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는 '人災'였다
입사 6개월 3등 항해사가 맹골수도 첫 운행 지휘
신한결
smk2802@siminilbo.co.kr | 2014-04-20 16:33:52
낡은 선박 증축ㆍ승객 놔두고 선장이 맨먼저 탈출
[시민일보=신한결 기자] '세월(SEWOL)호' 침몰 사고가 닷새째를 접어들면서 그동안 미궁에 빠졌던 침몰 원인이 하나 둘씩 드러나고 있다.
이는 경험 1년도 넘기지 않은 신참 항해사가 울돌목에 이어 국내에서 두번째로 조류 쎈 항로를 첫 운항지휘를 한 것을 비롯해 노후 선박 증축, 선원 도덕적 해이, 허술한 안전 관리 교육 등 곳곳에서 인재라는 것을 예견할 만한 정황이 나타나면서다.
◇신참 항해사 맹골수도 첫 운항 지휘 사고 자초=검·경 합동수사 결과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지로 유명한 올돌목 다음으로 국내에서 조류가 두번째로 거센 맹골수도(孟骨水道)에서 세월호의 운항 지휘를 신참 항해사가 맡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것도 이 3등 항해사는 입사한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은데다 맹골수도에서 운항 지휘는 처음이라는 점에서 위험한 항해였던 것.
맹골수도는 조류가 거세 해마다 3∼4건의 해상 사고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해운업계에서도 일찌감치 '위험 항로'로 지정해 베테랑 선장들도 정신을 가다듬고 지나는 곳으로 알려진 곳이다.
결국 2등 항해사도 아닌 막내 3등 항해사 신참이 이 곳의 첫 운항 지휘를 맡았다는 점에서 사고 당시 500명 가까운 승객과 선원들의 목숨을 담보로 사고를 자초한 것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힘든 대목이다.
◇독이 된 노후 선박 증축=세월호는 지난 1994년 일본에서 건조됐으며 18년 간 가고시마와 오키나와 구간을 카페리 여객선으로 사용된 후 중고로 한국에 매각됐다.
이후 세월호는 증축을 통해 승선정원이 804명에서 921명으로 늘었으며 무게는 6586t에서 6825t으로 239t이 늘었다.
지난 2009년 25년인 여객선의 사용연한이 30년으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해운법 시행규칙이 개정된 점도 노후 여객선 수입의 길을 넓혔고, 결국 규제 완화가 참사를 불러오는데 한 요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선장 선원 윤리의식 밑바닥=1차 구조자들을 태우고 팽목항에 도착한 선박은 조도면 급수선 707호. 구조자 47명 가운데 선원이 10명, 승객이 37명이었다. 이후 2, 3차 구조에서 선원의 모습은 없었다. '승객 대피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지침을 어기고 나 먼저 탈출한 것이다.
1등 항해사는 배의 우측, 2등 항해사는 좌측을 맡아 탈출 지휘를 하고 조타수와 기관사는 배 양쪽의 구명정을 투하하도록 매뉴얼에 명시돼 있지만 철저히 무시됐다.
◇허술한 안전 관리=세월호는 승객 탈출 과정에서 손쉽게 펼쳐져야 할 구명정이 44개 중 단 2개만 정상 작동했다.
팽창 여부, 가스입력 장치, 자동이탈장치 등 10가지에 대한 정기검사 결과 모두 '정상' 판정을 받았으나 정상 작동될 상황에서 '비정상' 작동한 것이다.
세월호의 구명정은 모두 20년 전 일본에서 제작된 것으로 평소 점검이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은 10일마다 소화훈련과 인명구조, 퇴선, 방수 등 해상 인명 안전훈련을, 3개월마다 비상 조타훈련을, 6개월마다 충돌, 좌초, 추진기관 고장, 악천후 대비 등 선체손상 대처훈련과 함께 해상추락 훈련을 하도록 돼 있지만 말 뿐이었다. 지도감독이 의무사항이 아니다 보니 당국이 꼼꼼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청해진해운이 지난해 안전교육 등 선원 연수에 쓴 비용은 1인당 4100원. 총액으로 따지면 1년 전보다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 결과 지난해 1년 동안 '접대비'로 지출한 돈은 6000만원으로 2012년보다 20%나 늘었다.
신한결 기자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