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에 안철수가 안 보이네
고하승
| 2014-06-23 16:23:42
요즘 새정치민주연합 일각에서 안철수 공동대표의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소리가 공공연하게 들린다.
실제 최근 들어 당내에서는 그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우선 그 단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가 새정치연합이 7.30 재보궐선거에서 서울과 수원 지역에 대해 전략공천 하기로 했다가 23일 내부 반발에 의해 공모방식으로 방향을 급하게 틀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서울에서는 이미 동작을이 재보선 지역으로 확정된 상태이고, 오는 26일 정두언 의원이 대법원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확정 받을 경우 서대문을도 보궐선거를 실시해야 한다.
경기도 수원에서는 4개 지역구 중 수원을(권선)·병(팔달)·정(영통) 3곳이나 재보선이 확정됐다.
정동영 새정치연합 상임고문은 서울에서 손학규 상임고문은 수원에서 출마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바로 이들 지역에 대해 김한길, 안철수 공동 대표 등 지도부가 전날 전략공천을 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실무진들과 논의까지 마쳤다.
그리고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7.30 재보궐선거 전략공천 지역 선정안'을 놓고 의견을 나눴지만, 일부 최고위원들의 반발로 당초 선정안을 관철시키지 못했다.
실제 회의에서 조경태 정균환 최고위원 등이 전략공천에 따른 당의 분열 등으로 재보선에 악재로 작용할수 있다는 주장을 폈으며, 신경민 최고위원도 "비(非) 민주적인 방법"이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안철수 공동대표의 뜻이 최고위원들의 반발로 꺾이고 만 셈이다.
안 대표는 당초부터 재보선 출마의지를 지니고 있는 손학규 상임고문 등을 겨냥, ‘선당후사’정신을 강조하며 은근히 불출마를 압박해 왔다. ‘신진등용’이라는 미명아래 전략공천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명한 셈이다.
하지만 손 상임고문은 ‘어려운 지역에 출마해서 승리하는 것도 선당후사’라며 출마의지를 굽히지 않았었다.
결국 안 대표가 명분에서 우세한 손 고문에게 무릎을 꿇은 셈이다.
사실 안 대표의 존재감 상실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었다.
무엇보다도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그의 면모가 형편없이 추락하고 말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2014년 6월 셋째주 주간 집계에 따르면, 야권 차기주자 선호도 문항에서는 문재인 의원이 18.9%, 박원순 서울시장이 17.7%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는 반면 안철수 대표의 지지율은 13.2%에 불과했다.
그 뒤를 바짝 추격하는 손학규 고문의 지지율은 8.1%다. 만일 손 고문이 이번 재보선에서 어려운 지역에 출마해 당선될 경우 그의 지지율이 안 대표의 지지율을 추월하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 조사는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5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다.
그렇다면 새정치연합에서 안철수 공동대표의 빈자리를 누가 메우게 될까?
비록 문재인 의원이 현재 야권 대권주자 가운데 선두를 달리고 있기는 하지만 이미 그는 ‘흘러간 물’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 번 흘러간 물은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문 의원이 지난 대선 당시 야권의 단일 후보로 나섰다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패배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과거 YS 나 DJ와 같은 절대적 지지기반을 형성하지 못한 문 의원이 다시 야권주자가 되는 것은 어렵다는 뜻이다. 따라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차기 야권주자로 부각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와 필적할만한 또 다른 유력 주자가 경쟁자로 나서게 될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당내 분위기로 볼 때 박 시장의 경쟁자로 안철수 대표가 낙점 될 가능성이 점차 희박해 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안 대표와 정책이나 정치적 성향 면에서 가장 비슷한 인사, 그러고도 국민들의 신망을 받는 인사가 급부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가 과연 누구일지, 결과를 지켜보는 것도 제법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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