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선, 안철수 運命 가른다

고하승

| 2014-06-25 16:24:09

편집국장 고하승


요즘 모든 언론의 관심은 7.14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경쟁을 벌이는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과 김무성 의원을 향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필자는 그보다도 새정치민주연합의 안철수 공동대표의 행보에 더 관심이 간다.

왜냐하면 오는 7.30 재보궐선거 결과가 안 대표의 운명을 좌우하는 동시에 나아가 차기 대통령 선거에까지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재보선은 지금까지 확정된 곳만 14곳이다. 26일 대법원 판결 여부에 따라 서울 서대문 을 등 최대 2석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재보선이 실시되는 지역도 수도권과 충청권, 영남권, 호남권 등 전국적으로 고르게 분포돼 있다.

실제 서울 동작을, 경기 김포, 수원을·병·정 3곳, 평택을, 충남 서산·태안, 대전 대덕, 광주 광산을,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나주·화순, 순천·곡성, 부산 해운대·기장갑, 울산 남구을 등이 이미 재보선 지역으로 확정됐다.

이쯤되면 규모면에서는 가히 ‘미니총선’이라고 할만하다. 그런데 그 판을 더욱 키우는 요소가 있다. 바로 ‘별들의 전쟁’이 예고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새누리당에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비롯해 김문수 경기도지사, 김황식 전 국무총리 등 쟁쟁한 거물급 인사들의 출마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새정치연합도 마찬가지다. 손학규ㆍ정동영 전 고문,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등 거물급 정치인들이 출마의지를 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야권 내부에서는 이번 재보선을 ‘차기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메이저 대회’로 규정하기도 한다.

즉 이번 재보선의 공천 과정과 결과가 고스란히 김한길·안철수 두 공동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로 연결되는데, 이는 사실상 안 대표에 대한 평가나 마찬가지다.

만일 이번 재보선에서 안 대표가 ‘훌륭한 성적표’를 받아낼 경우 차기 당권, 더 나아가 대권으로 가는 길이 활짝 열릴 수도 있다.

안 대표에게 있어서 ‘훌륭한 성적표’란 단지 좋은 선거 결과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공천과정에서 이른바 ‘안철수의 사람들’을 많이 심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안철수 진영에서 재보선 출마가 예상되는 인물은 수도권의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 이계안 최고위원, 금태섭 대변인, 이태규 사무부총장, 호남의 김효석ㆍ조영택 전 의원,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 정기남 정책위부의장, 김철근 새정치전략연구소장, 이상갑 변호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후보 등이다.

이 가운데 경쟁력 있는 후보를 꼽으라면 김상곤 전 교육감이나 이계안 최고위원, 김효석 의원 등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오거돈 전 후보의 경우는 지난 6.4 지방선거 당시 새정치연합 후보가 아니라 무소속 후보로 출마했다가 패배했다는 점에서 김영춘 전 의원보다 높은 점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이들이 손학규ㆍ정동영 상임고문, 김두관 전 도지사 등과 같은 거물급 인사들과 공천경쟁에서 살아남기를 기대하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일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이번 재보선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곳이 바로 서울 동작을이다. 안 대표가 좋은 성적표를 받으려면 이 지역을 새정치연합이 반드시 탈환해야만 한다. 그런데 여기에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가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이른바 ‘안기부 X파일’ 사건 재판에서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검사의 실명을 공개한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했다가 올해 2월 피선거권을 되찾은 노 전 대표는 정치적 상징성을 고려해 동작을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대표가 출마의지를 굽히지 않을 경우 안 대표는 ‘후보단일화’를 모색하거나 ‘3자구도’에서도 패하지 않을만한 후보를 골라야 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안철수 사람들’ 가운데서는 그만한 역량을 갖춘 후보를 찾는 게 쉽지 않다.

설사 후보단일화를 이루더라도 새정치연합 쪽으로 단일화를 성사시킨다는 보장도 없다. 이래저래 안 대표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여름 밤인 것 같다.

만일 안 대표가 이번 재보선에서 실패할 경우 누가 새정치연합의 유력 대권주자로 떠오를까?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를 놓쳐버린 문재인 의원일까?

물론 대선패배 이후 당권을 비주류에 넘겨주고 ‘눈치 보며’ 설움을 참아야 했던 친노 세력에게 어느 정도의 반사이익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사이익만 가지고 대권주자가 될 수는 없다. 그러면 대체 누가 안철수 대표의 반자리를 메울 수 있는 것일까?

아마도 이번 재보선 이후 그 윤곽이 드러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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