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사전투표제 '구멍'
타인 명의 도용 몰래투표, 사전ㆍ당일 중복투표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14-06-04 15:43:53
장애인 투표장 부족ㆍ투표지 발급 오류
정치권, 문제점 지적ㆍ개선 한 목소리
[시민일보=이영란 기자] 헌정사상 첫 전국 규모 선거에서 사전투표가 실시됐지만, 남의 이름으로 '몰래' 투표를 한 사례가 발생했는가하면, 중복투표를 하는 일까지 발생해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4일 경기도선관위에 따르면 경기 의정부에서 20대 남성이 중복투표하는 일이 발생했으며, 경기 광주에서는 누군가 시의원 후보 명의를 도용, 사전투표를 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의정부에서 발생한 중복투표는 이 모씨(24)가 지난달 30~31일 사전투표 기간에 투표를 한 상황에서 이날 오전 녹양동 제2투표소를 찾아 또다시 투표를 한 것.
이씨는 당시 선거사무원이 ‘사전투표한 기록이 있어 불가능하다’고 제재했으나 “투표를 하지 않았다”고 우겨 선거인명부에 서명한 뒤 사무원으로부터 투표용지를 받아 투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의 중복투표 행위는 선거사무원이 이씨의 사전투표 기록을 재차 확인해 선관위에 신고하면서 밝혀졌다.
선관위는 이씨의 투표한 용지가 투표함에 들어가 회수가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사전투표한 것을 무효처리하기로 하고, 의도성 여부 등을 조사해 관련법에 따라 처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사전투표자에게 손쉽게 투표용지가 발부되는 등 허술한 투표관리에 대한 비판은 면키 어렵게 됐다.
특히 경기 광주시에서 누군가 시의원 후보 명의를 도용하는 ‘몰래투표’ 사례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날 경기 광주경찰서는 광주선거관리위원회가 한 기초의원 입후보자 명의로 누군가 대리 투표를 했다며 수사의뢰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투표가 시행된 지난달 30일 오전 9시30분께 초월읍사무소 사전투표소에서 누군가 이 지역구에 출마한 광주시의원 다선거구(곤지암읍·초월읍·도척면) 새누리당 문태철 후보 명의로 사전투표했다.
이같은 사실은 문 후보가 다음날인 31일 사전투표를 위해 도척면사무소를 방문했다가 발견, 선관위에 신고하면서 확인됐다.
경찰은 중앙선관위에 대리투표한 용의자의 등록된 지문을 요청하는 한편 문 후보의 신분증을 보관하고 있었던 회계책임자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지문인식기가 인식은 되지만 바로 본인을 인증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서명장치로 볼 수 있다"며 "인증시스템의 문제가 개선되도록 중앙선관위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장애인의 사전투표소 이용 문제, 대학내 투표소 미설치 문제, 투표용지 발급 오류 등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장애인들의 투표장이 부족했다"며 "대학 등 큰 기관들에도 투표소를 다 설치하면 굉장히 편리하게 할 수 있는데 그런 개선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윤장현 광주광역시장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조영택 총괄본부장은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달 30일 광주시 서구 농성1동 주민자치센터 2층에 설치된 사전투표소를 방문해 투표를 마친 뒤 장애인과 노년층 유권자의 불편사항을 지적하며 광주시 선관위에 개선을 요구했다.
무소속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 선거대책위원회도 사전투표 관리상 문제점을 지적했다.
오 후보측 관계자는 "사전투표소가 대부분 2층에 있는데 중증장애인들은 올라갈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장애인들의 투표권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선관위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인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은 같은날 "사전투표소인 서울 강북구 우이동 주민센터에서 투표용지 발급수가 투표자수보다 3개 많은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해당 선거관리위원회에 확인한 결과 우이동 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서 관내투표용으로 사전 출력해 놓은 용지가 투표한 사람수에 비해 3매 더 발급됐다"며 "이런 사고가 과연 우이동주민센터 투표소에서만 발생한 것인지 전국 전수조사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충분한 검증과 모의테스트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중앙선관위는 사전투표가 종료되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사전투표 결과를 정확하게 발표하라"고 요구했다.
정의당 6.4 지방선거 중앙선대위 김종민 대변인도 같은날 논평에서 "사전투표 과정에서 투표용지의 발행수와 투표자수가 불일치하는 경우가 발생했고 각 지역별로 투표 참관인이 1명도 없이 진행된 곳도 있었다"며 "투표함 봉인도 허술하게 이뤄지고 투표함의 이동과정에서도 여당측 참관인들만 참관했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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