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창당 후, ‘공천포기’ 백지화?

고하승

| 2014-03-23 11:39:59

편집국장 고하승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기초선거 무공천을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민주당 출마자들 사이에선 창당 뒤에는 결국 공천 폐지를 재검토해야 하게 될 것이란 말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 정동영 상임고문, 이부영 상임고문,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 민주당 핵심 인사들로부터 공천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그러자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에서 “우리의 결단은 예견된 고통을 감당키로 한 것”이라며 “약속의 정치를 실현하고 더 큰 승리를 위해 이 고지를 넘어야 한다”고 무공천 재검토 요구를 일축했다.

안철수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현장에서의 어려움은 잘 알고 있지만 서로 어려움을 나눠서 짊어지고 가기로 이미 약속했던 사안”이라며 “기본적으로 김 대표와 제가 합의해서 신당 창당이 시작됐고, 그 합의 정신에 입각한 중요한 사안”이라고 잘라 말했다.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출마의사를 밝힌 박영선 의원조차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통합신당’ 창당 합의의 명분이었던 ‘기초선거 무공천’에 대해 “(통합신당은 무공천하는데)새누리당이 공천을 한다는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축구 게임을 한다는 것과 똑같은 현실”이라며 재검토 필요성을 언급했다.

박 의원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다시 공천하겠다고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 공약 파기라는 것이 상대방도 기초 공천을 하지 않겠다고 했을 때 서로 같이, 한 나라의 선거제도라는 것은 같은 조건의 선거를 해야 이것이 어떤 당락을 가질 수 있는 것”이라며 “서로 조건이 다른 선거에서 하는 것이 과연 맞는지, 그것에 대해서는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답변했다.

새정치연합 신당추진단 내에서조차 "기초의원은 놔두고라도 기초단체장은 공천을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신당추진단 산하 새정치비전위원회 간사인 최태욱 한림대 교수는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당추진단 최 교수는 최근 취재진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무공천 문제를 열어놓고 논의할 것"이라며 기초선거 무공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최 교수는 "기초선거 무공천이 민주주의에 부합하는지 의문이고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면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는 기본적으로 여당 양당이 함께하자는 약속인데 한쪽만 무공천하면 불평등한 경쟁이 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기초선거 정당공천으로 인한 폐해는 제대로 된 상향식 공천 등을 통해 바로잡을 수 있는데 공천을 포기하는 것으로 해결하는 방향이 옳은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도 무공천 방침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당내 일각에서는 안철수 의원 측과의 합당 절차가 마무리되면 기초 선거 공천 폐지가 다시 논의될 거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금 민주당이 계속해서 새누리당을 향해 무공천을 실시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무공천 백지화를 위한 명분 쌓기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실제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기초 공천 폐지는 정당과 국회의원의 기득권을 내려놓으라는 국민들의 오래된 명령"이라며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결단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력하게 촉구한다. 역사의 죄인이 되는 집권세력으로 남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공세를 취했다.

같은 당 김진욱 부대변인 역시 논평을 통해 "(새누리당은) 침묵하거나 딴소리하지 말고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공약에 대한 입장을 국민 앞에 명확히 밝힐 것을 촉구한다"라고 압박했다.

그러다 결국 새누리당이 공약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도 이번에는 어쩔 수없이 약속을 번복할 수밖에 없다고 선언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그러나 통합신당 창당 명분의 ‘1순위’가 기초공천 폐지이기 때문에 번복할 경우 엄청난 후폭풍이 불가피하다는 게 문제다. 특히 ‘새정치는 약속실천’이라고 강조해 왔던 안 의원에게는 치명타가 될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안 의원이 죽더라도 민주당은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지닌 사람들이 제법 많은 것 같다.

비록 안철수가 희생되더라도 기초선거에 출마하려는 무수히 많은 후보들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통합이 마무리된 뒤에는 안 의원도 어쩔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밑바닥에 깔려 있는 것 같다. 안 의원이 통합의 불쏘시개로 사용되다가 결국 용도폐기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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