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편승한 정치적 선동 ‘눈살’

고하승

| 2014-05-06 14:49:07

편집국장 고하승


세월호 참사에 따른 국민의 애도 분위기에 편승한 언론과 정치인들의 정치적 선동이 되레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최근 인터넷 매체 <뉴스1>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내건 세월호 참사 애도 현수막을 마포구청측이 일방적으로 철거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해당 이벤트를 고안한 정경섭씨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는 '노랑 현수막'을 달았으나 마포구청이 ‘정치적인 내용 담겼다’는 이유로 현수막을 철거했다"며 “초등학생, 중학생, 주민들의 세상을 향한 절규이자 정치권이 새겨들어야 할 이야기를 (구청측이)무차별적으로 막는 건 옳지 못하다”고 언급한 내용을 그대로 내보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마포구청이 철거한 현수막 중에는 차마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글들이 담겨 있었다.

실제 현수막 내용은 세월호 사망자 애도나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내용보다는 ‘야 이 개새끼들이’, ‘잊지 말자 세월호, 무찌르자 박근혜’ 등 순수한 애도 표시보다 정치적인 구호나 선동하는 내용이 많았다.

앞서 JTBC '뉴스9'의 손석희 앵커는 지난 18일 과거 "천안함은 폭침이 아니라 좌초된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해 물의를 일으켰던 알파잠수기술공사의 이종인 대표와 인터뷰를 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당시 이종인 대표는 “일명 '물 속 엘리베이터'로 불리는 다이빙벨은 2000년에 제작됐는데, 유속에 상관없이 20시간 정도 연속 작업할 수 있는 기술이다. 수평 이동을 하면 어떤 조류의 영향도 거의 안 받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장 다이빙벨을 사용할 수는 없다. 구조작업 체계에는 책임을 지는 사람들이 있는 만큼 민간인이 끼어들어 지휘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내용이 방송되자 실종자 가족들은 다이빙벨을 ‘희망의 아이콘’으로 생각하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이종인 대표에게 매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이빙벨은 현장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고, 결국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철수하고 말았다.

언론이 괴담 수준의 사실을 그대로 보도하면서 사실상 정치적 선동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실종자 가족들은 음식을 차려 놓고 팽목리 앞바다를 응시하고 있는가하면, 잠수부들은 칠흑 같은 물속에서 사투를 벌이는 상황에서 과연 언론이 이런 무분별한 선동적 보도를 해도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이에 편승한 정치세력이 있다는 점이다.

실제 곳곳에서 추모행사를 빙자해 ‘정권 퇴진’ 피켓을 들고 '대통령 하야'를 외치는 세력이 있다. 심지어 그들은 애도분위기를 이용한 정치투쟁에 순수한 청소년들을 들러리로 세우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말없이 진도 현장으로 달려간 자원봉사자들과 합동분향소에서 몇 시간씩 줄서서 기다리며 희생자의 넋을 달래는 수많은 국민들이 이런 모습을 보면 얼마나 가슴이 답답하겠는가.

더욱 큰 문제는 이 기회를 이용해 자신들의 추락한 지지율을 끌어 올려보려는 정치권의 모습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은 최근 “지금은 정부·여당과 협력할 때”라며 시신을 찾기 위한 광역 수색, 실종자 가족 지원 등 실무적인 현안 해결을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그동안 여권에 날선 비판을 가급적 삼갔던 안철수 공동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적인 사과, 김장수 청와대 안보실장 해임 등을 요구하며 정부와 노골적으로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아마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자신의 존재감을 내세우려는 시도인 것 같다.

실제 안 대표는 박 대통령이 ‘대안을 가지고 사과하겠다’고 발언한 것을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대통령의 사과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즉각적이고도 통렬한 대통령의 사과를 재차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청와대가 재난의 콘트롤타워가 아니라고 말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을 즉각 파면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온 국민에게 아픈 상처가 났다. 대통령 책임이라고 트집만 잡을 때냐. 이 와중에 상처를 더 키우는 정쟁만 벌여서 어쩌자는 것이냐"며 "새누리당은 돌팔매를 맞을 각오가 돼있고 국민은 누구라도 돌을 던질 수 있다. 하지만 정치 지도자는 돌을 던질 자격이 있는지 먼저 자신부터 들여다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물론 이번 세월호 참사 초등대응에 미숙한 박근혜정부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러면 김한길ㆍ안철수 대표는 그를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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