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금천구, 마을공동체 활동 눈길

'사람사는 마을' 함께 가꾸며 이웃 간 마음의 담도 허물어

박기성

pks@siminilbo.co.kr | 2014-05-15 15:22:37


▲지난해 3월 암탉우는 마을에서 주민들이 자유롭게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인 '암탉광장' 준공식에 참여한 주민들의 모습.

암탉우는 마을에서 인근 학교 학생들과 주민들이 합심해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벽화를 그려둔 모습.

새재미 마을에서 수도 직수 공급으로 사용하지 않게 된 물탱크를 옥상텃밭으로 활용하기 위해 어린이들이 그림을 그려 장식하고 있다.

시흥5동 주민들 주거환경 개선 작업 힘모아···암탉광장등 만들어 소통공간 활용

[시민일보=박기성 기자]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현대인의 생활범위는 과거에 비해 넓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고전적인 생활범위인 마을의 중요성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넓어진 생활범위로 인해 오히려 자기가 거주하는 마을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이웃들과의 소통이 줄어들면서 여러 사회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관공서에서 해결하려고 해도 일시적인 임시방편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회문제는 결국엔 문제의 당사자인 마을주민들이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나서야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

또한 국가가 국민들의 최저 생활수준을 보장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국가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복지사각지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데 마을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약해지고 추상적인 개념으로 바뀐 것 같았던 ‘마을’이 다시 일상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고 발전을 위해 나선 주민들이 만든 공동체인 ‘마을공동체’는 참여하는 주민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는 가운데 참여자들이 상호대등한 관계 속에서 마을 관련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추진하고 있다.

이런 마을공동체를 활성화하고 만들어가는 활동이 바로 ‘마을공동체 만들기’다. 이는 주민들이 스스로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마을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과거에 비해 단절된 이웃간의 관계를 회복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서울 금천구는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더 살기좋은 지역을 만들기 위해 지역내 주민들의 마을공동체 활동을 마을공동체담당관을 통해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런 노력이 일정부분 성과를 거둬 주거환경 개선에 집중하는 시흥5동의 ‘암탉우는 마을’과 에너지 자립을 목표로 하는 시흥4동의 ‘새재미 마을’이 성공적으로 마을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마을공동체담당관을 통한 적극적인 지원

구는 마을공동체를 활성화해 더 살기좋은 지역을 만들고 지역 주민간의 유대를 깊게 하기 위해 2013년 ‘마을공동체담당관’을 신설했다. 담당관 산하에는 마을기획팀, 마을사업팀, 도시농업팀이 있고 사업 전반을 이끌며 마을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팀에서 수행하는 업무를 한 줄로 요약하면 마을 주민들이 뭔가를 하겠다고 나서면 이를 적극 지원하는 역할이다. 주민들이 모여서 주도적으로 마을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빈 공간을 찾아주거나 사업비를 지원하는 등 주로 지원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외에도 지난해 3월 구는 ‘마을공동체지원센터’를 열고 마을을 위해 일하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거나 마을공동체 공모사업의 응모절차 등을 몰라 그동안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던 주민들을 돕고 있다. 이 센터에는 마을공동체 분야의 전문가가 상주하며 찾아오는 주민들에게 상담을 하거나 관련 컨설팅이 필요한 공동체를 찾아가는 방문상담도 제공하고 있다.

공동체에서 필요하지만 구입하지 못한 물품을 대여하거나 유휴공간을 공동체가 활용할 수 있도록 중계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암탉우는 마을 - 주거환경·복지 개선

'암탉우는 마을'은 시흥5동의 주민들이 만든 마을공동체다. 시흥5동 218번지를 중심으로 한 이 곳은 시흥재정비촉진지구에 해당되는 지역으로 좁은 골목길이 많고 오래된 주택이 많아 지역 주민들의 안전이 취약하고 주거환경에 대한 주민불만도 높은 지역이었다.

이런 마을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2012년 지역내 여성단체들이 중심이 돼 마을주민들과 힘을 합쳐 공터에 방치돼 있던 3톤가량의 쓰레기를 치우고 그 자리에 주민들이 공동으로 경작하는 텃밭을 만들었다.

이후 이 공동체는 구청에서 공모한 마을공동체 사업에 선정돼 텃밭 옆의 골목길을 꽃과 나무가 있는 초록빛 골목으로 바꾸는 한편 2013년에는 마을 입구에 방범초소를 설치하고 그 인근을 주민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인 ‘암탉 광장’으로 조성했다. 이 암탉광장에서는 매월 1회 지역주민들이 천연미용비누, 수제가방, 밑반찬 등을 만들어 판매하는 ‘암탉장날’ 행사가 열리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장날 참여자들은 ‘민들레 워커’란 협동조합을 만들었는데 이는 안전행정부에서 지원하는 마을기업으로 선정됐다.

인근 동일여고에서는 마을 건물벽에 벽화를 그리고 시민단체에서는 지역내 노인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지난해 말에는 지역내 기업들과 봉사단이 힙을 합쳐 지역내 취약가구를 방문해 50여가구의 보일러를 무상점검했다. 마을공동체가 실제로 지역의 주거환경과 복지서비스 개선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러한 노력이 외부에서 인정받아 지난해에는 벤치마킹을 위해 인근의 영등포구·관악구는 물론 일본의 환경단체들도 암탉우는 마을을 방문한 바 있다. 또한 2012년 서울시에서 주최한 생활녹화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새재미 마을 - 에너지 절약

예전에는 주로 여름에 전력 수요가 몰리면서 전력 수급에 위기가 생기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에는 전력으로 난방을 하는 곳도 흔하고 사람들이 사용하는 가전제품도 예전에 비해 늘어나 1년 내내 전력을 의식적으로 절감할 필요가 있다. 단독주택이 밀집한 시흥4동의 ‘새재미 마을’은 에너지 절감을 넘어 자립을 목표로 운영되고 있는 마을공동체다. 이 마을은 2012년부터 이 지역의 시민단체와 함께 주민들을 대상으로 에너지 절약과 관련된 교육과 캠페인 등을 꾸준히 실시해왔다.

에너지를 절감하기 위한 방법으로 2013년에는 서울시 주택 태양광발전기 지원사업을 통해 발전용량 kw당 110만원을 지원받아 3kw급 태양광발전기 10기를 설치하기도 했다. 이 태양광 발전기는 월평균 335kw의 전력을 생산해 한 달에 600kw의 전기를 소비하는 가정을 기준으로 연간 200만원의 전기요금 절감효과를 내고 있다.

이와함께 옥상텃밭 사업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이는 기존에 옥상에 설치된 물탱크를 통해 물을 사용하던 가구에서 직접 수도를 사용하는 것으로 수도 공급방식을 바꾸고 나서 남은 물탱크를 가옥주가 원할 경우 별도의 비용부담 없이 텃밭으로 만드는 사업이다. 구는 이 옥상텃밭에서 각종 작물을 기르는 등 도시농업 활동을 실천할 수 있도록 배양토를 지원하고 있다. 이 텃밭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작물을 키워서 먹을 수 있다. 그리고 단열효과도 있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외국인을 접할 수 있고 글로벌 시대라는 말이 식상할 정도로 개인의 생활 범위는 넓어졌지만 고전적인 생활권인 마을의 중요성은 예전과 비교해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구는 이런 현실과 그동안 마을공동체를 지원하며 거둔 성과로 앞으로도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을 실시할 계획이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