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공천은 ‘돌려막기’
고하승
| 2014-07-10 15:45:23
7.30 재.보궐선거 후보등록 첫날인 10일, 여야의 공천 결과를 들여다보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천을 하겠다는 당초의 약속과는 달리 여야 모두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돌려막기’ 공천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실제 새누리당에선 경쟁력 없다던 사람이 다른 곳에 공천되면서 갑자기 “우리당 간판스타”가 되는 코미디보다 더한 상황이 연출됐다.
또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국민의 뜻에 따라 상향식 공천을 하겠다더니, 다른 지역에 공천신청한 사람을 엉뚱한 곳에 전략공천 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우선 새누리당 공천 결과를 살펴보자.
윤상현 사무총장은 지난 7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공천권을 국민들에게 돌려준다는 기본적인 방침 아래 계파를 초월한 공명정대한 공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 결과는 너무나 어이없다.
당 공천관리위원회는 당초 경기 평택을에서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을 배제했다. 그 이유가 임 전 실장이 그 지역에 공천을 신청한 다른 후보들에 비해 특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 그를 당 지도부는 지금껏 새누리당이 단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경기도 수원정(영통)에공천하면서 ‘경쟁력 있는 후보’라고 잔뜩 추켜세웠다.
서울 동작을 나경원 후보의 경우는 더욱 황당하다.
한 언론사는 ‘동작을 돌고돌아 나경원’이라는 제목으로 황당한 새누리당 공천실태를 꼬집기도 했다.
실제 당 지도부는 당초 동작을 필승 카드로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염두에 두고 삼고초려 해왔었다. 그러나 김 전 지사는 "비단길이라도 가지 않겠다"며 고사했고, 결국 새누리당은 나 전 의원을 후보로 선택했다.
사실 나 전 의원은 자신의 옛 지역구인 중구 당협위원장 자리조차 되찾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가 경쟁력이 있는 인물이었다면 그런 수모를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죽하면 불과하루 전 까지만 해도 윤상현 총장은 “(나 전 의원) 추천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완강한 입장을 밝혔겠는가.
그러면 새정치연합은 어떤가. 도토리 키 재기다.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사무총장은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후보 공모가 많이 들어온 지역은 경선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텃밭’인 호남은 ‘경선이 원칙’”이라는 점을 수차에 걸쳐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런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공천과정에 극심한 진통을 겪은 서울 동작을은 당초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 △금태섭 전 대변인 △장진영 전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 △강희용 전 정책위 부의장 △권정 전 서울시 별률고문 △서영갑 서울시의회 부대표 등 참신한 인재들이 공천을 신청했었다.
6명이라는 결코 적지 않은 경쟁력 있는 인물들이 경선을 기대하며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그런데 당 지도부는 그들을 깡그리 무시하고, ‘제3의 인물’ 그것도 광주 광산을(乙)에 공천을 신청한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공천하고 말았다. 한마디로 ‘돌려막기’ 공천을 한 것이다.
그 이유도 석연치 않다. 다른 후보들이 경쟁력이 없어서 그런 선택을 했을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금태섭 전 대변인을 수원 지역에 전략공천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광주 광산을의 공천은 더욱 한심하다.
당초 ‘텃밭인 호남에서는 경선을 하겠다’는 약속을 백지화 시키면서까지 권은희 전 수사과장을 공천 줘야할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일까?
권 전 과장은 지난 해 4월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 김용판 당시 서울경찰청장의 수사 개입 의혹을 폭로해 야당에게 힘을 실어 주었던 사람이다.
그로인해 김 전청장은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됐으나 최근 1심과 2심 재판부는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권 전과장의 진술이 객관적 상당성과 합리성이 없어 믿기 어렵고, 다른 증인들의 증언과 객관적 사실을 배척할 만큼 신빙성이 있어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런 사람을 야당 텃밭에 공천 주다니 아무래도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제 정신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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