냐"고 따졌다.
앞서 민주당 이부영 상임고문도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기초선거 무공천’이란 대의명분에 집착하기보다 대국(大局)을 봐야 한다”란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 고문은 “전국의 지방선거판은 아수라장”이라며 “대선 공약을 파기한 새누리당은 유리하게 전개되는 선거 판세에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반면에 2번 기호가 사라지게 된 우리 측은 난립하는 무소속 후보들 속에서 망연자실하고 있다”고 무공천 백지화를 촉구했다.
정동영 상임고문도 “기초단체장 무공천 결정으로 서울 현역 구청장 19명(전체 25명 중 민주당 소속)이 전멸하고 그 여파로 서울시장까지 놓치게 되면 안철수 위원장 역시 정치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며 “기초선거 무공천이 과연 안 위원장이 얘기했던 새 정치인지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우원식 최고위원은 전날 "우리 당이 기초선거 공천을 포기한 것은 약속을 안 지키는 기득권 세력에 맞서 대결하기 위해 기득권을 포기하고 약속 지키는 세력임을 분명히 하고자 한 것이지 결코 선거를 포기한 것이 아니다"라며 "그런데 일부 수구 세력은 기초 비례선거 공천을 포기하라고 한다. 이는 우리 보고 선거를 포기하란 것과 마찬가지"라고 반발했다.
그는 "기초 비례후보를 공천하지 않는다면 현재 선거제도에 있는 정당투표에서 많은 국민들이 2번 새정치민주연합을 선택하려고 할 텐데 이런 국민들의 선택을 모두 무시하는 것이 된다"며 "이 문제는 좌고우면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 청년비례대표 장하나·김광진 의원과 같은당 이언주 청년위원장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지도부와 신당추진단 정강정책분과위원회에 기초의회 비례대표의 경우 반드시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용진 민주당 홍보위원장도 최근 "기초선거 비례대표 후보 공천은 해야 된다고 하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이라며 "우리가 비례를 공천하지 않으면 훌륭한 여성 의원이 될 자격을 갖춘 분들을 추천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 산하 전국여성위원회와 여성 국회의원도 최근 공동성명을 내고 "기초의회에서 비례대표마저 공천하지 않는다면 기초의회에서 여성과 사회적 소수자를 대변하는 목소리는 실종되고 말 것"이라며 "지역구는 무공천하더라도 비례대표는 반드시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앞서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이 지난 2일 제3지대 신당 창당을 선언하면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께 약속한대로 기초선거 정당공천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힘에 따라 무공천 백지화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야권의 한 중진 인사는 "새정치연합이 민주당과의 통합을 선언하면서 그 명분을 ‘기초선거 무공천 합의’에 둔 만큼 쉽게 번복할 수 없는 진퇴양난에 처해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비례대표 공천문제도 쉽지 않다.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이 여성과 장애인 등 사회자 약자를 위해 공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맞았다는 점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고 말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