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야권연대 딜레마
후보단일화 절실하지만 되레 역풍 우려속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14-07-13 14:17:48
통진당과는 선긋고 정의당은 깊은 고민 중
[시민일보=이영란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7.30 재보궐 선거를 보름여 앞두고도 야권연대에 대한 입장정리를 못해 고민하는 모습이다.
13일 현재 야권 상황을 보면 새정치연합이 울산 남구을(乙)을 제외한 14곳에, 통합진보당이 7곳, 정의당이 6곳에 각각 독자후보를 낸 상태여서 상당수 지역이 여야 ‘일대일’ 구도로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13일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현재의 1대4 다자구도에서는 야권의 패배가 예상되는 만큼 야권으로서는 후보 단일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승리를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 됐다”면서도 “그렇다고 새정치연합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야권연대를 위해 나서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새정치연합 입장에서는 승리를 위해 연대를 통한 후보 단일화가 절실하지만 섣부른 연대를 시도할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어 ‘딜레마’에 빠졌다”면서 “특히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는 자칫 ‘종북’ 불씨가 옮겨 붙을 수 있는 만큼 일단 ‘통진당과의 연대는 없다’고 선을 긋고 있으나 문제는 정의당과의 관계 정리를 어떻게 하느냐인데 실타래를 풀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군소정당들이 적극적인 구애로 연대를 희망하고 있어 이를 마냥 외면할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야권 혁신과 재보선 승리를 위해 새정치연합에 당대당 차원의 협의를 재차 제안했고, 통합진보당은 후보 등록이 마감된 11일 '진보정당'이 참여하는 단일화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주승용 사무총장은 "벌써부터 어디를 양보한다는 것은 야합으로 볼 수 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일단 선거전에 들어가서 정말 1~2% 판세에 의해서 당락이 바뀌고 힘들어지는 시기가 온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대일로 대결해도 쉽지 않은데, 조금이라도 표가 갈리면 문제가 심각해진다”면서 “야권연대가 승패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 중 자연스럽게 구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주 사무총장의 발언에는 야권연대 없이도 선거 막판, 야권의 공멸 위기감이 부각되면 자연스러운 후보사퇴를 기대할 수도 있다는 희망사항이 담겨있다는 관측이다. 실제 지난 6.4 지방선거에서도 정의당은 주요 격전지에 아예 후보를 내지 않았고, 단일화 대상으로 고려조차 되지 않은 통합진보당은 선거 직전 자발적으로 후보직을 사퇴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이번 만큼은 새정치연합의 바람대로 실현되기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수원정 양보를 조건으로 내걸고 이 지역은 노 전 대표가 출마해야 한다는 게 정의당의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공천 파동'까지 겪어가며 어렵게 후보를 내세운 상태여서 '양보'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내부적으로 '이기기만을 위한 연대'에 국민들의 반감이 커진 것을 고려하면 섣불리 연대에 나서는 것이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연대 가능성에 제동을 거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이번 7.30 재보선의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서울 동작을(乙)의 경우 이대로라면 새누리당 낙승이 예상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새정치연합의 고민을 깊게 하는 요인이다.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와 정의당 노회찬 후보,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 후보 등의 삼파전으로 막을 올린 동작을 선거구는 지난 총선 때 이 지역에서 5.14% 득표력을 보인 노동당 김종철 후보와 3% 안팎의 정당지지율을 보이는 통합진보당에서 유선희 후보가 가세한 상황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국일보가 최근 리서치코리아에 의뢰해 실시한 주요 후보들에 대한 첫 여론조사(성인 510명, 유선전화 RDD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p)결과, 나 후보는 51.9%의 득표율로, 각각 22.3%와 14.1%에 그친 기 후보와 노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나 후보는 가상 양자 대결에서도 20%p 가까이 차이를 벌리며 다른 후보들을 압도했다.
여야 일대일 대결구도로도 야권승리를 담보할 수 없는 판세가 지속될 경우 노회찬 후보가 스스로 물러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새정치연합 우세지역인 수원정도 야권연대 가능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정의당은 이 곳에 간판스타인 천호선 대표를 후보로 내세웠다.
하지만 새누리당 소속 남경필 경기지사의 텃밭인 경기 수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해 수원 3곳의 선거를 이끌게 된 손학규 상임고문은 "맹목적 단일화나 연대는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키는 부정적 측면이 있다"고 ‘야권연대’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새정치연합과 정의당이 실제 야권연대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해도 실제 성과물을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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