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중앙당 폐지’공약 하더니...
고하승
| 2014-04-15 14:54:42
"안철수의 새 정치는 오락가락하는 것인가? 이번에도 또 철수(撤收)하는가?"
이는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지난 11일 여론조사 형식을 빌려 ‘기초선거 무공천 결정’을 철회하자 한 네티즌이 그의 행태를 꼬집으며 SNS에 올린 글이다.
사실 안 대표에게 “또, 철수”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붙은 지는 이미 오래됐다.
그동안 자신이 내세운 원칙과 소신을 몇 차례나 뒤집었기 때문이다.
실제 그는 2012년 대선 출마 선언 직후 그는 ‘결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단일화는 없다’는 뜻을 공공연하게 밝혔음에도 결국 야권후보 단일화를 선언하고 말았다. 이것이 첫 번째 ‘철수(撤收)’ 사건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것처럼 하다가 갑자기 뜻을 접은 사건도 있지만, 그것은 예외로 치겠다. 안 대표가 스스로 ‘반드시 출마하겠다’고 말한 적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에는 독자신당 창당을 추진하면서 ‘100년 가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공언했으나 결국 독자신당창당을 포기하고 심판의 대상이라던 민주당과 합당하고 말았다. 이것이 두 번째 철수사건이다.
안 대표가 줄곧 “민주당은 연대 대상이 아닌 심판의 대상”이라거나 “기존의 정치세력과 과감하게 결별하겠다”고 말해 왔기 때문에 그 사건은 그를 지자하는 유권자들에게 매우 큰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안 대표는 민주당과 통합하면서 기초선거에서 공천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만천하에 알렸다.
하지만 그 마저도 백지화하고 말았다. 그것이 세 번째 ‘철수’ 사건이다. 그래서 안 대표에게 붙은 별명이 “또, 철수”인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안 대표가 자신의 소신을 번복하는 것은 그게 끝이 아닌 것 같다.
특히 ‘중앙당 폐지’ 문제가 그렇다.
안 대표는 대선 당시 중앙당을 폐지하거나 축소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실제 그는 대통령 후보 시절이던 지난 2012년 10월 23일 정치 혁신 과제를 제시하면서 ‘중앙당 폐지 또는 축소’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피력했었다.
그런데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의 모습은 어떤가.
사실상 안 대표가 장악한 중앙당은 구(舊) 민주당보다 더 강한 ‘중앙집권 체제’로 재편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안 대표의 소신이었던 ‘무공천’이 철회된 이후, 새정치연합의 중앙집권화는 더 가속되는 양상이다.
심지어 새정치연합은 과거 민주당 시절 시도당의 권한이었던 기초자치단체장 공천권마저 중앙당이 직접 개입하려 하고 있다.
실제 중앙당은 천정배 전 의원을 기초단체장 자격심사위원장으로 임명하고, 공천배제 및 평가 기준을 마련했다.
뇌물죄·정치자금법 위반 등 이른바 '5대 범죄' 경력자의 경우 형(刑)이 실효된 기간에 관계없이 공천 대상에서 일괄 배제하고, 공천 부적격 사유에 본인 뿐 아니라 친인척 비리까지 포함하는 등 기준이 대폭 강화된다.
물론 비리전력자를 공천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옳은 방향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그것을 시.도당에 맡기지 않고 중앙당이 직접 권한을 행사하려 드는 것은 문제가 있다.
앞서 새정치연합 서울시당이 자체적으로 현역 구청장과 시의원에 대해 20%이상을 물갈이 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는데, 중앙당이 개입하면서 시당의 이 같은 방침이 무의미해지고 말았다.
그런데도 안 대표는 이에 대해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는 것 같다.
실제 그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어제 우리당에서 기초단체장 자격심사위원회를 가동시키면서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킬 것"이라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좋은 후보 추천작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즉 중앙당이 기초단체장 자격심사 작업에 들어갔음을 공식선언한 것이다.
중앙당을 폐지하거나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안 대표가 시.도당의 권한을 박탈하고, 되레 중앙당의 권한을 강화하고 있는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난감하다.
그래서 안 대표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는 중앙당 축소공약을 철수시켜 벼린 것인가?
만일 중앙당 권한을 강화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라면, 그 이유가 무엇인가. 항간에 떠도는 소문처럼 안 대표 자신을 따르던 사람들을 배려하기 위한 것이라면 실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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